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기업가정신-①] '사업보국'으론 부족하다..사회문제 해결 나서야

박영국 2022. 5.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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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시대 변화에 맞춰 기업 역할도 변해야"
저성장‧양극화 등 사회문제 해결 위한 기업 협의체 구성
'주주자본주의→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전환 본격화' 예상도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3월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9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하는 ‘신(新)기업가정신협의회’가 24일 출범한다. 부친, 혹은 조부 시절의 ‘사업보국’에서 한 발 나아가 혁신성장은 물론, 이해관계자와의 상생, 친환경 경영, 사회적 문제 해결 등으로 ‘의무의 범위’ 확장에 나선 기업인들이 반기업정서의 악연을 끊고 존경받는 사회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편집자 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와 같은 1세대 창업주들은 사업을 일으켜 국가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업보국’의 정신으로 우리 사회에 이바지해왔다.


어렵고 배고픈 시기에는 돈을 많이 벌어 ‘낙수효과’를 일으키는 게 곧 애국이었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일이었지만,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속한 지금 우리 사회는 기업들에게 더 넓은 범위와 세심한 분야의 역할을 기대한다.


“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 뿐 아니라 사회문제까지 해결하는 게 시대의 흐름이다. 과거에는 세금 많이 내고 사업으로 보국하면 좋은 기업이었고, 그것에 충실하면 된다고 했지만, 지금은 사업보국으로만은 안 된다. 그것 때문에 기업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기업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재계 대표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끄는 최태원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전 안철수 당시 인수위원장과의 ‘ESG 혁신성장 특별 좌담회’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경제적 가치 창출에서의 성과만으로 존경받는 시대는 지났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직접적 역할을 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스스로 변화해야만 반기업 정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로 예정된 신기업가정신 선언도 이런 취지에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들이 참여하는 신기업가정신협의회는 대표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사회 양극화, 청년취업 등과 관련해 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사

재계에서는 특히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이자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서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양극화 해소를 위해 협의회 차원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신기업가정신 선언문에는 ‘기업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포함될 예정이다. 당장 기업 경영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협력업체와 고객까지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상호 존중으로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으로의 이익 편중과 중소 협력사들의 경영난, 그리고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 심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가 지적돼온 만큼 협의회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의회 출범을 주도하는 대한상의는 주요 대기업 뿐 아니라 전국의 수많은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경제단체로서 각계의 의견을 모으고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신기업가정신협의회가 미국 ‘BRT(Business Round Table) 선언’ 모델을 일부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신기업가정신 선언을 ‘한국판 BRT 선언’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계 대표인 BRT는 기존의 주주자본주의를 벗어나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19년 8월에 발표된 성명에는 고객에 가치 전달, 근로자 투자, 거래기업의 공정한 대우, 지역사회 지원, 주주 위한 장기적 가치 창출 등 5가지 약속이 담겨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경영의 중심을 주주가치 극대화에 두는 주주자본주의로 발전해 왔고, 우리나라 역시 산업화 과정에서 이를 도입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계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선언한 만큼 우리도 경영목표를 고객, 근로자, 채권자, 지역사회의 공동이익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미국의 BRT 선언이 주주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이라면, 한국판 BRT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ESG 기반으로 더 발전적인 액션 아이템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경제계가 공동으로 추진할 과제들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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