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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만남' 요청했던 바이든, 무산 통보 이유는?

정대연 기자 입력 2022. 05.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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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 정상 라운지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의 단체 기념사진 촬영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마|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려던 계획이 방한 하루 전인 19일 무산됐다. 만남을 먼저 요청한 미국 측은 이날 낮 문 전 대통령 측에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입장을 최종 통보했다. 새 정부가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만남을 불편해 하는 데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게 대북 특사를 제안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설 등으로 만남이 주목받자 바이든 대통령이 부담스러워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전직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이날 오후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기간 문 전 대통령을 만나기가) ‘어렵겠다’는 통보가 왔다”고 밝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20~22일 방한한다.

미국 측은 올해 3월9일 한국 대선이 있기 전 한국 측에 ‘바이든 대통령이 5월 말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에 가기 전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 그때 퇴임한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먼저 요청해 왔다고 한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퇴임한 한국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당시 문 전 대통령 임기 말 한·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던 청와대에 백악관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전까지 청와대와 백악관은 두 사람의 만남 사실을 주기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난달 말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만남을 위한 세부 일정을 협의 중”이라며 “정상회담과 다자회의 등을 계기로 여러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상호 우정과 존중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나는 날짜는 5월21일 한·미 정상회담 후인 22일, 장소는 서울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전날까지도 만남 자체는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에서의 바이든 대통령 일정이 확정되면 미국 측이 최종적으로 일시·장소를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측이 만남을 무산시킨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에게 임기 중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한 데 대한 감사를 표하는 개인적·비공식적 만남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에 두 사람의 만남이 지나친 주목을 받게 되자 이를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야권 일각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에게 대북 특사를 제안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만남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면서 새로 출범한 한국 정부와의 관계가 우선인 백악관 입장이 난처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분산되는 것을 우려한 윤석열 정부를 배려해 만남을 무산시켰다는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만남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 특사는 미국과 한번도 논의한 적이 없는 뚱딴지 같은 소리”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도 문 전 대통령의 대북 특사 가능성에 대해 “그런 내용과 관련한 어떤 논의도 잘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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