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 칼럼]경제복합위기를 기회로

여론독자부 2022. 5.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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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경제학부 교수
글로벌 공급망 교란·美 긴축 여파
3高·무역적자 등 총체적 경제위기
공급 효율성 높여 생산성 제고하고
규제개혁 등 통해 성장동력 살려야
[서울경제]

미국 경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월 연속 8%를 넘는 고공 행진을 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이러한 빅스텝은 향후 4~5차례 더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5월 연초 대비 각각 13%, 28%가량 급락했다. 이러한 고강도의 긴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 경제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4월 13년 반 만에 4.8%로 치솟았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방식을 따를 경우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은 7%대에 이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3000 선이 넘었는데 5월 2600 선 아래로 급락했다. 환율은 급등해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인 달러당 13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전년도까지 흑자를 유지했던 무역수지도 1·3·4월 모두 적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5%로 떨어뜨렸고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무역수지 적자 등 총체적 경제 복합 위기 위험이 포스트 코로나 한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에 암울함을 드리우고 있다.

경제 복합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요인은 미국발 긴축과 고금리, 글로벌 공급망 문제, 원자재·에너지·곡물 가격의 급등, 중국 코로나 봉쇄 등의 대외 악재들로, 우리 정부가 독자적인 정책으로 대응하기가 힘들다. 반면에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위와 같은 대외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민간 주도의 자유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새 정부는 기본적인 정책 프레임워크를 수립하기도 전에 위기 대응 방안부터 내놓아야 할 상황이다. 첫째, 적시에 신뢰성 있는 긴축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가져온 주요인은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돈이 풀렸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해 말 인플레이션을 소비 진작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면서 고강도 유동성 회수를 적기에 시도하지 못했다.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요인 등이 결합되면서 인플레이션은 고공 행진을 지속했다. 연준은 기조를 바꿔 고강도 긴축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미국 실물경제는 견조하고 실업률은 4% 이하이기 때문에 강한 긴축을 펼칠 여지가 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상황이 다르다. 가계 부채는 1860조 원에 달하고 코로나19 충격으로 소상공인은 업력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이러한 경제주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그러나 금리 인상을 적기에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환율 급등, 해외 자본 이탈,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등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소상공인 지원에 따른 물가 부담은 최소화시키면서 적시에 신뢰성 있는 긴축을 단행해 시장에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 공급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구조 조정과 규제 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한 긴축을 하게 되면 실물경제가 위축될 여지가 크다. 이 경우 공급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실물경제의 효율적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한은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비중은 9.5%에 달한다.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 조정이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실업을 유발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정상기업의 고용·투자·노동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민경제 전반의 성장 동력을 높이게 된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는 배후에는 경제 활력 저하가 자리 잡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 기업 환경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과감히 걷어낼 필요가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규제환경지수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과도한 기업 세금, 신사업 및 고용에 대한 지나친 규제 등을 완화해 시장 친화적인 기업 정책으로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급 측 취약 요인을 개선해 위기를 기회로 삼을 때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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