"성소수자 차별 자체가 손해 끼친 것"..법원, 지자체에 "배상하라"

박지영 2022. 5.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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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앞 단식농성이 40일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에 '차별 행위에 따른 배상'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박성규)는 지난 13일 성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 활동가들이 2021년 9월 서울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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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 있는 나라]항소심 "동대문구청∙시설관리공단 900만원 배상해야"
퀴어여성네트워크 "평등권 침해 자체를 손해로 인정"
퀴어여성네트워크, 언니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여성·성소수자 인권단체가 지난 2020년 1월16일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했다. 무지개행동 제공.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앞 단식농성이 40일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한 지방자치단체에 ‘차별 행위에 따른 배상’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제2-1민사부(재판장 박성규)는 지난 13일 성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 활동가들이 2021년 9월 서울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퀴어여성네트워크 활동가들은 2020년 1월 “성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공공체육관 대관을 취소당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대관 취소는 위법하다”고 봤지만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그 자체를 평등권 침해로 인한 ‘손해’로 보고 배상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손해는 정신상의 고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통념상 금전 평가가 가능한 무형의 손해도 포함된다. 평등권이라는 기본권 침해도 인격적 법익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관 허가 취소는 차별행위로써, 원고 단체뿐만 아니라 체육대회 개최 준비자들 및 예상 참가자들에 대한 차별이기도 하다. 모두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봐야 한다. 향후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단체와 활동가(4명)들에게 각각 500만원과 100만원 등 모두 900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단체는 대관허가 취소로 체육대회 참가 신청자와 후원자들에게 신청비 및 후원금을 개별적으로 환불해주기 위하여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원고 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지난 2017년 10월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제1회 퀴어여성생활체육대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동대문구체육관에 대관을 신청했다. 체육관을 관리하는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은 이미 대관이 완료된 상황에서 ‘체육관 공사 일정이 잡혔다’며 갑작스럽게 대관을 취소했다. 이후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퀴어여성네트워크가 제기한 진정에 대해 대관취소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 보고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 등에 시정권고 결정을 내렸다.

17일 퀴어여성네트워크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공동 논평을 내어 “이번 판결은 성소수자 체육대회에 대한 공공체육관 대관 취소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임을 분명히 인정하고 평등권 침해 그 자체를 손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나아가 퀴어문화축제에 대한 광장 불허를 비롯해 지자체 등에서 성소수자 차별이 계속 이어지는 것에도 재발방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공공시설에서의 위법한 차별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모든 차별을 예방하고 해소할 기본법으로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한다”고 했다.

한편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17일)을 맞아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성소수자를 향한 어떤 종류의 차별과 낙인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관련기사:성소수자 단체, ‘퀴어여성 체육대회’ 대관 취소 동대문구에 손배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24693.html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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