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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尹·바이든에 보여줬다..삼성 비밀병기 '3나노 반도체'

최은경 입력 2022. 05. 20. 20:50 수정 2022. 05. 2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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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평택사업장(평택캠퍼스)에서 한·미 정상의 첫 만남이 이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직접 공장을 안내했다. 이어 양국 대통령의 공동 연설에 앞서 영어로 회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방명록 대신 반도체 재료인 웨이퍼에 서명하면서 ‘반도체 동맹’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으로 20일 오후 경기도 오산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곧바로 자동차를 이용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이동했다. 오후 6시11분께 평택캠퍼스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을 미리 마중 나와 있던 윤 대통령이 맞았다. 이어 두 정상은 3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했다. 웨이퍼는 반도체의 재료인 얇은 실리콘 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두 정상 방명록 대신 최첨단 웨이퍼에 서명


평택캠퍼스는 부지 면적이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289만㎡, 약 87만 평)로 현재 1라인과 2라인이 가동 중이다. 단일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3라인은 올 하반기부터 가동 예정이며, 4·5·6라인 건설도 추진된다. 한 개 라인당 투자 규모는 약 30조원이다. 1라인에서는 메모리 반도체를, 2라인에서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 규모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약 15%에 이른다.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찾은 한국 반도체 공장이다. 지난 10일 취임한 윤 대통령이 처음 찾은 산업 현장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4분께 평택캠퍼스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부회장과 인사하면서 “진작 왔어야 했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오른쪽에서 둘째)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평택 공장을 찾았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삼성전자에서는 이 부회장과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경계현 반도체(DS) 부문장(사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 부문장(사장), 마크 리퍼트 삼성전자 북미법인 부사장 등이 동행했다. 해외 출장이나 급한 업무가 있는 임원을 제외한 대부분의 삼성전자 임원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이번 행사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지 대목이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은 지난 18일 직접 평택캠퍼스를 찾아 주요 동선과 발표 내용을 사전 점검하기도 했다.


이재용 “다음 주부터 공장 불 밝히겠다”


이날 두 정상은 2시간가량 평택캠퍼스에 머무는 내내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1라인과 건설 중인 3라인 등을 둘러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3라인을 둘러보며 “시설이 완공되면 1라인처럼 되느냐”며 물었고, 이 부회장은 “다음 주부터 이 공장의 불을 밝히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삼성전자가 최신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 공정을 선보이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 반도체 설계 업체 퀄컴 관계자에게 기술력 우위를 알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퀄컴은 삼성전자와 TSMC의 주요 고객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미세공정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GAA 기반 3나노 반도체는 TSMC를 따라잡을 승부수 제품으로 꼽힌다.

GAA는 반도체 칩의 기본 소자인 트랜지스터를 더 작고 빠르면서 전력 소모가 더 적게 만드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GAA 기술을 활용해 올 상반기 3㎚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부동의 1위 기업인 대만 TSMC에 맞서기 위한 ‘비밀병기’로 불린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기존 핀펫 방식으로 올 7월께 3㎚ 양산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GAA 기술인 ‘MBC-FET(Multi Bridge Channel-Field Effect Transistor)’ 공정은 기존 7㎚ 핀펫 공정 대비 소비 전력이 50%, 공간이 45% 줄어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마친 후 연설하고 있다. 왼쪽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기존 핀펫 공정기술과 GAA 비교. 삼성전자에 따르면 GAA에 기반한 MBC-FET 공정은 기존 7나노 공정 대비해 소비 전력과 공간 효율을 각각 50%가량 개선할 수 있다. [그래픽 삼성전자]


윤 대통령은 생산시설 시찰 후 이어진 공동 연설에서 “미국 오스틴시에 이어 테일러시에 (한국의)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미국의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들도 한국 반도체 업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 정부 간 반도체 협력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 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경제동맹 희망” 바이든 “공급망 회복”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은 5세대(5G) 통신과 나노 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기술을 이끌고 있다”며 “한·미 간 기술 동맹을 이용해 앞으로 더욱더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함께 공급망 회복을 위해 함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반도체 생산기지(The most advanced fabrication site in the World)라 할 수 있는 평택에 와주신 것에 대해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삼성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또한 미국과 아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1분가량 영어로 인사말을 한 뒤 두 정상을 맞이했다. 또 “‘팀 쌤성(삼성)’에 감사하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공장 투어 중에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에게 두 팔을 움직여가며 회사를 소개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의 첫 일정으로 평택캠퍼스 방문을 낙점한 것은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의중이 실린 것이며, 반도체가 그 핵심에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일정에는 한국 측에서 박진 외교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 등 100여 명이 동행했다. 미국 측에서는 러몬도 상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델 코르소 주한 미대사 대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동아태 차관보 등 50여 명이 함께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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