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박스, '연예 기자' 풍자에 "현실고증" vs "불쾌"

정민경 기자 2022. 5. 2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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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 '주현영 인턴기자' 풍자에 이어 숏박스에 등장한 기자 풍자
300만 가까운 조회수로 관심, "발로 뛰는 기자도 많다" 반박도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KBS 공채 개그맨 출신들이 만든 유튜브 채널 '숏박스'에서 기자를 풍자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기자들은 “어느정도 맞다”는 반응과, “굉장히 불쾌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숏박스'는 KBS 공채 개그맨 김원훈, 조진세, 엄지윤이 지난해 만든 채널로 올초 '장기연애' 시리즈로 큰 관심을 얻었다. 김원훈과 엄지윤이 '장기연애' 커플을 연기했는데 초창기 커플이라면 하나하나 싸울만한 대화를 자연스럽게 넘기고 뜨겁지도, 그렇다고 권태기가 온 것도 아닌 장기커플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장기연애'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후 5월20일 기준 '숏박스' 구독자는 164만명이다.

이들은 장기연애 커플, 남매 등을 현실적으로 묘사하거나 미용실, 치과 등을 방문한 특정 상황을 묘사하는 '스케치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영상들이 300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인기 시리즈 '장기연애' 영상들은 700~800만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숏박스 '특종' 영상 갈무리.

'숏박스'는 13일 '특종'이라는 제목으로 기자들의 모습을 풍자하는 코미디 콘텐츠를 선보였다. 20일 현재 조회수는 297만회다. 이 영상에서는 온라인 연예부 기자를 연기했다. “SM에서 왜 전화가 오느냐”는 물음에 “그거 받지 마세요. 어차피 정정 기사 낼 거에요. 조회수 좀 빨다가”라는 대화가 오간다.

“너 진짜 왜 그러냐.”
“어차피 댓글 막혀있잖아요. 노상관~”
(…)
“너 뭐하냐.”
“인스타 염탐이요.”
“뭐 나온 거 있어?”
“그때 말했던 남자 아이돌 있죠?지금 그때 말한 애랑 장소가 같거든요. 눈동자 확대해보고 있어요.”
(…)
“야 엄지, 너 왜 맞춤법 틀리게 썼냐.”
“아 선배님, 요즘 애들 맞춤법에 예민해서 그냥 그걸로 조회수 빠는 거에요. 어떻게 어떻해 어떡게 그거 한 번 틀려보세요. 진짜 조회수 개폭발.”

▲숏박스 '특종' 영상 갈무리.

연예부 기자들이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을 염탐하면서 기사를 쓰는 행위나 중요하지 않은 일들을 확대해 기사로 노출하는 면모들을 묘사했다.

콘텐츠 하단 링크 건 실제 기사, 반박 어렵게 만들어

해당 콘텐츠 아래 숏박스가 링크를 건 '실제 기사'는 이런 씁씁한 묘사에 반박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숏박스는 해당 콘텐츠 고정 댓글로 “특종기사링크”라고 쓰고 한 연예부 기사를 링크했다. 영상 말미에 개그맨들이 연기한 기자들이 취재를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취재의 결과가 이 기사라는 맥락도 담겨있다.

해당 기사는 뉴스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서 발행한 기사로, “개그맨 김원훈 '소변 쌀 때 시선집중' 엄지윤 '목욕탕 갔다가 알아봐'”라는 제목이다. 이 기사는 숏버스를 만든 개그맨들이 인기를 실감했다는 발언을 기사화한 것으로, 엄지윤이 “목욕탕을 자주가는데 벗자마자 알아보셔서 바로 나왔다”, 김원훈이 “공중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옆에서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숏박스가 기자를 풍자한 콘텐츠 아래 링크를 건 기사.

이러한 기사가 실제로 링크돼있기에, 숏박스가 풍자한 연예부 기자의 모습이 현실과 다르다고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해당 콘텐츠 댓글에 “요즘 기사들 아무 내용없이 그냥 양산하는 것 같은데 숏박스에서 풍자해주니 좋다”, “자극적인 기사들 다 저런식으로 나오나 싶다”, “현직 산업부 취재기자인데 연예부 온라인팀 싱크로율을 잘 녹였다”고 공감의 반응이 나온다.

“발로 뛰는 기자도 있다는 것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반응도

반면 7천 여개 공감을 받은 댓글 중 “제 동생이 사회부 기자다. 고독사 현장 다니면서 밤낮으로 고심해 기획기사 써서 내보내도 같은 회사 온라인팀에서 연예인 인스타그램 가지고 3~4줄이면 기사 조회수가 압도적으로 많을 때 '현타'가 온다고 한다. 발로 뛰며 세상에 어두운 곳을 조명하고 현장에서 약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언론인도 많이 있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다.

해당 댓글에 “아직 그런 기자분이 계셔서 다행이다”, “어그로 기사를 소비해주면 안된다. 기사 퀄리티 떨어뜨리는 건 결국 우리다”, “저는 평소 사회뉴스를 좋아해서 자주 챙겨보는데 요즘은 발로 뛰는 기자들보다 진짜 자극적이고 그냥 연예인 인스타 캡쳐해서 그대로 올리는 기자들이 판치는 것을 보고 사회현실이 안타까웠다. 발로뛰는 기자들이 빛을 보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저런) 연예부 기자를 기자라 할 수 있나”, “조회수가 안나오더라도 꾸준히 보는 구독자가 있을 거에요” 등의 대댓글이 달렸다.

▲블라인드 언론인 라운지에 올라온 반응 중 하나.

300만 조회수를 달려가는 인기 콘텐츠인 만큼 기자들의 커뮤니티에서도 언급이 됐다. 익명 플랫폼인 블라인드의 언론인 라운지에서도 해당 콘텐츠를 링크하며 “숏박스 불쾌하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블라인드의 글에도 “과장됐지만 부인할 수는 없다”, “재미있는데?”, “왜그래 맞는거 아니야?”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편, “너무 딴세상 이야기다”, “공감 안됨”, “연예부는 저래?”, “저렇게 일하는 유사 기자들은 기자 직함 좀 안쓰면 좋겠음”, “그냥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자 이미지”, “온라인팀도 저런 식으로는 안 쓴다. 진심 저렇게 쓰는 사람있으면 때리고 싶다” 등의 상반된 반응도 나왔다.

'풍자' 개그라면 정치인 등을 풍자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SNS코리아에서 '주현영 인턴기자'와 같이 기자를 풍자하는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기자 풍자 콘텐츠도 풍자 개그의 한 요소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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