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6·25전쟁 상기시키며 바이든에 강력 반발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2. 5. 25. 04:07 수정 2023. 12. 1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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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방어” 발언 美 안팎서 파장
中 승리 주장하는 드라마 삽입곡에 “승냥이 오면 총 맞는다” 가사 언급
‘전략적 모호성 약화’ 논란 세 번째
“한 번은 실수지만 세 번은 정책… 중국 공격 막으려 일부러 언급한듯”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회동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언급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 안팎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원치 않았는데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고 “그렇다(yes). 그것이 우리(미국)가 한 약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강한 어조로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미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 문제에서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 어떤 힘도 국가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중국 인민을 막을 수 없고, 대만 독립 세력을 실패할 운명에서 구해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 측에 중국에서 회자되는 노래를 들어보길 원한다”며 ‘친구가 오면 좋은 술이 있고 승냥이가 오면 사냥총으로 맞으리라’는 노래 가사를 소개했다. 이 노래는 중국이 6·25전쟁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는 상감령 전투를 다룬 영화 ‘상감령’(1956년)의 삽입곡 ‘나의 조국’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을 비판하며 6.25 전쟁을 연상시키는 노래 가사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깨뜨리는 발언을 잇달아 한 데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가 지난해 1월 취임 후 대만 방어 의지를 밝혀서 논란이 된 것만 이번이 벌써 세 번째인 데다, 그 표현도 점점 구체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일고 있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 직후 참모들은 일제히 나서서 “미국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바이든이)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을 제공하는 미국의 책무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만관계법은 “대만에 방어적 성격의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중국의 침공 시 미군 파병 여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도 24일 도쿄에서 열린 쿼드 행사장에서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정책은 끝났나”란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다. “중국이 침공하면 대만에 병력을 보낼 것인가”란 질문에도 “정책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ABC 방송 인터뷰에서도 “우리(미국)는 누군가 나토 동맹국을 침공하거나 건드리면 대응한다는 신성한 공약을 했다. 일본, 한국, 대만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만의 경우 한·미, 미·일, 나토 관계처럼 유사시 군사개입을 규정한 조약이 없는데도 대만을 동일선상에서 언급한 것이다. 작년 10월 CNN 타운홀 행사에서는 “중국이 공격하면 미국은 대만 방어에 나설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다. 우리에게는 그럴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 할 브랜즈는 “한 번은 말실수지만 세 번은 정책”이라며 “바이든의 발언들은 미국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변경하는 데 따르는 모든 비용을 치르지 않고 (중국에 대한) 억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적 노력처럼 보이기 시작한다”고 썼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지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일부러 말실수를 연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작년 6월 미 하원 군사위에 출석해 “1~2년의 근시일 내에 중국이 그런 (대만 침공) 결정을 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점령할 능력을 2027년까지 키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을 보내는 것을 지지하나”란 질문을 받고서도 “그때가 되면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조언하겠다”고만 답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 전문가는 “미국으로서는 이 문제가 가장 까다롭다”며 “중국의 침공 시 대만을 방어하지 않으면 모든 동맹의 신뢰를 잃게 되는데 그렇다고 대만을 위해 중국과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지도 고민스럽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중국을 억지하는 것이 최선인데, 그 방법론을 두고도 논쟁이 일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메넨데스 상원의원은 23일 “바이든 대통령은 옳다. 신뢰할 만한 억지력은 용기와 명확성을 모두 요하며 대만의 생기 넘치는 민주주의는 우리의 온전한 지지를 받을 만하다”고 했다. 하원 외교위의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카울 의원도 “중국은 이것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며 우리가 그들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을 그저 관망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인 저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국장은 폴리티코에 “(바이든의 발언이) 우리가 억지하려는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대만의 주권에 대한 중국의 주장을 미국이 직접 반박하면 그(시진핑)가 코너에 몰렸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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