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구조적 성차별' 입장 바뀐 것 아냐"..민주 "더 가관"

윤혜주 2022. 5. 2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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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내각' 지적한 美기자 질문에 진땀 뺀 윤 대통령
윤 대통령 "여성에게 기회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
'구조적 성차별 없다'는 입장 바뀐 것이냐는 질문엔
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생각 바뀐 건 아니다"
민주 "성 평등 인식 바로 잡을 기회 걷어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소속 기자 : "(윤석열 정부 내각이) 거의 대부분 남자만 있다. 대선 기간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다. 한국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남녀평등을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느냐" 윤석열 대통령 : "예를 들어 지금 공직 사회에서 내각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 여성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다"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WP 기자의 돌발 질문을 받고 내놓은 답변입니다. 당초 양국 정상 측은 기자들의 교차 질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 기자는 기자회견 질문을 종료하는 순간 '추가 질문'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에게 국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민감한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잠시 뜸을 들이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답변을 토대로 한 WP 기사의 제목은 '한국 대통령은 성 불평등에 대한 압박 질문에 불편해 보인다(S. Korean president appears uneasy when pressed on gender inequality)'입니다. "한국은 임금, 정치 발전, 경제 참여 등 남녀평등이 선진국 중 최하위권이며 윤석열 정부 내각은 장·차관급 모두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선거 기간 중 윤 대통령은 여성가족부를 없애자고 제안했다. 이는 일부 젊은 남성들, 특히 성평등에 반대하는 '반 페미니스트' 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구애한 것"이라는 기사 내용도 담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내각에서 국무위원(장관) 18명 가운데 여성은 김현숙 여가부 장관,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3명 뿐입니다. 차관 및 차관급 인사 41명 중에서도 여성은 2명 뿐입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서울대, 남성, 50~60대에 인선이 편중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해당 분야 전문성과 실력을 우선으로 한 결과"라며 인선 기준이 '능력'이었음을 강조했습니다.

박지현 "여가부 폐지하겠다면서 여성 기회 적극 보장?"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20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충청권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면서 어떻게 여성들에게 기회를 '매우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WP 기자의 질문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을 저격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는 장관과 수석까지 통틀어 여성은 겨우 3명이고, 부처 차관과 차관급 인사 41명 중 여성은 고작 2명"이라며 "여성 장차관이 거의 없는 남성만의 정부를 만들어 놓고, 성평등을 향상하고 기회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 위원장은 "답변을 해 놓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양심은 있는 것이고, 답변한 내용이 말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무지한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폐지’는 여성평등과 안전과 권리보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조치다. 여가부가 해왔던 성평등 사업, 성범죄 피해자 지원과 안전 보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삭제하는 마당에 어떻게 여성의 권리 보장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성평등 내각으로 전면 개편을 하겠다고 선언하시기 바란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을 사과하고, 여가부 폐지 공약도 철회하시기 바란다"며 이번 한미공동성명에 ‘여성의 권리 보장에 힘쓰자’는 공동의 약속이 포함된 점을 강조하면서 "전 세계 시민 앞에서 약속한 성명과 답변에서 약속하신 것처럼 성 평등을 강화하고 여성들에게 기회를 매우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는 답변과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시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생각 바뀐 것 아냐"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7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성 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건 편가르기 의도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는 "중도와 보수에선 여가부가 역사적 기능을 이미 다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 답변을 두고 '구조적 성차별'을 결국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했다, 안 했다가 아니라 질문을 듣고 바로 말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봐 달라"며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답변은 앞으로도 여성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민주 "성 평등 인식 바로 잡을 기회 걷어차"
이수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성 평등 인식을 바로 잡을 기회를 걷어찬 것이라고 맹공을 펼쳤습니다. 이 대변인은 2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답변이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한 것인가'라는 언론의 물음에, 대통령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답변, 더 가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면 왜 우리 사회는 성 평등을 위한 노력을 해왔겠느냐"며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기회조차 걷어찬 대통령의 오기가 안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여전히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한심하다"며 "성 평등을 위한 우리 사회의 오랜 노력을 조롱하지 마시라"고도 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성 차별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 없는 윤석열 정부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진중권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WP 기사를 공유하며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게 있는 건데 앞으로가 문제"라며 "이준석이야 원래 무교양인데다 제 정치 하느라고 안티 페미 마초 부대에 의존한 것인데 (윤 대통령이) 그 뻘짓을 왜 따라 하는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그것이 대선에서 정략적으로 현명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입증됐으면 뒤늦게라도 노선을 수정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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