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민주당 키울 힘 모아 달라"..봉하마을 뒤덮은 '노란 물결'

송오미 2022. 5. 2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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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대통령 돼 오겠다'던 文, 5년 만에 盧 추도식 참석
이재명·이준석·한덕수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 대거 결집
李 "盧 꿈 '사람 사는 세상·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이어갈 것"
"꺼져라"..일부 추모객들, 이준석·박지현에 항의·야유도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노무현재단

23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온통 '노란 물결'로 뒤덮였다.


마을 진입로는 추도식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승용차와 관광객 버스, 걸어가는 추모객으로 붐볐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모자를 쓰거나 노란색 우산 등을 들고 봉하마을을 찾았다. 마을 초입부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까지 약 800m에 이르는 길에는 노란 바람개비와 함께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정신 우리가 함께 이어나가겠습니다" "깨어있는 강물이 되어 노무현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겠습니다" "정의와 사랑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등이 적힌 플랜카드가 가득했다. 노란풍선과 함께 파란풍선도 곳곳에서 보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추모객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진 등이 박힌 뱃지와 엽서를 나눠주거나 노란 종이 바람개비를 만들어줬다.


한 자원봉사자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추모객들에게 종이 바람개비를 만들어주고 있다. ⓒ데일리안 송오미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추도식이 최소 규모로 치러졌으나, 올해는 방역 제한이 풀리면서 구름 인파가 몰렸다. 노무현재단 측 추산에 따르면, 이날 추모객은 1만 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추도식 시작 30여분 전부터는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 상록수가 봉하마을에 울려 퍼지며 분위기를 달궜다.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의 모습이 보인다. ⓒ노무현재단

이날 오후 2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집결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퇴임 후 첫 공개 행사 참석이기도 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7년 추도식 때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라고 했었다.


추도식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0시께 봉하마을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 기념관으로 운영될 '깨어있는 시민 문화체험전시관'을 관람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머무는 자택으로 이동해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도시락 오찬을 했다. 이해찬 전 대표, 이낙연·문희상·정세균 당 상임고문 등도 함께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전 대통령이 이날 모종의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는 따로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와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서 참배를 마친 뒤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인사들은 지지층을 위로하며 6·1 지방선거에서의 결집을 호소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대선 패배 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그럴수록 더 각성해서 민주당을 키워나갈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정세균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퇴임 후 시민 곁으로 돌아가 시민과 함께 이루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꿈은 국가가 국민을 존중하는 사회였다"며 "시민권력으로 탄생한 노 전 대통령을 우리가 여전히 그리워하는 이유는 어쩌면 끝끝내 이루지 못한 그의 꿈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 가슴 속에 남아있는 그의 못다 이룬 꿈이 이 자리에 함께한 시민 여러분의 힘으로 완성되길 진정으로 고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위원장은 이날 추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이 꾼 사람 사는 세상의 꿈과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며 "노 전 대통령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


전날(22일) 밤 봉하마을을 찾았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3년 전의 일이 반복될까 두렵다"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전직 대통령 수사에 착수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재명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음해와 공격, 수사가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느냐"고 했다.


한편 여권에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한 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 대표는 일부 추모객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추모객들은 이 대표를 향해 "집에 가라" "꺼져라"고 외쳤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에게 "물러나라" "끌어내려야 한다"며 야유를 보내는 추모객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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