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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구원투수로 주목받는 '슈퍼공무원'[인구와 경제]

입력 2022. 05. 2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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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슈퍼공무원 등장으로 지역 마을 활력
인구소멸 위기 처한 한국도 슈퍼공무원 등장 기대
관민에 정통한 슈퍼공무원 적극 발굴해야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화요일 연재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공무원들이 새 정부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37>일본서 성공한 슈퍼공무원 한국서도 가능할까?

몇 년 전 일본에선 ‘나폴레옹의 마을’이란 드라마가 방영됐다. 지역소멸이란 현실문제를 다룬 농촌드라마다. 우수한 중앙공무원이 소멸 위기에 처한 농촌마을 재건임무로 파견된 후, 갈등·응원의 우여곡절 끝에 마을을 되살린다는 이야기다.

인구해법으로 지역재생을 내건 정부정책의 홍보수단이란 비난에도 불구, 인기스타를 내세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농촌위험이 공감되며 지역활성화의 정당성·시급성도 공유됐다. 지역재생의 성공조건이 줄거리에 반영되며 확고한 신념, 주민과의 교류, 빼어난 아이디어 등도 소개됐다.

뒤이어 ‘한계취락주식회사’란 드라마도 나왔다. 경영컨설턴트와 워킹푸어의 청춘남녀가 시골농가를 되살리는 고군분투기다. 도농연계형 지역농산물의 판매다각화에 초점을 맞춰 내용상 차별화를 꾀했다. 제도 피로와 여론소외로 용두사미이기 십상인 균형발전론이 드라마에 힘입어 문제공감·정책 필요의 국민관심을 묶어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지역활성화는 누가 하느냐’로 요약된다. 한계취락의 성공요소 중 인적자원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는 선행연구·해외사례에서도 빠지지 않는 핵심포인트다. 즉 지역재생의 키는 '사람'에게 있다. 마을을 떠나거나 낙담하며 시간을 보내던 곳에 희망을 논하는 재생실험이 있다면 이는 십중팔구 사람 덕분이다. 화전마을이 아닌 한 주민이 완벽히 증발된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마을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미 등록인구 0(제로)의 유령마을 출현은 예고됐다. 사망(자연감소)과 전출(사회이동)이 계속되면 무인동네는 시간문제다. 결국 사람을 통한 지역부활만이 소멸위험을 낮춘다는 원래 주제로 돌아간다. 특히 지역성과 혁신성의 절묘한 결합인 ‘원주민+이주민’의 협력모델이 좋다. 둘다 지역주민이란 이해관계가 같아 실천의지·행동기제가 자연스럽다.

유인효과만 있으면 손쉽게 움직인다. ‘재생성과=본인이익’이라면 누구든 치열하고 꾸준하게 참여한다. 먼저 새로운 피인 외부인부터 주목할 때다. 연고를 만들어 관계인구화하는 차원이다. 즉 패배·열위감이 팽배한 위기마을을 구해낼 부활작업의 촉진·실천자로서 구원투수는 당사자성을 품은 외부시선이 적합하다. 가령 젊을수록, 뜨거울수록, 기발할수록 승률은 높다.

수도권에서 가장 극심한 인구 감소현상을 보이는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빈 집의 모습. 경원선 기차의 종착지인 신서면 대광리는 한때 연천에서 번화한 지역으로 인구가 최대 8,000명에 달했으나 현재 인구는 기존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구감소와 함께 학생 숫자도 급감해 이 지역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2020년부터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재생 핵심인재 ‘슈퍼공무원’

지역재생의 구원투수는 몇몇 범주로 구분된다. 주력멤버는 민간주민·시민조직이다. 객체로 전락해온 마을의 주인·토대인 주민(조직)이 부활작업의 주도권을 쥐는 건 당연하다. 다음은 U·I·J턴 이주·정주인구다. 다양한 외지경험으로 고인 물일 수 있는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넣는 우군이다.

또 다른 새로운 피는 공무원그룹이다. 지역활성화가 본업인데다 당사자성을 갖춘 유력한 인적자원이다. 새로 임용된 청년공무원이나 터닦고 살던 퇴직공무원이 잠재후보다. 일본에선 이들 역할을 주목한다. 바로 지역활성화의 기대효과를 극대화시킨 ‘슈퍼공무원(スーパー公務員)’이다.

필자의 현지조사에서도 슈퍼공무원은 결정적인 성공요소였다. 예외없이 민관연결형의 강력한 인적자원이 재생작업의 중심에 섰다. 원래 슈퍼공무원은 예산배분·행정지도에서 벗어나 공무원 스스로 생각하고 리스크를 지며 정책조정에서 정책입안으로 역할을 바꾸자는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지금은 몇몇 지방공무원이 주도적인 기획·실천으로 지역활성화의 성공사례를 만들며 관심을 확장시켰다.

실례를 보자. 이시카와현 하쿠이시(羽咋市) 계약공무원인 다카노 조센(高野誠鮮)은 지역토산품인 고시히카리 쌀을 ‘미코하라쌀(神子原米)’로 브랜드화해 대히트를 쳤다. 2012년 이 스토리는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 과소마을을 구한 슈퍼공무원은 무엇을 했을까'라는 책으로 출간돼 지역활성화의 대표사례로 등극했다.

앞서 언급한 ‘나폴레옹의 마을’이 이를 드라마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인구 2만1,000명 중 절반이 고령인구인 소멸 위기 마을의 공무원이 일본 최고의 고급쌀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후 쌀은 없어서 못 팔뿐더러 후광효과 덕에 원료로 한 술까지 고급반열에 올라섰다.

데라모토 에이지(寺本英仁)라는 1971년생 지방공무원도 유명사례다. 6,000명에 불과한 시마네현의 작은 마을 이와미초(石見町)의 공무원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이래 지금은 내로라 하는 유명인물로 자리 잡았다. 그가 주도·참가한 지역활성화가 호평을 받으며 대내외 수상경력도 화려한 슈퍼공무원이다. 지역휴게소부터 인터넷사이트·특산품 콘테스트·먹거리 여행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며 중앙정부가 임명하는 지역활성화 전문가로 성공경험을 전수하고 있다. 지역명물을 원자재로 한 레스토랑을 연거푸 세우는 등 특히 식문화특화형 지역전문가로 변신했다. 2018년 그간의 실험경로를 담아낸 '빌리지 프라이드: 0엔 창업의 마을을 만든 공무원 이야기'란 책도 냈다.

일본 최초의 파산지자체 유바리시(夕張市)의 재생주체도 중앙파견의 슈퍼공무원이 주도했다. 지금은 최연소 홋카이도 도지사로 영전한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란 인물이다. 방만투자·재정유용·분식회계 등으로 절멸위기에 선 마을을 구조개혁·외지시선·혁신제품 등으로 구해낸 일등공신이다. 지방세는 최고 수준인데 공공서비스는 최저 수준인 한계마을에 새로운 재생실험을 이끌어냈다. 스스로 ‘제2의 고향’을 되살리겠다며 기존 관성을 깨고 관민협업을 이뤄내 부활작업을 지휘했다. 임기를 마치고 도쿄로 되돌아갈 때는 주민들의 눈물환송이 화제가 됐다.


한국적 슈퍼공무원의 발굴·성공조건

한국에서도 지역재생의 핵심인재로 슈퍼공무원이 존재·발굴될 수 있을까. 지금껏 슈퍼공무원은 지역활성화를 위한 빼어난 존재감과 역할론에도 불구, 실존하기 어려웠다. 공무원 사회의 폐쇄적인 인사제도와 행정편의의 업무관행 등 경직적인 조직문화가 한몫했다.

철밥통이란 별칭처럼 ‘가늘고 길게’의 왜곡된 직업관이 혁신보다는 안정을 택하도록 유인하기도 했다. 계약직의 외부멤버조차 관성에 휩쓸리는 게 일반적이다. 더 잘한다고 민간처럼 강력한 인센티브도 없으니 업무 자체의 변화·도전을 위한 자세는 소극적이다. ‘적당주의’의 고착화다.

아쉽게도 ‘주민행복=본인이익’이 공감되기 쉽잖기에 균형발전 관련정책에 사활을 걸 동기는 약했다. 복지부동으로 유명한 일본도 그랬다. 하지만 지역재생과 슈퍼공무원이 매칭되며 성과를 내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관민정통의 노련한 숙련파워를 발휘할 환경조건·공감형성이 이뤄진 것이다. 한국도 충분히 기대된다. 상황이 변했고 해법도 달라졌다. ‘지역불행=직업불안’의 등식성립도 구체적이다. 지역이 무너지면 공무원의 삶도 계속될 수 없다는 당사자성의 확인·공감이 그렇다. 일본의 슈퍼공무원도 이런 절실해진 지역과 공무원의 이해일치에서 비롯된다. 인구감소로 지역이 소멸되면 그들의 일자리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정년은 보장돼도 인근 지역과의 불가피한 합병은 직주환경을 악화시키고 재배치로 낯선 업무를 부여받는 처지로 전락시킨다.

슈퍼공무원의 등판과 지역활성화의 성과는 불가분의 관계다. 성공적인 지역부활은 공무원의 본인이해와 가족미래에도 부합한다. 더구나 정년 이후의 새로운 삶을 위한 선택카드로 지역활성화는 꽤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일부는 지역활성화를 경험하며 공무원의 한계를 깨닫고 중간에 퇴직한 후 새롭게 직업화하는 시도도 있다.

이때 진정성과 에너지는 단순한 사무위탁 때와는 비교 못할 정도로 확보된다. 낯설지만, 한국형 슈퍼공무원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균형발전론이 갖는 국가의제로서의 시급성과 중요도를 봐도 뜨거운 관심과 수많은 자원의 투입은 불가피하다.

이미 한국의 지역상황은 충분히 한계직전이다. 방관해서도, 방치해서도 곤란한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 202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의석에 주어진 약 13만 명의 인구하한선을 지켜내고자 주민등록 옮기기 등 야단법석의 해프닝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지자체의 정치리더십에 한정된 이슈지만, 인구감소의 여파는 지방공무원의 생활악화까지 연결될 수밖에 없다. 주민이 없는데 공무원이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역활성화를 위한 슈퍼공무원의 존재는 필연에 가깝다. 민간보다 탁월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지역전문가답게 필요한 정보·인재·조직을 누구보다 잘 발굴·협력할 맨파워로서 슈퍼공무원의 배출환경은 충분히 농익었다.

지역운명을 쥐락펴락함과 동시에 활성화의 운명공동체인 슈퍼공무원이 많아질 때 정책과 현장과의 괴리축소는 물론 지속모델의 실현도 기대된다. 6월의 지방선거는 균형발전과 로컬리즘의 압축된 능력대결로 정리된다. 그 실행 체계로 슈퍼공무원의 발굴·활약을 포함하기를 기대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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