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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5·18과 한동훈, 마키아벨리스트 윤석열

오병상 입력 2022. 05. 17. 23:09 수정 2022. 05. 18.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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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2.5.17 연합뉴스

1.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된 두 뉴스가 묘하게 대조적입니다.
하나는, 한동훈 법무장관의 임명강행입니다. 윤석열은 17일 법에 따라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동훈을 임명했습니다.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되자..윤석열은 법이 정한 재송부 시한(16일)을 기다렸다가 바로 다음날 임명했습니다.

지난 2월 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참배를 반대하는 5월 어머니들 등 시민들에 가로막혀 추모탑 입구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연합뉴스

2. 다른 하나는, 윤석열이 내일(18일) 광주에서 열리는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여권 총출동 명령을 내렸습니다.
대통령 본인은 물론, 국민의힘 의원 거의 전원과 국무위원 전원, 대통령실 비서진들까지 KTX특별열차편으로 몰려갑니다. 강경보수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저항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까지 제창할 예정입니다.

3. 두 뉴스가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파격적이란 점은 같습니다.
한동훈 임명은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세력이 극구 반대해온 인사입니다. 당장 민주당은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덕수 총리후보 임명동의를 부결시키겠다’고 반발했습니다.
반대로 보수대통령의 5ㆍ18 기념식 참석과 여권총동원은 보수세력이 상상하지 못했던 파격입니다.

4. 윤석열은 정치감각을 타고난 검사인가 봅니다.
두 뉴스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주장한 정치지도자의 두 가지 자질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좋게 말하자면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지혜’. 나쁘게 표현하자면 ‘사자의 사나움과 여우의 교활함’. 마키아벨리의 표현에 따르자면 ‘함정을 알아채는 여우의 영리함, 늑대를 제압하는 사자의 힘’입니다.

5. 한동훈 임명강행은 ‘사자의 용기’와 유사합니다.
상대방을 위협하는 최강의 카드를 망설임 없이 던지는 모습이 사납습니다. 그래서 사자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야당의 반론에 대응하기보다,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강수를 밀어붙이는 차가운 힘이 느껴집니다. 민주당의 반발이 겁에 질린 비명으로 들리게 만들었습니다.

6. 반면 5ㆍ18 기념식 총동원령은 ‘여우의 지혜’에 해당됩니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을 직접, 과감하게 공략함으로써 민주당의 힘을 빼버렸습니다. 5ㆍ18이 민주당의 전유물이 아니며, 국민의힘이 진압군이 아니며, 한동훈 임명강행이 민주당의 위기일지언정 광주의 위기는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7. 마키아벨리가 얘기하는 ‘정치의 기술’은 사자의 용기와 여우의 지혜가 동시에 발현됐을 때 완성됩니다.
최상의 기술은 ‘사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우처럼 행동하는’ 정치행보입니다. 윤석열은 17일 마키아벨리가 칭찬할만한 양면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느 한쪽의 특성을 지니기는 쉽지만..대조적인 두 특성을 동시에 발휘하는 것은 보기 드문 정치력입니다.

8. 윤석열이 1년만에 검사에서 대통령으로 대변신에 성공한 것이 우연은 아닌가 봅니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쓴 이유는 ‘조국(피렌체)의 안정과 번영’입니다. 이를위해 필요한 것이 강한 정치지도자였고, 그 정치지도자를 위한 조언이 ‘군주론’입니다.
마키아벨리의 애국심을 빼버리면 ‘군주론’은 음모술수책에 불과합니다.
〈칼럼니스트〉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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