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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스타일]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일

이은기 기자 입력 2022. 05. 24. 05:44 수정 2022. 05. 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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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한 공군 현역 장교가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을 건넸다.

'이 중사 특검법' 통과(〈시사IN〉 제765호 "'이예람 중사 특검법' 통과됐지만, 아버지는 기뻐하지 못했다" 기사 참조)를 축하한다고 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새어 나오려는 화를 참고 말했다.

이예람 중사는 사망한 지 360여 일이 지난 지금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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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프리스타일] 지면에서는 늘 진지하기만 한 〈시사IN〉 기자들, 기사 바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친한 친구의 수다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고 이예람 중사의 빈소가 마련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이 중사의 어버지가 딸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축하드립니다.” 한 공군 현역 장교가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을 건넸다. ‘이 중사 특검법’ 통과(〈시사IN〉 제765호 “‘이예람 중사 특검법’ 통과됐지만, 아버지는 기뻐하지 못했다” 기사 참조)를 축하한다고 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새어 나오려는 화를 참고 말했다. “이 사람아, 이게 왜 내가 축하받을 일인가. 너희 공군에서 무리하게 덮지 않고 처음부터 지침대로 수사했으면 예람이가 살아 있었을 텐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그 현역 장교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특검도 통과됐으니 장례를 치르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사견이라는 걸 재차 강조했다. 이예람 중사는 사망한 지 360여 일이 지난 지금도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아버지는 매일 빈소 한쪽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더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너희하고 국방부가 부실 수사해서 다 망친 걸 피눈물 흘리면서 도와주신 분들하고 같이 특검으로 만든 거다. 다시는 그런 얘기 하지 말아라.” 군이 감추고 무마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는 일.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처음 알린 지난해 3월3일 이후 매번 반복돼온 장면이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특검법이 통과되어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 중사가 피해를 신고한 뒤 엉망으로 진행한 수사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피해자가 사망한 후에도 ‘가해자 봐주기’ ‘늑장 수사’를 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 그런데 5월2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그는 이 중사 이야기만큼이나 군 내 폭력으로 사망한 다른 군인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어떻게 하면 군 내 폭력을 막을 수 있을지, 더는 사망하는 군인이 나오지 않게 할지 종일 생각한다고 했다.

딸의 죽음 이후 군 내 폭력으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또 다른 군인들의 죽음을 목격했다. 사건을 무마하는 데 익숙한 군은 도무지 폭력의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법이 없었다. 어느새 이 중사 아버지에게 이 중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은 또 다른 군인이 이 중사와 같은 상황에 놓이지 않게 하는 일이 되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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