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 만나려다 "만나지 않겠다"는 바이든..이유 따로 있다?

조문희 기자 2022. 5. 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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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 가능성에 美에서 만남 취소한 듯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 만남이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두 사람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인 22일에 만날 것으로 알려졌으나, 백악관에서 이를 사실상 부인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만남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는 입장이지만, 두 사람 간 만남 여부가 번복되면서 진실 공방으로 확전하는 분위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예정된 면담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또 일각에서 주장하는 문 전 대통령의 대북 특사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그런 내용에 대한 어떤 논의도 잘 알지 못 한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오는 20~22일(한국 시간)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 공식 일정에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포함되지 않았다. 

2021년 5월22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연합뉴스

먼저 요청하고 일방 취소?…文 측은 "가만히 있었다"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만남 가능성은 문 전 대통령의 임기 중이던 지난달 말부터 불거진 바 있다. 발화 지점은 청와대였다. 지난 4월28일 청와대 관계자는 백악관의 요청으로 두 사람 간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재임 중 상호 신뢰와 존경의 차원에서 회동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만남 시점으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이튿날인 22일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결국 청와대에서 먼저 띄운 두 사람 간 만남 가능성을 백악관에서 공식적으로 부인한 셈이 됐다.

두 사람 간 만남이 사실상 불발되자, 여권 일각에선 "남사스럽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과도 만찬 일정을 두고 소모적인 진실 공방을 펼치더니 바이든 대통령과도 진실 공방을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서야 '현직' 미국 대통령이 '전직' 한국 대통령을 만날 일이 없는 게 당연지사인데, 아이들 인맥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드는가"라고도 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만남을 요청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회동 성사 여부가 진실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짚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분명한 것은 문 전 대통령은 가만히 계셨다는 것"이라며 백악관에서 입장을 바꾼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2021년 10월30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 전 정상 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 ⓒ 연합뉴스

北 ICBM 도발 가능성까지…정상회담 성과 가려질라 '文만남' 취소

정치권에선 대체적으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만남을 추진했던 것은 사실이나,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종 불발시킨 것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반도 평화에 힘써온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이 자칫하면 북한에 대한 유화적 메시지로 오인될 수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란 해석이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기간인 20~24일을 전후해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태다. 설리번 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추가적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방식과 관련해선 "한국과 일본 두 동맹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으며 중국과도 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경우 한‧일 양국과 함께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국면에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은 불필요하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집중도를 키우기 위해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포기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 동안 전직 한국 대통령을 만난 선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때문에 여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정상회담 대신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에 쏠릴 가능성도 제기돼왔다. 이 경우 정상회담 성과가 빛바랠 수 있다는 우려다.

방한 기간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이 빠듯하게 짜였다는 점도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불발시킨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오후 6시께 한국에 도착해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을 둘러본 뒤 21일 오후 윤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고 만찬을 갖는다. 22일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오전에 한국 기업인과의 만남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오후 3시엔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의 목표를 '한‧일 양국과의 안보동맹 강화'와 '경제적 파트너십 심화'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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