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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미동맹의 확장과 경제안보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입력 2022. 05. 24.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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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1일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회담 공동성명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한미동맹의 확장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안보동맹의 성격으로 인식되어왔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외교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명시적으로는 상호방위조약을 핵심으로 하는 안보동맹이 한미관계의 근간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팽창정책으로 세계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한미 관계는 새로운 차원을 맞이하게 됐다. 현재의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중국,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핵심 외교안보전략은 자유·민주·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간의 전략적 동맹관계 구축이다. 미국은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전략적 동맹구축에 힘써 왔는데,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을 이 지역 전략동맹의 핵심 축으로 격상시킨 회담이라 할 수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나라가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참여를 공식화한 것도 한미동맹 확장의 일환이다.

한미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장하는데 있어 빠질 수 없는 것이 경제협력이다. 이제 한미 간 경제협력은 단순히 무역활성화 수준이 아니라 경제안보 개념을 내재화한 협력이 됐다.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등은 일반적 상품이 아니라 한 국가의 이익과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전략상품이 됐다. 미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하자마자 이례적으로 삼성반도체 평택공장을 방문하고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단독회담을 가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포괄적 전략동맹체제 하에서는 전략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전략상품의 공급망을 전략적 동맹국가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상품과 부품의 수급을 안정화하는 한편 핵심기술이 중국, 러시아 등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경제안보의 접근 방식이다.

경제안보를 고려한 한미 경제협력은 기업에게는 도전이자 기회다. 우선 전략상품 공급망에서 점진적으로 중국, 러시아 등을 배제해야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선택지가 좁아드는 셈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비용이 가장 낮은 곳에 생산시설이 위치해야 되지만 경제안보 차원에서는 생산시설의 이전이 필요할 수가 있다. 또한 경제안보를 위해서는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 분산을 추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 기업의 비용을 높이고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기업은 비용절감과 기업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중단 없이 추진헤야 이 같은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

한편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통해 국내 기업들은 미국시장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기업들이 전략적 동맹국 시장에서 배제될 경우 국내 기업들에게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또한 미 정부는 전략상품의 미국 내 생산시설 건설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잘 활용한다면 시장확대와 함께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미국 내 생산기지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이 같은 도전을 극복하고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체제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줄 수 있다.

정부는 경제안보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생산시설을 이전해야 할 경우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에게 대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인도-태평양 역내 어느 나라에서든지 비즈니스 여건이 균일해 규제차익이 없도록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대화를 우리나라 정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이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됨에 따라 이제 한미 관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도전과 기회가 공존하는 새로운 한미 관계를 향후 대한민국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기 위한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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