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현대차 대규모 미국 투자, 한국도 최고 매력 투자처로 바꾸자

조선일보 2022. 5. 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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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바이든, 세계 최초 3나노 웨이퍼에 사인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방명록 대신 반도체 소재인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두 정상이 서명한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3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웨이퍼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해 우리 대표 기업들이 수십조원씩 미국에 투자하는 신규 투자 계획을 앞다퉈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첨단 3나노 반도체 제품을 선보이며 미국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재확약했다. 현대차 그룹은 조지아주에 연 30만대 규모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로보틱스·UAM(도심항공모빌리티)·자율주행 등을 포함해 총 10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미국 대통령을 기쁘게 했다. LG에너지솔루션, SK그룹은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한화그룹은 태양광 모듈 공장을, 두산·GS 등은 소형 모듈 원자로(SMR) 사업을 미국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는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선제적으로 올라타겠다는 경영적, 전략적 결정이다. 하지만 여기엔 미국이 한국과 비교도 안될 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씁쓸한 배경도 있다. 미국은 삼성이 20조원을 투자하면 그중 9조 원을 세액 공제 형태로 돌려준다. 현대차에 대해선 공장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유연한 고용 조절이 불가능한 한국과 달리 미국에선 언제든지 저성과 근로자 해고가 가능하고, 근로자 평균 임금도 한국보다 낮다.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도 다양하게 보장된다. 기업들이 돈을 싸 들고 미국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의 핵심은 불법 폭력 시위가 판을 치는 노동 문제와 정부가 하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규제 개혁이다. 기회는 있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180석 거대 의석을 기반으로 규제·노동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졌으나 도리어 정반대로 나갔다. 노동 개혁은커녕 박근혜 정부가 어렵게 이루어 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해고 요건 완화마저 백지화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각종 반기업 규제를 쏟아냈다. 대주주 의결권 행사를 제약하는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면서 차등 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은 외면했다. 그러면서 노동 3법 개정, ILO 협약 비준 등 노동계 요구는 대부분 수용했다.

문 정부 5년간 해외로 나간 기업 투자금이 56조원으로 역대 정부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연평균 해외 투자가 1만2000건이 넘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20~28% 늘었다. ‘타다 금지법’처럼 신생 기업의 싹을 자르는 규제 입법 폭주가 거듭되면서 우버·에어비앤비 등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60%는 국내에선 사업이 불가능한 환경으로 전락했다. 원격의료·자율주행·인공지능 등 4차 산업 분야 국내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수는 12개로, 전 세계 유니콘 기업(1051개)의 1.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잠재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는 저성장의 늪을 어떻게 탈출할 수 있겠나.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 시장친화적 환경 조성을 통해 한국을 세계 최고의 매력적 투자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이야말로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과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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