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주도한 급진파 초선의원들.. 강성 지지자 등에 업고 勢 확장

이해완 기자 2022. 5. 1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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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했고 검찰개혁을 내세운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8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사법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Who - 더불어민주당 ‘처럼회’

조국 前장관 옹호하며 尹대통령·한동훈과 대척점에 서

“검찰청 건물 철거했으면” 강경발언까지

대선이후 처럼회 강경행보에 제동 걸 중진 거의 없어

“지방선거 중도층 이탈 가능성” 당내선 우려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2020년 6월 결성한 연구모임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처럼회)가 지난 3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주도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을 필두로 김남국, 김승원, 김용민, 황운하 의원이 주축이 돼 검찰개혁 관련 연구를 위해 처럼회를 결성했는데, 이후 문정복, 민병덕, 민형배, 이수진 의원 등이 합류하면서 20여 명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급성장했다. 모임 이름 처럼회의 ‘처럼’은 ‘무엇무엇처럼’ 할 때 ‘처럼’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누구처럼 되자’ 또는 ‘누구처럼 되지 말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선 “74년 형사사법제도를 뒤바꿀 정도로 국회 역사상 이렇게 막강한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이 또 있었나 싶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국 겨냥’한 檢을 개혁 대상으로 삼아 세 불려=검찰개혁을 내세운 ‘처럼회’는 상당수 구성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한 민주당 급진파다. 앞서 조 전 장관의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한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처럼회 소속 의원들에겐 눈엣가시이자 검수완박의 동기를 부여한 인물들인 셈이다. “검찰청 건물을 철거했으면 좋겠다” 등과 같은 강경발언이 앞선 처럼회 모임에서 등장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례로 처럼회가 2020년에 발의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은 공소청법 제정안과 검찰청법 폐지안이었다. 수사와 기소권을 가진 검찰청을 폐지하고, 대신 기소권만 가진 공소청을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당시 급진적 법안에 민주당 지도부도 “당론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을 정도였다. 결국 정권 교체기 검수완박 소동은 검찰청 폐지가 아닌 수사권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처럼회가 당내 주요 세력으로 부상한 계기는 지난 3월 열린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였다. 강성 친문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처럼회 의원들은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당시 선거에서 최대 이변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최 의원의 2차 투표 진출이었다. 당시 최 의원은 재석 의원 10% 이상을 득표했다. 선거운동도 하지 않은 최 의원의 2차 투표 진출 뒤에는 처럼회의 적극적인 지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처럼회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용민 의원을 수석최고위원에 당선시키면서 다른 계파를 압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권을 잡은 보수정당에 맞설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는 강성 지지자가 많다”며 “처럼회가 이들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주고 있어 존재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피고인·피의자가 주도한 ‘셀프 구명’ 입법=최강욱·김남국·김용민·황운하 등 친(親)조국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검찰을 향한 입법 보복’ 및 ‘셀프 구명’을 위해 검수완박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 의원은 조 전 장관 아들에게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오는 20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또 울산지방경찰청장 출신인 황 의원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피고인(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으로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남국 의원은 기부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더욱이 최강욱·김남국·김용민 의원은 검찰과 법원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돼 있어 입법권 사유화, 이해충돌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간 국회에선 이해 상충 논란이 있으면 스스로 제척(除斥)해왔지만,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큰 문제가 없다”며 법사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특히 이들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신설은 향후 이들에 대한 수사와 문재인 정권 관련 사건들을 기존 검찰의 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처럼회에 끌려다니는 거대야당=지난달 20일 국회 법사위 소속이자 처럼회 회원인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위장 탈당’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처럼회의 숙원 사업인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하기 위해 내놓은 술수였다. 앞서 법사위에 사보임됐던 민주당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의 뜻을 표명했는데, 민주당은 이후 열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법안 통과의 어려움이 예상되자 양 의원 대신 민 의원을 투입한 것이다. 안건조정위는 법사위 소속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때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이 된 민 의원이 안건조정위에 참여하면서 안건조정위 본연의 목적인 90일간의 법안 심사는 무력화됐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당시 양 의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법사위에 오고 나서 회의를 여러 번 하는데 말이 안 됐다”며 “나름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질문도 많이 했는데, 처럼회 이런 분들은 막무가내였다”고 밝혔다. 그는 “강경파 모 의원이 (검수완박법을 안 한다면) 죽는다고 했다”며 “다른 분에게서는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도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앞서 양 의원은 법사위에 합류하면서 처럼회에 가입했지만, 처럼회의 실상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탈퇴했다.

당내에서는 이들의 강경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예전엔 이낙연 전 대표 등 당내 중진들이 처럼회의 강경 언행에 제동을 걸었지만, 대선 후 지금은 이들을 막을 당내 중진이 거의 없다”고 했다. 특히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리더십이 흔들릴 때 처럼회 소속을 포함한 초선 의원들에게 기댔고, 박홍근 원내대표도 원내대표 선거에서 처럼회 등 강경파 의원들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처럼회가 주도한 강경론이 6·1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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