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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조연에서 주연으로, 이정은의 현실 감각

손정빈 입력 2022. 05. 24.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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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신수원 감독 신작 '오마주' 주인공 맡아
'우리들의 블루스' 이어 주연작 선보여
"영화 주연작 처음 개봉 다가와 부담돼"
현실연기 극찬 "진실된 연기 위해 노력"
"주연 되고 집중 시간 길어져 큰 도전"
"나와 비슷한 배우들 영역 확장 바란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신수원 감독의 새 영화 '오마주'(5월26일 개봉)의 가장 큰 힘은 공감이다. 장편영화 세 편을 만든 뒤 슬럼프에 빠져 후속작을 만들지 못하는 '지완'의 모습은 출근하는 게 못 견딜 정도로 지긋지긋해진 직장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지완은 챙겨야 하는 가족도 있다. 아들은 엄마 영화는 재미없다고 타박하고, 남편은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자신도 돌보기도 벅찬데,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것은 이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지완이 더이상 젊고 건강한 몸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가는 세월이 야속한 건 관객도 똑같다.

그런데 이 영화, 사실 평범한 관객이 공감하기 쉽지 않은 설정을 바탕에 두고 있다. 직업이 영화감독인 사람을 가까이서 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작품의 큰 줄기는 영화감독 지완이 선배 여성감독의 영화를 복원하는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영화 복원이라는 것도 대부분 관객에게 생소한 분야이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꼭 내 얘기 같다. 그건 균형이 잘 잡힌 각본의 영향이면서 동시에 배우의 존재감 덕분이기도 하다. 지완을 연기하는 배우는 이정은(52). 이정은은 특유의 현실밀착형 연기로 '오마주'를 현실에 발붙여 놓는다. 이정은 특유의 연기 리듬과 분위기는 특수한 이야기에도 보편성을 부여한다. 신 감독이 이정은을 택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거라고 짐작하게 된다.

최근 이정은을 삼청동에서 만났다. 이정은에게 이제 드라마·영화에서 모두 주연을 맡는 배우가 됐다고 하자 그는 "그러니까요, 제가 주연 배우가 됐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올해 초에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 다 마치고 쉬고 있었어요. '오마주' 개봉 기다리면 기분 좋게 시간 보내고 있었는데, '오마주' 개봉일 잡히고 시사회 하고 인터뷰 하니까 하중이 느껴져요. 제가 주인공을 맡았으니까 많은 분이 찾지 않으시면 제 책임이 크잖아요. 감독님한테 그런 얘기를 했더니 본인 영화는 흥행이 된 적이 없다고 걱정 말라고 하더라고요. 순리대로 될 거라고요."


데뷔 후 오랜 시간을 단역과 조연으로 보냈다. 연기력은 진작에 인정받았지만, 주연 배우를 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가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연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각인하고 그 해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었다.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한 그는 그렇게 무슨 역할이든 믿고 맡길 수 있는 연기자가 됐다.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한지민·엄정화·신민아·이병헌·차승원·김우빈 등 슈퍼스타가 즐비한데도 주연은 이정은이다.

'오마주'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이정은은 극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이병헌이 연기하는 만물상, 김우빈이 연기하는 선장, 한지민이 연기하는 해녀는 누가 봐도 드라마 같지만, 이정은이 연기하는 생선장수는 실제로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그의 외모가 다른 배우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평범한 것도 있지만, 그의 연기가 유독 현실적이라는 감각을 시청자에게 준다는 게 더 결정적이다. 그는 세간의 이런 평가에 대해 "나는 내 연기에 부족한 게 보인다. 아마도 현실적으로 생겨서 그런 것 같다"며 자신을 낮췄다. "가족 이야기나 친구 나오는 게 저도 연기하기가 더 편해요. 고위 관직 연기하는 게 참 쉽지가 않아요."(웃음)

그는 연기 후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는 편이다. 현재 방송 중인 '우리들의 블루스'도 매회 챙겨보면서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 보는 편이다. 자기 연기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제대로 가닿고 있는 건지 파악해보는 작업이다. 때로 그는 소리를 완전히 죽여놓고 자기 연기를 보기도 한다고 했다. "말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데, 행동을 보면 거짓된 연기인지 진실된 연기인지 다 보인다"고 말했다. "남들은 몰라도 내 연기는 내가 보면 딱 알 수 있다"고도 했다. "작은 부분을 체크하는 거죠. 제가 볼 때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고민하고요."


이제 한 작품을 이끌어가는 배우가 됐다는 점은 분명 이정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큰 도전이기도 하다. 조연일 땐 촬영 분량이 많지 않다보니 짧게 짧게 집중해서 연기하면 됐지만, 주연일 때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가진 감정을 오래 유지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집중하는 시간이 길다는 건 내게 큰 모험이고 도전이었다"고 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할 때, 태리가 중요한 장면을 3박4일 간 찍은 적이 있어요. 전 그때 그냥 태리 어깨 두드리면서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했죠. 그러고나서 저는 옆에서 놀았어요.(웃음) 주인공의 감정을 장시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그때 태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게 됐어요. 태리한테 미안하더라고요."

조연일 때와 주연일 때, 둘 다 연기를 한다는 건 다르지 않지만 분명 다른 점도 있다고 했다. 이정은은 그 차이를 '조연은 자유롭다면 주연은 확실하게 보호받는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주인공 캐릭터에는 극 중 이야기와 함께 극 중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미 설정된 다양한 배경 서사가 함께 존재한다. 비중이 작은 캐릭터에는 당연히 주인공 캐릭터만큼의 서사가 있을 수 없다. 이제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건 배우의 몫이 된다.

"주인공은 구획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죠. 보호 받는 느낌이에요. 주인공 캐릭터를 두고는 감독·작가 그리고 배우가 명확한 스토리를 공유한다는 겁니다. 매우 촘촘하게 논의하니까 캐릭터를 더 세밀하게 그려낼 수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보조 캐릭터에는 그런 게 없어요. 물론 배우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말하며 밑도 끝도 없는 것이기도 하죠."

이정은은 연기 영역을 조연에서 주연으로 넓힌 게 단순히 자신만의 성과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도 "나를 통해서 다양한 개성을 가진 배우들의 연기 영역 확장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런 역할을 하라고 내가 먼저 부름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나를 찾아왔다"는 것이다. "저와 비슷한 길을 가는 배우들이 있을 거예요. 제가 주연을 맡았다는 건 그분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얘기일 겁니다. 저 개인적인 만족보다도 누구든 연기를 확장해갈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게 더 좋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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