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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 저당보다 '괸당'?..제주만의 선거문화, 예전 같지 않은 이유[6·1 지방선거]

박미라 기자 입력 2022. 05. 22. 13:19 수정 2022. 05. 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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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주 열풍이 유행처럼 번지던 2014년 이주민들이 제주살이 체험학교에서 농업교육을 받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에는 지방선거 때마다 ‘이당 저당도 아닌 괸당(친인척)’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기존 정당보다 혈연 등의 인연이 있는 후보를 우선적으로 지지하고 선택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주민 유입과 세대 교체라는 변화를 맞아 제주의 선거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제주만의 독특한 ‘괸당선거’가 여전히 유효할지, 힘을 잃을지 주목된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치러진 7번의 지방선거에서 제주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4번에 걸쳐 도지사직을 차지했다.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보다는 무소속 후보가 강세를 보인 이유로는 당시의 여러 정치적 상황이 있었지만 제주의 공동체 문화에 기반한 ‘괸당 선거’도 빠지지 않고 꼽힌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공동체 문화의 발달로 인해 다른 지역에 비해 혈연·지연·학연의 고리가 더욱 직접적이고 극적으로 선거에 작용해 왔다. 예전부터 ‘제주에서는 완전한 남이 없다’ ‘제주에서 죄를 짓고는 못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친인척, 학연, 지연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았다. 계보와 고향, 학교 등을 따지다 보면 누군가라도 반드시 엮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정 정당이나 정책보다는 자신과 인연이 얽힌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제주에서도 수년 전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제주에 연고가 없는 육지에서 건너온 이주민의 표심이 지방선거의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제주에는 ‘이주 열풍’이 불면서 지난 10년(2011~2020년) 동안 전출인구보다 전입인구가 많은 현상이 이어졌다. 이 기간 순이동(전입-전출) 인구는 누적 8만1000여명에 이른다.

제주지역 유권자 중 이주민의 차지하는 비율이나 이주민의 표심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이주민의 숫자가 상당하고 제주에 뿌리를 두지 않는 만큼 괸당문화에서 자유롭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주민의 절반은 30~40대 젊은 층으로 서울·경기에서 내려왔다는 특징이 있다.

이주민 유입 영향이 실제 선거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4·13 총선에서 오영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후보)이 상대 후보에 비해 혈연, 지연, 학연이 적은 제주시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는데, 당시 제주의 괸당 선거가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야 후보와 무소속 후보 3파전으로 진행 중인 이번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역시 괸당선거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 내 세대교체도 과거 괸당 문화가 옅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제주 역시 친인척이 모여 살던 과거와 달리 핵가족 중심의 사회가 됐고, 공동체 문화도 자연스레 약해졌다. 문모씨(42·제주시 조천읍)는 “부모님, 형님 세대만 하더라도 선거 때 동향 후배나 친척뻘 되는 집안사람이 나온다고 하면 보수·진보를 따지기보다는 인지상정이라며 지지하던 모습을 흔하게 봤다”며 “하지만 우리 세대는 예전처럼 인연에 크게 얽매이지는 않는 편이고, 20~30대는 더욱 자유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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