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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바이오 혁신 뒷받침한 미국의 '법규 혁신'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입력 2022. 05. 24. 04:45 수정 2022. 05. 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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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바이오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데는 많은 요소가 있다.

필자는 그 중 법·제도 제정과 지속적 개정을 꼽고 싶다.

업계, 환자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FDA의 필요성 인식은 '기존 재정투입 방식'의 심사관 확충에서 '신청자 수수료를 재원으로 하는 심사관 확충'이라는 '입법제도의 혁신'으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바이오업계의 경쟁력에는 '연구비 지원'만큼이나 '법규의 혁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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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규 대표

미국 제약·바이오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데는 많은 요소가 있다. 필자는 그 중 법·제도 제정과 지속적 개정을 꼽고 싶다. 그 예가 1992년 입법화한 '처방의약품 신청자 수수료법'(Prescription Drug User Fee Act-줄여서 PDUFA라고 한다)일 것이다.

미국은 한때 평균 신약 심사기간이 거의 2년이 걸리는 '신약허가 심사지연의 나라'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10년 넘게 의회에 심사관 충원을 위한 예산배정을 요구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

한편 업계는 심사지연으로 인한 신약출시 연기가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 대안에 대한 접근지연으로 인한 손실로, 회사에는 연구·개발을 완료한 약물의 출시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호소했다. 여기에 1980년대 말부터 활발한 에이즈환자들의 적극적 활동주의는 약물허가 지연으로 인한 환자들의 고통을 사회에 환기해주었다.

업계, 환자단체, 그리고 무엇보다 FDA의 필요성 인식은 '기존 재정투입 방식'의 심사관 확충에서 '신청자 수수료를 재원으로 하는 심사관 확충'이라는 '입법제도의 혁신'으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즉, 업계는 신약허가 심사료를 대폭 (현재 미국은 신규 신약 기준 310만달러, 약 35억원) 올리고 FDA는 이를 재원으로 심사관 확충 및 심사기준 선제대응 등의 토대를 만들어 심사 가속화를 이루고자 했다.

그리하여 1992년 탄생한 법안이 PDUFA(PDUFA I)였다. 5년에 한 번 개정하면서 업계와 FDA가 변화한 환경에 맞게 심사를 가속화하기 위해 필요한 중점사항들과 성과지표를 합의해왔다. 총 5차례 개정(PDUFA VI)을 거쳐 올해에 이르렀고 오는 9월 제6차 개정(PDUFA VII)을 앞두고 개정안이 공지된 상태다.

이 법안의 결과 다양한 신속허가제도와 새로운 가이드라인들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최근에는 매해 50여건의 신약이 허가되는 세계 최고의 '심사품질'과 '심사속도'를 실현했다.

2021회계연도 FDA의 예산은 61억달러며 이 중 연방정부 지원금액은 33억달러, 나머지 28억달러는 PDUFA에 의한 산업계의 심사수수료로 조달했다고 한다. PDUFA의 비중이 46%에 이른다.

심사수수료 인상이 △심사속도 개선 △새로운 과학에 대한 선제적 규제방안 논의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임상시험의 수월성 제고 △혁신기술들에 대한 규제투명성 제고로 모험자본들의 적극적인 투자 등과 같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지금 미국의 바이오분야 경쟁력은 초격차를 키워나간다. 놀랍다. 그리고 부럽다.

추종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 PDUFA 사례를 참고해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역량 확충을 위한 심사료 대폭 증액을 고려해보길 촉구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 제정된 소위 '생명윤리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허용 가능한 유전자 치료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10년 넘는 협의과정을 거쳐 2020년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일부 허용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바이오업계는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의 테두리에 갇혀 해외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반영한 법규' 내에서 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들을 시도하기 힘들었다.

법과 제도는 늘 균형점을 찾고 바뀐 현실(과학기술 정도를 포함)을 반영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만 '글귀'가 '현실'을 옭아매는 일이 없게 된다. 바람직하게는 '글귀'가 '현실'을 도와야 하는데….

우리의 정책입안자들과 정책연구자들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학기술계와 협력해 '과학기술의 방종'을 막아내면서 동시에 '혁신을 촉진'하는 현명하고 지속적인 규제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길 주문해본다. 바이오업계의 경쟁력에는 '연구비 지원'만큼이나 '법규의 혁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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