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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페미는 국제망신"vs"공약"..진중권·서민 맞붙은 '흑서 대담'

김태호 입력 2022. 05. 23. 18:01 수정 2022. 05. 2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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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조국흑서' 저자 대담 2편

“(윤석열 정부의) 반페미는 국제 망신”(진중권)
“반페미는 공약, 지키는 게 당연”(서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률 회계사,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 기자는 2년 전 나온 책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 흑서)에서 조국 사태를 위시한 진보의 위선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정권을 비판하며 ‘장외 야당’ 노릇을 자처했던 흑서 저자들은 새 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담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진행됐다. 권경애 변호사는 허리통증으로 불참했다. 전화상으로 저자들을 격려했다. 대담 초반 저자들은 “정권을 내준 민주당이 여전히 강성지지층에 기댄 채 팬덤 정치에 함몰됐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지난 12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김경률 회계사,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강양구 TBS과학전문기자가 중앙일보 상암사옥에 모여 대담을 펼쳤다.

지난 1편 이후 대담이 진행되며 저자들은 윤석열 정부와 정의당, 시민사회를 향해 매서운 비판들을 쏟아냈다. 올해 초 정의당으로 돌아간 진 전 교수와 보수 지지를 공언한 서 교수는 대담 중 격론을 벌이며 부딪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거울상’”


진 전 교수가 윤석열 정부 비판에 앞장섰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검찰 출신’과 ‘서울대·5060·남자’를 중용한 것을 두고 “충복들과 쉰내가 팔팔 나는 사람들만 뽑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대선 막판 20·30여성들이 국민의힘에 등 돌렸던 경험을 잊은 채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 등 극우적 색채를 띤 정책을 이어간다”며 “MB의 ‘중앙차선제’, 노태우의 ‘북방정책’, 김영삼의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 등 과거 보수 정권이 추진했던 실용·개혁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좌·우 방향성을 반성할 게 아니라 ‘극단성’을 반성하며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계사도 “윤석열 정부가 노태우 정부 정도를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석열 내각 에 대해 "쉰내가 팔팔나는 '서·오·남' 정부"라고 비판했다.
강 기자 역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거울상’이 되어간다”며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후위기 논의가 빠진 점은 곱씹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윤 정부 (원전) 정책이 단순히 ‘문재인 정부 반대’를 위한 탈원전이라는 인식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진보·보수를 떠나 ‘반 페미’ 등을 외치며 세계가 나아가는 길에 역행해선 안 된다”며 “기후위기 대응 역시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 문제 관점에서 봐야지, 기업의 시선에 갇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서 교수는 “탈원전과 반 페미 노선은 대선 공약이었기에 실천은 당연한 일”이라며 반론을 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국민이 윤 정부가 낸 모든 공약에 다 동의한 것이 아니”라며 “특히 반 페미를 주창하며 해외 언론에서 ‘여성혐오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건 국제 망신”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를 두고 두 저자는 한동안 격론을 펼쳤다.
저자들은 새 정부에 기대감도 드러냈다. 강 기자는 “새 정부 들어 관료 집단이 전면 배치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고, 진 전 교수 역시 “새 정부에 별 기대는 없지만, 지난 5년간의 ‘연성독재’로 망가진 자유민주주의 시스템만 정상화하고 복원만 하더라도 이는 윤석열 정부 업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저자들은 거대 양당 문제는 결국 정의당을 비롯한 제3의 정치 세력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진 전 교수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정의당이 민주당 프레임에 갇혀 제 역할을 못 한 채 끌려다녔다”며 “정의당이 필리버스터를 막는데 가담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진보의 자기부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기자도 “일련의 사태를 통해 정의당이 어떤 식으로든지 한번 흔들어져, ‘헤쳐모여’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민주당과 별다를 게 없어진” 정의당의 정체성 문제를 지적했다.
서민 단국대 교수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대담에서 윤정부의 '탈원전''반페미'노선과 정의당 류호정 의원 '무용론'을 두고 이견을 보이며 격론을 펼쳤다.
서 교수는 “정의당 의석수가 많지 않아 (비례대표를) 신중하게 뽑았어야 했다”며 “능력도, 업적도 없는 20대 류호정 의원을 비례대표 뽑은 건 (정의당에) 낭비”라고 비판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류호정은 많은 일을 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 기억나는 의정활동이 있느냐”라며 서 교수 말을 반박했다. 진 전 교수가 “20대 여성 의원의 의정 활동을 ‘무능’이란 틀로 찍는 건 여성혐오”라고 지적하자, 서 교수는 “20대는 배우고 업적을 쌓아야 할 나이”라고 맞받아쳤다. 두 저자는 치열한 격론을 한참 이어갔다.
김 회계사는 “검수완박 국면에서 ‘위장탈장’은 사사오입에 준하는 ‘입법테러’로, 이에 가담한 정의당에 정나미가 싹 떨어졌다”며 “지난 5년간 이런 진보의 유일한 자기 동력인 지적·도덕적 우위가 유실됐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가 사라졌다”


조국흑서 저자들은 ″'조국사태'와 '윤미향 사건'으로 한국 시민사회와 진보진영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조국사태’ 이후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실종된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출신 김 회계사는 “(시민사회를 붕괴시킨 건) 조국사태도 조국사태지만, ‘윤미향 사건’의 충격이 컸다”며 “시민사회가 부패에 둔감했고, 드러난 부패를 심지어 덮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진보의 세 기둥인 노동·학생·시민운동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라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정책 수립·실행에 참여한 시민사회가 권력과 유착돼, 지난 정부에서 게걸스럽게 해 먹다가 들통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야 당파싸움에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할 시민사회가 기득권화해 진보의 재생산 구조가 끊겼다”고 평가했다.

한편 강 기자는 “여전히 최저임금보다도 못한 활동비를 받고 활동하는 밑바닥 시민운동가들의 노력과 헌신마저 매도되는 게 화나는 지점”이라며 “시민운동 상층부 명망가들이 과거 10년 보수 정권에서 얻은 ‘아우라’와 ‘권위’를 본인들의 이득을 위해 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서 교수는 “진보 진영의 이런 침체 속에서 보수 진영도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건전한 시민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20·30세대 여성의 진취적·진보적 태도에 희망을 걸고 있다”며 “우리 같은 (지나)갈 세대 대신, 이들에게 맞는 진보의 새로운 서사가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흑서 2년, 남은 것은…”


조국흑서를 펴낸 지 2년이 흘러 정권이 바뀌었지만, 저자들은 ″기대도 후회도 없다″라는 자조섞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조국 흑서 2년, 그들에겐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였을까. 강 기자는 “앞으로 5년 뒤 조극 흑서를 썼던 걸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4년 뒤쯤 ‘다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같은 책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 교수는 “흑서를 통해 사회적 발언을 하게 됐다”며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놨다. 김 회계사는 “오죽하면 (조용히 살던) 나까지 이렇게 됐을까 싶다”며 “(조국사태 등은) 우리가 모두 공범이며 사회가 건강하게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 흑서 집필은 잔머리가 아닌, 정치적으로 건전한, 올바른 프레임을 짜는 일이었고, 그것이 갖는 힘이 있었다”고 평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의 반성, 그리고 윤석열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 출범을 기대했지만, 둘 다 아니게 됐다”면서도 “(조국 흑서를 썼을 당시) ‘그래야만 했나?’라고 묻는다면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후회할 것도, 기대할 것도 없다’”라는 자조 섞인 소회를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영상=정수경·조은재·이세영·이가진PD, 김신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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