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야당 국회의장과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2022. 5. 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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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부·행정부·사법부 간의 삼권분립이 한국정치 현실에서 폐기된 지 오래됐다.

정당이 정치현실에 본격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국회의원의 지위가 정당의 일개 소속원으로 전락하고, 다수당에 의해 의회와 정부가 동시에 지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한국정치 제1의 변화가 국민의힘에 의한 정권교체였다면, 제2의 변화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맡겠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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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국회의장이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내용의 검찰청법 일부개정안을 상정하자 국민의힘 의원들 항의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입법부·행정부·사법부 간의 삼권분립이 한국정치 현실에서 폐기된 지 오래됐다. 정당이 정치현실에 본격적으로 등장함에 따라 국회의원의 지위가 정당의 일개 소속원으로 전락하고, 다수당에 의해 의회와 정부가 동시에 지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의민주주의, 즉 의회주의의 기본 원리인 국민대표의 원리와 의사결정 원리로서 공개토론의 원칙이 무시됐다. 전통적 권력분립 제도에 의거한 의회의 행정부에 대한 비판과 통제기능도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

대부분의 한국 정당들이 당내 민주주의마저 포기하고 있어서 민주주의의 핵심 주체인 국회와 정당 모두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던 차, 야당 절대다수의 국회의장 출현의 대목에서 한번 음미해 볼 만한 게 생겼다. 올해 한국정치 제1의 변화가 국민의힘에 의한 정권교체였다면, 제2의 변화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맡겠지만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선출되는 것이다. 헌법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었던 국회에 의한 행정부 견제라는 고전적인 삼권분립이 한국정치 현실에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여야, 국민 모두가 주목해야 할 장면이다.

그동안 국회의장의 존재는 입법부의 수장이라기보다는 주문받은 법률들을 통과시키는 ‘통법부’의 좌장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 마치 헌법 권한과 정신을 빼앗겨버린 허수아비 국무총리처럼. 정권재창출에 실패해 야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입장에선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입법부를 명실공히 헌법과 법치주의 수호 그리고 민의와 민생의 전당으로서 국회를 이끌고 가는 게 정치적 사명이자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을 잘 선정해야 한다.

이제 민주당은 의회에서 다수결의 원리는 다수당의 의사를 국가 또는 국민의 공통의사와 일치시키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정당 간의 투쟁과 타협도 대의민주주주의 본질의 연장선상에서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 정당과 의회의 운영방법이나 조직은 시대 및 상황과 함께 변하며, 국회에서 정당의 집단적 대의의사는 대의민주주의의 현대적 실현 형태로 이해돼야 한다.

정당국가적 현실이 대의민주정의 원리를 완전히 폐기하지는 못한다. 실제 입후보자와 선거구민의 직접적인 인간적 신임관계를 통해 정당과 국민의 정치적 공동의사가 연계되고 있다. 또 의회민주주의는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형성하기 위한 보증적 역할을 수행한다.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국회에서 정당활동의 정상화와 삼권분립의 헌법적 규범력 강화를 병행한다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야당이지만 국회의장과 함께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입법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함으로써 헌법교과서가 요청하고 있는 입법부에 의한 행정부의 견제를 국회의 장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갖기를 바란다.

현재 한국 국회의 자존감은 무척 낮으며, 심지어는 국회의원을 처음 보는 ‘낮선 사람’보다도 못 믿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국회가 혁신돼 국민적 신뢰기관으로 변신한다면 대한민국은 뜻밖의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이고 고질적인 여러 가지 ‘한국병’들도 치유되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요컨대, 절대다수 야당 출신 국회의장의 등장이 국회혁신과 한국민주주의 역사에 ‘삼권분립의 민주주의’라는 대전환적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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