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진표 국회의장 내정자, 민주당 출신임을 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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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선출 뒤 “민주당 피 흐른다” 발언 잘못
민주당,‘국민의힘 법사위원장’ 약속 지켜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5선 김진표(경기 수원무) 의원을 선출했다. 5선 이상민·조정식, 4선 우상호 의원과의 4파전에서 166표 중 89표를 얻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167석)인 만큼 국회 본회의에서 추인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국회의장 내정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 내에선 계파색이 강하지 않고 이념적으로도 중도에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선수(選數)나 연령(75), 경제부총리·교육부총리 등의 경륜을 감안할 때 국회의장감으로 여겨지곤 했다. 실제 전반기 국회에서 박병석 현 의장과 경합하다 양보한 이력도 있다.
하지만 최근 언행에 대해선 우려할 대목이 적지 않았다. 어제도 “의장으로 선출되면 당적을 버려야 하고 국회를 대표하는 역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인데, 그것을 잘하는 것이 정말로 민주당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고 말했다. 또 “당적을 졸업하는 날까지 당인으로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민주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국회의장에 걸맞지 않게 강한 당성(黨性)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얼마 전에도 “민주당은 국회를 통해 꿈과 희망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때도 법제사법위에 투입돼 야당의 심의권을 봉쇄하는 데 일조했다.
일련의 이런 행보가 당내 경선을 의식한 전략이었길 바란다. 국회의장으로선 부적절한 마음가짐이어서다. 의장이 되면 본래의 합리적 모습으로 돌아가 국회를 공정하고 균형감 있게 이끌어야 한다. 그게 국회의장이 당적을 버리도록 한 국회법 정신이다.
더욱이 후반기 국회는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이 다른 분점 정부(divided government)로,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극심한 여소야대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노력하지 않으면 여야 간 또는 대통령과 국회 간 충돌로 입법 기능이 마비될 수도 있다. 국회의장의 중재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민주당 출신임을 잊고, 진정한 의회주의자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말 그대로 국회의장다운 국회의장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새 정부와 여야도 ‘협치’ 두 글자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 인준에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응했던 것이나 그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여야 협치를 위한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후보직을 사퇴한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같은 연유로 민주당이 올 6월부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서 맡기로 한 합의를 깨겠다는 건 부당한 일이다. 국회의장·법사위원장을 원내 1, 2당이 나눠 맡는 건 어느 일방독주를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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