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항공권 가격의 비밀..싼 게 다가 아니다

남승모 기자 입력 2022. 5.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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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그간 발이 묶였던 해외여행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화두는 단연 항공권입니다. 구하기도 쉽지 않지만 가격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사실 항공권 가격 구조가 복잡하다는 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2년 만에 사람들이 다시 해외여행에 눈을 돌리면서 최근 이런 질문을 자주 받게 됩니다. 같은 항공편인데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날까?
 

기차표는 아닌데 왜 항공권 가격만

명절이면 귀성 열차표 예매 전쟁이 벌어집니다. 그래도 기차 승차권 값이 몇 배씩 차이 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비행기 표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비행기는 다른 교통수단과 달리 운항 편수를 늘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한 번 뜨는 데 드는 비용 또한 막대합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빈자리가 없게 채우되, 좌석 하나하나를 돈이 되게 팔아야 하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에서는 '100개의 좌석에 100개의 가격이 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공권 가격을 항공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항공사업법 14조는 항공운송사업자가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아 항공운임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운임과 요금의 인가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해당 사업의 적정한 경비 및 이윤을 포함한 범위를 초과하지 아니할 것
2. 해당 사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질이 고려되어 있을 것
3. 특정한 여객 또는 화물운송 의뢰인에 대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아니할 것
4. 여객 또는 화물운송 의뢰인이 해당 사업을 이용하는 것을 매우 곤란하게 하지 아니할 것
5. 다른 항공운송사업자와의 부당한 경쟁을 일으킬 우려가 없을 것

이렇게 당국에 신고해 인가를 받은 운임을 '공시 운임'이라고 합니다. 이 가격을 상한선으로 해서 항공사들이 최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업 전략을 짜게 됩니다. 고도의 판매 전략에 따라 항공권 가격은 천변만화하게 됩니다.
 

항공권 가격의 비밀…'예약 등급'

항공권은 기본적으로 등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일등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 세 등급으로 비행기를 이용해 본 적이 있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입니다. 가격이 복잡해지는 비밀은 '예약 등급'에 숨겨져 있습니다. 같은 이코노미석이라도 어떤 예약 등급으로 표를 샀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대한항공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일등석은 F, A 등급으로, 프레스티지석은 J, C, D, I, R, Z, O 등급으로 나뉩니다. 일반석은 더 복잡해서 W, Y, B, M, S, H, E, K, L, U, G, Q, T, V, X 등급이 있습니다. 이 등급에 따라 마일리지가 얼마나 적립되는지, 좌석 승급이 가능한지, 예약 변경이나 취소가 가능한지, 수수료가 얼마인지 등등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일등석 F등급을 샀다면 마일리지 적립률이 300%이지만 A등급이라면 마일리지 적립은 0%입니다. 일반석도 적립률 100%부터 0%까지 다양한 예약 등급이 있습니다. 항공권 등급은 여행사 등이 발행하는 '전자항공권 발행확인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있느냐, 어떤 혜택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항공권 선택을 달리해야 합니다. 귀국 일정이 유동적인데 일정 변경 불가 등급의 항공권을 사면 자칫 항공료를 통째로 날릴 수 있습니다. 또 마일리지로 좌석 승급할 계획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승급이 가능한 표를 사야 합니다. 한마디로 가격이 싼 표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최근 항공권 가격이 크게 뛰면서 항공권 관련 기사가 많이 뜨고 있지만 정작 항공권 가격이 왜 이렇게 천차만별인지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제가 항공사에 전화해 취재했을 때도 첫 반응은 '가격은 영업비밀이다' 였습니다. 항공권은 항공사와 여행사 등이 참여해 복잡한 가격 결정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내가 필요한 조건이 뭔지 따져본 뒤에 항공사 홈페이지 등을 찾아보면 어떤 가격대 항공권을 구입해야 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사를 통해 구입한다면 미리 내가 필요한 조건을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남승모 기자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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