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일상 속 문화사] 낯선 비주얼 뒤에 숨은 '익숙한 이야기'.. 관객은 열광했다
화면에 보이는 건 머나먼 은하계지만
서사 구조는 서부극·전쟁영화 판박이
사무라이 투구 닮은 다스 베이더 헬멧
제국군 장교 군복은 독일군 복장 변형
햄버거빵 붙인 듯한 레아 공주의 머리
멕시코 혁명 반란군 女 지휘관 모티브
하지만 ‘스타워즈’가 모든 예상을 뒤집고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큰 기대 없이 극장을 찾았던 미국 관객이 “멀리 떨어진 은하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열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이 영화가 가진 뛰어난 비주얼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흥행요소지만, 1977년에 나온 ‘스타워즈’ 1편은 이미 앞선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었다(훗날 에피소드 4라고 불리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영화를 보러 들어간 관객은 거대한 이야기, 혹은 세계관의 일부를 중간부터 보게 된 셈이다.
그런데도 관객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두고 평론가들은 “익숙한 이야기를 낯선 비주얼 속에 숨겨 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화면에 보이는 건 멀리 떨어진 은하계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서부 영화, 사무라이 영화, 전쟁 영화라는 것이다. 관객에게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의상과 무기가 등장하는 영화이니 처음 보면서도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낯설어 보이는 의상 역시 낯익은 요소들을 갖고 있었다. 가령 제국군의 장교 복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의 복장을 변형한 것이었기 때문에 관객들은 직관적으로 어느 쪽이 ‘악당’인지 알 수 있었다. 제국군의 지휘관이자 주인공 중 하나인 다스 베이더가 쓰고 있는 헬멧은 일본 사무라이의 투구에서 모티프를 가져왔기 때문에 낯설고 무서우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었다. 즉, 낯섦과 익숙함을 잘 섞은 것이 ‘스타워즈’ 시리즈 속 의상의 인기 비결이었다. 이는 단지 관객의 추측이 아니다. 루커스 감독과 미술, 의상 담당자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각 비주얼 요소의 모티프와 발전 과정을 기록으로 잘 남겨 두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팬덤이 커지면서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 로봇과 같은 소품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추측해 보는 것도 인기였다.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제작진은 1910∼1920년대 멕시코 혁명 때 독재자 포르피리오 디아스 정부군에 맞서 싸웠던 반란군 지휘관 클라라 데라로차(Clara de la Rocha)의 사진에서 레아 공주의 헤어스타일을 찾았다고 한다. 사진 속 데라로차 모습은 권총을 차고, 소총과 검을 양손에 든 채 어깨와 허리에는 탄약띠를 두르고 있다. 촬영 당시 스무 살이 채 되지 않았던 캐리 피셔의 영화 속 이미지는 좀 다르기는 하지만 헤어스타일은 의심할 나위 없이 데라로차의 것이다.
훗날 캐리 피셔는 그 헤어스타일이 정말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의상 담당자들이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준비했는데 루커스 감독은 하필 자신이 정말 싫어하는 “햄버거빵을 붙인” 스타일이 가장 완벽하다고 결정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 머리는 만들기도 쉽지 않아서 촬영이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무려 두 시간을 헤어스타일 준비에 쏟아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배우가 싫어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우습게 보이는 머리라고 해도 그 상징성만큼은 완벽했다. 멕시코 혁명 당시 여성이 총을 들고 전투에 참여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데라로차는 장군인 아버지를 따라 정부군을 공격하는 전투에 참여하며 시날로아에 있는 조폐창을 공격, 점거하기도 하는 등 많은 전과를 올렸고, 지휘관 자리에까지 올랐다. 비록 공주는 아니었지만 반란군을 지휘하는 레아 공주 역에 어울리는 모델임은 틀림없다.
그럼 데라로차는 어디에서 그런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가져왔을까? 알 수 없다. 당시에 흔했던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고, 따로 기록이 존재하는 것 같지도 않다. 다만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호피족의 여성들이 긴 머리를 양쪽으로 둥글게 마는 헤어스타일을 했다는 사진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들의 풍습이 어떻게든 전해졌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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