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 내 노동자 집회 학생이 고소.. "10여년 만에 처음"

양한주 2022. 5. 19.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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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에서 열리는 집회가 강의를 듣는 데 방해된다며 대학생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형사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집회 주최 측과 대학 본부 등과의 집단적 갈등은 있었지만, 개별 학생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10여년간 학교에서 집회를 해왔는데 학생이 고소한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노동자와 학생 간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학교가 빨리 해결책을 찾아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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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학생 "소음에 수업권 침해"
학교 "勞, 시험기간 배려 요청 거절"
집회 향한 젊은 세대 시각 달라져
1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 청소·경비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노조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양한주 기자


학내에서 열리는 집회가 강의를 듣는 데 방해된다며 대학생이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형사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집회 주최 측과 대학 본부 등과의 집단적 갈등은 있었지만, 개별 학생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집회·시위를 대하는 학생 사회 인식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학교 노동자가 진행하는 집회 소음으로 수업권이 침해됐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최근 접수했다. 고소인은 연세대 재학생 이모(23)씨로 집회 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분회를 상대로 업무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씨는 “집회 소음으로 수업에 방해가 됐고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경찰에 문의해보니 신고가 안 된 집회라고 해서 업무방해 혐의 고소에 더해 집시법 위반으로도 고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민사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집회는 지난달 6일부터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매일 오전 11시30분에 진행되고 있다. 노조는 학교 측과 교섭이 결렬돼 집회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주축으로 임금인상과 학내 샤워실 설치 등을 요구하는 중이다.

학교 측은 난감해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생 민원이 들어와 노조 측에 ‘시험 기간만이라도 집회 앰프를 꺼 달라’고 요청했다”며 “쟁의권이 있으니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노조 입장을 학생에게 설명하니 개인적으로 고소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열린 집회 현장에서도 갈등이 표출됐다. 몇몇 학생들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시끄럽다”며 항의했다. 노조 측은 스피커의 볼륨을 줄이면서도 “경찰의 소음 기준을 넘지 않고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반면 고소장을 낸 학생을 대신해 사과한다는 학생 5명이 집회 장소를 찾아 연대 뜻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대학 측도 아닌 학생들의 고소 및 항의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10여년간 학교에서 집회를 해왔는데 학생이 고소한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노동자와 학생 간 싸움이 되지 않도록 학교가 빨리 해결책을 찾아줘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이 캠퍼스 내 노동자 집회에 대해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2011년 홍익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자 대학은 용역업체 계약 해지와 함께 노동자 170명을 전원 해고했다. 노조 농성으로 이어지자 홍익대 총학생회는 “외부 세력(민주노총)이 수업권을 침해하는 건 어떤 이유로든 반대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고소·고발전으로 비화되진 않았다.

젊은 세대들의 반(反)노조 정서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와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노동자 문제에 대한 감수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의 쟁의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의 ‘을’인 청년들이 전전긍긍하며 제도권에 편입하려 공부하는데 소음을 내는 등 기존 쟁의 방식만 고집하면 공감받기 어렵다”며 “노조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를 받아들이고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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