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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정 위기 사립대에도 '학교채' 허용해야

입력 2022. 05. 25. 00:22 수정 2022. 05. 25.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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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경영대학 교수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에 지원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하는 ‘대학 교육의 정상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도 대학 규제를 풀고 대학 자율권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정부의 키워드는 대학의 위기 타개를 위한 자율성 확대인 셈이다.

교육부도 윤 정부의 대학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흐름에 맞춰가는 모습을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 4월 사립대학 및 법인의 재산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그동안 대학들이 활용하지 못했던 토지나 건물 등을 수익용 재산으로 전환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함으로써 대학 경영환경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 지금은 국립대만 채권 발행 가능
정부의 지원 부담도 줄일 수 있어

그동안 국내 대학들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급감 등에 따라 대학의 수입은 줄어든 반면 물가상승에 따른 각종 비용 부담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대학의 핵심 기능인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자는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야만 한다. 대학에 대한 각종 규제 영향으로 경직된 대학의 운영 구조 때문에 급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한 대처를 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 법인 역시 그동안 재산에 대한 규제로 적극적인 수익사업의 확대를 꾀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 결과 교육과 연구에 충분한 투자를 못 한 국내 대학들은 QS와 THE 등 주요 세계대학평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에 벅찼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대한민국 대학이 경쟁력 있는 역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학 재정의 구조적인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사립대학의 학교채 발행이다. 채권이란 기업이나 정부 등 기관이 투자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이다. 채권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수익을 제공함으로써 기관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본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이다.

그런데 국립대학의 채권발행은 이미 허용됐으나 사립대학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만약 모든 대학에 채권 발행을 허용한다면 국내 사립대학들은 금융기관 차입금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길이 열린다. 투자자에게는 회사채나 국공채에 못지않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시장과 교육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사립대학의 채권 발행은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대학들이 처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수준의 재정을 지원하기에는 예산의 제약이 큰 걸림돌이다. 만성적인 재정 어려움에 빠진 대학들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자칫 무분별한 재정 지원이 부실 대학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학교채 발행이 허용된다면 정부의 재정 지원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대학이 자율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채권 발행은 금융 당국이나 신용평가기관 등을 거쳐 자본시장에서 평가를 통해 이뤄지므로 부실채권의 무분별한 발행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학의 붕괴는 곧 미래사회의 동력을 잃는 것과 같다. 나빠진 재정 환경으로 인해 국내 대학들의 미래 전망이 밝지 않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동시에 대학 스스로 새로운 수익사업을 발굴하고 연구 및 교육 환경에 투자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새 정부가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대학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만큼 학교채 발행을 허용하면 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동훈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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