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굳세어라, 아기 박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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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공원을 산책하던 중 갑자기 옆 나무 아래서 아주 작은 새의 날갯짓이 보였다.
어미와 형제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솜털도 다 떨어지지 않은 어린 박새가 파닥거리는 날갯짓을 하며 나무를 힘겹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박새는 주로 민가 주변의 나무 구멍에 알을 낳아 새끼를 번식한다.
나무 위 높은 곳에서는 노랑때까치가 울어대자 어린 박새는 어미를 찾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꼼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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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도심공원을 산책하던 중 갑자기 옆 나무 아래서 아주 작은 새의 날갯짓이 보였다.
어미와 형제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솜털도 다 떨어지지 않은 어린 박새가 파닥거리는 날갯짓을 하며 나무를 힘겹게 기어오르고 있었다.
어린 박새가 사는 곳은 휴일은 물론 평소에도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강원 강릉시 도심공원이다.
어린 박새 부모는 이곳 오래된 배롱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었다.
박새는 주로 민가 주변의 나무 구멍에 알을 낳아 새끼를 번식한다.
커다란 소나무 숲이 울창한 이 도심공원은 시민은 물론 관광객이 봄부터 겨울까지 사시사철 많이 찾는 곳이다.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어슬렁거린다.
작은 맹금류인 노랑때까치는 어린 박새가 그늘에 숨어 있는 호두나무 위에서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어치와 까치, 파랑새 등도 이 도심 숲속에서 산다.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어린 박새가 홀로 떨어져 나무를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어린 박새는 1.5m 정도의 나무 그루터기까지 겨우 올라간 뒤 숨을 헐떡였다.
나무 위 높은 곳에서는 노랑때까치가 울어대자 어린 박새는 어미를 찾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꼼짝하지 않았다.
그렇게 30분가량을 기다려도 어미는 오지 않았다.
무서움 때문인지, 외로움 때문인지, 배고픔 때문인지 어린 박새가 입을 벌려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힘을 내 나무의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갔다.
나뭇잎이 더 완벽하게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일정한 거리를 지키며 지켜보다 자리를 떴다.
다시 찾은 다음 날 어린 박새는 거기 없었다.
주변에는 둥지를 갓 나온 오목눈이(뱁새) 형제가 서로를 응원하듯 옹기종기 모여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박새가 어려움을 잘 견뎌내고 숲속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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