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 2연패→어게인 쌀딩크' 박항서 감독 "스즈키컵 탈환이 다음 목표"[일문일답]

허행운 기자 2022. 5. 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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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제 31회 2021 동남아시안(SEA)게임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대회 2연패에 성공한 박항서(64)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제한된 해외 취재 환경으로 인해 온라인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대회 우승 소감을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를 한국 축구팬들에게 전했다.

ⓒAFPBBNews = News1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은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SEA게임 축구 남자부 결승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2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월남이 1959년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었고 베트남 이름으로의 우승은 지난 2019년 필리핀 대회에서 박항서 감독 지휘 아래 60년 만에 처음 나왔다. 그리고 이번 2연패까지 성공하며 박항서 감독은 다시 베트남에 '박항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박항서 감독은 2001년 SEA게임 남자 축구 규정이 A대표팀 참가에서 U-23 대표팀 출전으로 바뀐 후, 연속 우승에 성공한 첫 사령탑이 됐다. 또한 베트남은 대회 내내 8골을 기록하는 동안 단 한 개의 실점도 나오지 않았다. SEA게임 역사상 두 번째 '전경기 무실점 우승'에 해당하는 진기록이다.

박 감독은 "어제 잠을 못자서 목소리가 잠겼다"라며 입을 뗀 후 "이번 대회가 베트남에서 열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지난 스즈키컵에서 태국에 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는데 우승해서 기쁘다"라며 "U-23 대표팀을 이끄는 마지막 대회였기에 더욱 개인적인 의미가 컸다. 2연패라는 사실이 더욱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인사를 전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디제이매니지먼트 주최 화상 인터뷰 캡쳐.

▶다음은 박항서 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U-23 대표팀을 맡았던 동안의 성과는

이번 SEA 게임 2연패가 가장 큰 성과다. 이번 대회 선수들은 V리그에서도 주전이 아닌 2군 선수들로 구성됐다. 경기력이 지난 대회보다 떨어지는 선수들이었으나 우승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베트남 프로축구계에 한국처럼 연령별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직 구단에서 인식을 못하고 있다. 그래도 베트남 축구계에서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건 안다. 그 부분이 소득이라고 본다.

- U-23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셨다

베트남 생활 만 5년이 돼간다. 두 팀을 맡다보니 어려움이 많았다. 한국처럼 이원화가 돼 전담 지도자가 있지도 않았고 대회마다 코치를 차출해야 했다. 환경적으로도 행정적인 처리가 안되다보니 준비과정에서 어려움도, 스트레스도 많았다. 이제 팀이 이원화 되기 때문에 솔직히 성적 부담도 좀 덜고 하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스트레스야 계속 있겠지만 줄어든다고 보면 될 것 같다.

- 한국으로 돌아오실 계획은 없나

가고 싶다 해도 받아줄 곳도 없다(웃음). 한국에 젊고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다. 그 부분에는 욕심 없다.

- 전날(22일) 경기에서도 금성홍기(베트남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휘날리던데.

사실 코로나 19와 다른 복합적인 요인들로 베트남과 한국 관계에 여러 문제가 있었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복원됐으면 한다. 제 역량은 조그맣지만 축구를 통해 한국의 위상을 베트남에 알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타국에서 조국 국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타국에서 일하다보니 표현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다.

- U-23 지휘봉을 물려받는 공오균 감독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베트남에서 경험한 베트남 축구의 문화를 알려주는 정도다. 공 감독 나름대로 축구 철학, 선수 관리와 기용, 전술 및 전략이 있는 법이다. 감독의 고유권한이기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제가 선배지만 그 점은 후임 감독에 대한 예의라 생각한다. 베트남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만 돕겠다.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끔만 할 생각이다. 감독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고 또 져야 할 것이다.

- 5년간 베트남 축구 발전에 대해 이야기해주신다면

아직 인프라는 많이 갖춰지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선수 발굴과 육성을 위해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야기는 하는데 프로구단 반대가 있어서 쉽지 않다. 한국에 있을 때 나도 협회의 제도들에 반대를 했던 편인데 이제와보니 한국이 좋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도 다 그런 제도가 정착돼 좋은 신인들이 나와서 그런 것이다. 베트남은 4년, 8년 후 월드컵 본선이라는 목표와 비전만 제시하는데 정책과 제도를 뒷받침하고 보완하지 않고 목표만 설정하고 있어 안타깝다. 내가 제도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디어를 통해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 신태용, 김판곤 감독 등 동남아 진출해 있는 사령탑들이 많다.

각자 타국에서 일하는 감독들이 대회에서 만나면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걸 가지고 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한다. 한국 지도자들이 열심히해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어디있나.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AFPBBNews = News1

- 우승 후에 눈물도 흘리시고 기도도 하시던데.

조금 울었다. 눈물이 조금 났는데 순간적으로 여러 생각이 스쳤다. 기도는 개인의 종교적인 이유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 중국전 승리도 엄청난 사건이었다. 당시를 떠올려보신다면.

베트남 내에선 다른 경기는 다 져도 중국은 이겨야 한다는 정서가 있다. 1차전도 잘 따라가다가 막판에 졌다. 그래서 홈에서 베트남 팬들이 더 불이 붙었다. 저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압박이 심했는데 다행히 승리했다. 그날이 베트남에서 중시하는 설날이었다. 그때 이겨서 베트남 분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섰기 때문에 아시안컵은 예선전 없이 자동 출전권을 얻었다. 일단 오는 25일에 A대표팀 소집해서 다음달 1일에 호치민에서 아프가니스탄전 A매치를 치른다. 이후에는 연말에 다가올 스즈키컵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 2002년 월드컵 20주년 행사가 있는데

연락은 받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오신다고 들었다. A매치로 인해 못 가게 됐는데 옛 동료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 가졌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많은 말들이 있었으면 한다. 아쉽게도 故유상철, 故핌 베어벡 감독과 빨리 작별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베어벡 감독은 오만 사령탑 시절 아시안컵에서 만났는데 걱정을 내가 많이 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러고 보지 못했다. 유상철, 베어벡 감독 모두 20주년을 같이 해주시리라 생각한다.

- 가벼운 질문으로 손흥민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는데 보셨나

경기는 보지 못했다. 소식만 접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계를 넘어 한국의 보물이다. 저도 베트남에서 손흥민 선수 아버지랑 친구라고 하면 날 다시 보더라. 그정도로 위상이 높다. 우리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됐다. 한국 프로경기 보면 모르는 선수도 많다. 뉴스는 보는데. 매년 유럽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위상도 올라가고 유망주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아시아를 넘어 한걸음 도약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젊고 훌륭한 지도자들도 배출되고 있으니 그 시기가 곧 올 것이다. 아울러 베트남 축구에 관심과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가 되겠다.

- 마지막으로 이번 월드컵 성적을 예상해 보신다면.

결승진출. 이러면 감독님께 너무 부담주는 건가 모르겠다(웃음). 감독님을 비롯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아마 좋은 결과물을 내리라 본다. 20년 전 히딩크 감독님이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그 말이 다시 나올 수 있는 월드컵이 될 것이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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