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증권거래세 폐지하는데..한국은 주식양도세 폐지, 왜

김소연 입력 2022. 5. 24. 06:00 수정 2022. 5. 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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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답을 찾다]
국가마다 상황에 맞춰 양도세·거래세 부과
미국·독일·일본은 양도세 VS 홍콩·싱가포르는 거래세
"장기적 관점서 과세 체계·원칙 마련해야" 지적

코로나19, 신냉전, 기후변화 등이 몰고 온 글로벌 대격변기. 혼탁해지는 세계질서 속에 대한민국은 거센 풍랑을 만난 것처럼 혼돈과 위기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빠진 형국입니다. 그간 짓밟힌 기업가 정신, 손상된 국격의 복원을 위해 안으로부터 개혁이 절실한 때입니다. 20대 대통령 취임을 앞둔 윤석열 당선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이데일리가 한발 먼저 나섭니다. 정치·경제·사회 등 세계 주요국가에서 통용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찾아 우리 사회와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윤석열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주식양도세) 과세를 2년 유예하고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023년에 맞춰 양도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던 증권사 및 기관들은 혼란에 빠졌다. 2년 유예 이후 양도세 폐지가 가능한지도 현재로선 파악하기 어렵다. 여소야대 국회 지형에서 공약대로 법 개정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특히 윤 정부의 주식양도세 폐지 방침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양도세 폐지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제도를 점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정부, 금투세 부과 2년 유예·양도세 폐지 가닥

23일 금융투자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대 대선 과정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주식 양도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 역시 주식 양도세 도입 시 ‘큰 손’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떠나갈 것을 우려하며 양도세 폐지를 지지해왔다.

윤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세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세법을 개정해 오는 2023년부터 모든 상장 주식에 대해 연간 5000만원 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 양도세(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연간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과세표준 3억원 이하 20%, 3억원 초과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대신 증권거래세는 기존 0.25%에서 0.15%까지 0.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하기 전에 이를 유예하려면 다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소득세법을 고쳐 시행 시기를 변경해야 한다. 시행령 변경의 방법으로의 유예는 불가능하다. 시행 시기와 과세 범위, 공제 한도, 과세표준, 세율 등 주요 내용이 법에 명시돼 있어서다. 결국 국회 동의가 필수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법 개정안의 경우에는 매해 발표시기인 7월 말, 8월 초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는 예산안과 같이 제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윤 정부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과제는 초고액 주식보유자를 제외하고 추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초고액 주식보유자 기준은 개별 종목 주식을 10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증권거래세는 적정수준에서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여기에 더해 윤 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행 양도세 대상 대주주는 본인, 배우자 및 부모·자녀 등 직계존비속 등 가족 보유 주식을 모두 합산해 과세 대상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데, 합산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양도세 부과? 폐지?” 정답은 없다…장기적 계획 필요


주요국은 어떤 식으로 세금을 부과할까. 미국, 독일, 일본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만 부과하고 있다. 반대로 대만은 양도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고 있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는 증권거래세만 부과한다. 국가마다 상황에 맞는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양도세 폐지·부과에 정답은 없는 셈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세금 부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본의 경우 장기적인 추진계획으로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양도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1947년부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하다가 1953년 증권거래세를 채택했다. 이후 다시 1989년부터 양도소득세를 재도입하면서 10년간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했다.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증권거래세 세율을 낮춘 것이다. 조세 저항이 있을 수 있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어 긴 텀을 두고 개편을 실시했다.

반면 대만의 경우에는 주식시장 과열을 억제하려고 양도소득세를 급격하게 도입했다가 시장이 폭락하면서 도입을 철회했다. 장기적인 계획 없이 급격하게 추진했던 양도세 부과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시장의 급격한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세제 개편은 장기적인 플랜에 따라 원칙을 가지고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양도세 부과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현재로선 주식시장, 파생상품 양도세 부과가 제각각이다. 원칙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칙 없이 단순히 세수 확보를 위한 개편은 시장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땜질식 개편은 결국 기형적인 세재 환경을 만들게 된다”며 “정치적 여론 등에 흔들리지 않고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의 시장에서 양도세 부과를 어떤 방식으로 할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소연 (sy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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