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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현대차의 美조지아주 투자와 바이든의 '땡큐'에 숨은 그림

김현재 입력 2022. 05. 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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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정의선-바이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논설위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생산 거점을 만드는 데 55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같은 시각 브라이언 캠프 미 조지아주 주지사도 "주 역사상 최대 경제개발 프로젝트"라고 환영했다. 캠프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다. 민주당 대통령의 경제 외교 성과를 야당 주지사가 톡톡히 활용한 것이다.

기실 현대차 그룹의 조지아주 투자 계획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작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때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엔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 추진 프로젝트도 포함됐었다.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은 2019년 캠프 주지사가 방한한 이후 꾸준히 추진돼온 사업이다.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조지아주 투자 계획 외에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의 분야를 합해 총 10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했다. 금액으로만 보면 작년 발표 때 보다 30억 달러가량 늘어난 것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 기업 '액티브'와의 자율주행 상용화 추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후 로보틱스 사업 확장 등 기존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맞춰 천문학적 투자 계획으로 보이게 하려는 일종의 패키지 발표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정의선 회장과 독대하고 발표장에서 '땡큐'를 연발했다. 캠프 주지사는 공장 예정 부지인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기념식까지 열고 "엄청난 투자다. 우린 8천100개의 새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캠프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힌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 2020년 미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의 부정투표 무효화 요구를 묵살하고 1만2천 표 차 초박빙의 바이든 승리를 인정했다. 대선 결과를 '새빨간 거짓말'(Big Lie)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는 캠프 주지사에 대한 앙갚음으로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인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을 캠프 주지사 경선 대항마로 내세웠다. 현재 미국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의 손아귀에 있다고 할 정도로 그의 당내 영향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조지아주에서만큼은 트럼프의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캠프는 퍼듀를 20%포인트 이상 앞선다. 만약 캠프가 퍼듀를 이기고 공화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트럼프의 도움 없이 공화당 경선에서 이긴 최초의 거물급 정치인이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퍼듀에겐 트럼프가 있지만, 캠프는 트럼프를 빼고 모든 것이 있다"고 했다. 오로지 트럼프에만 의존하는 퍼듀와 지난 4년간의 높은 업무 평가, 현대차 그룹 투자 유치 등 굵직굵직한 지역경제 활성화 프로젝트 등이 캠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로선 조지아주에서 캠프의 당선이 유력하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민주당 후보 당선이 최선이겠지만,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친트럼프 인사가 당선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두 사람의 이해가 일치하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9%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로 경제난이 장기화하고,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의 난맥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지지율 40%마저 무너졌다. 미국 유권자들 상당수는 "트럼프 때가 더 살기 좋았다"고 말한다. 이런 여론이 11월까지 계속 갈 경우 바이든은 최악의 중간선거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 정 회장과 함께 연단에 선 바이든 대통령이 "첨단 자동차 기술에 대한 50억 달러가 넘는 투자와 조지아주 사바나에 55억 달러를 들여 짓는 공장이 내년 1월까지 8천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한 말은 미국 유권자 들으라고 한 소리다.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의 파격적인 대미 투자를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 한미 가치 동맹을 위한 결단 등 국제정치적 요인이나 애국심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 투자계획 발표가 나오고 대통령들이 그 옆자리에 서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그러나 기업 이익을 최고 가치로 삼는 이들 기업이 단지 애국심이나 국제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천문학적 투자를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각종 세액 공제와 공장용지 무상 제공 등 파격적인 투자 조건이 기업의 이해를 충족시켰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인 대만 TSMC, 일본의 도요타ㆍ파나소닉,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폴크스바겐 등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로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 수천 개가 생기는 것은 한국 내에 좋은 일자리 창출 기회가 그만큼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636억7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직접투자는 338억9천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동맹 미국은 자국의 이익과 국내 정치적 득실 계산 속에 적극적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는 우리 기업의 '한국탈출'을 경제 동맹의 성과라며 기뻐만 할 일인지는 모르겠다. 우리 경제가 미국 경제보다 더 좋은 상황인가?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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