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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보리 진출 야망에도 정부는 한가한 소리.."별 진전 없어"

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입력 2022. 05. 2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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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바이든 "유엔 안보리 개혁 실현되면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외교부 "미국의 기존 입장 재확인한 것"…오바마도 과거 비슷한 언급
日 안보리 진출, 中 반대 등 감안하면 쉽지 않지만 방심할 수 없어
'G4연대' 결성해 국제 우군 확보, 우크라 사태로 유엔 개혁 필요성 커져
정부 '민주성, 책임성' 등 기준 확보돼야 한다는 애매한 입장만 고수
공동 기자회견하는 미일 정상. 연합뉴스

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장기간 집요하게 모색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감안하면 일본의 안보리 진출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 대응이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 것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2015년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안보리 개혁을 통해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의 입장이 새로운 것이 아닌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안보리 개혁이 실현될 경우'를 더욱 명시적으로 전제했기 때문에 성급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보리 개편 문제는 유엔에서  안보리 개혁의 큰 틀에서 논의 중이나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유지돼온 유엔 중심의 국제질서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일본이 아무리 노력해도 유엔 탄생의 배경이 된 2차대전 전범국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기존의 분석에 안주할 수 없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규탄 결의마저 '셀프'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유엔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정하는 패착을 뒀다.

과거에는 초강대국 러시아의 행위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들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연거푸 졸전을 치르면서 국가 위상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강력한 핵 무장 국가라는 것 외에는 경제나 규범적인 면에서 리더십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공격을 끊임없이 받고 있는 것이다. 유엔의 또 다른 축인 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가 퇴출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엔 안보리 회의장. 연합뉴스


여기에다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G4 연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공동진출을 노리며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이들은 9.11 뉴욕 테러(2001년)의 여파로 냉전 종식 이후 국제질서가 또 한 번 요동치던 시기인 2004년 유엔총회를 계기로 안보리 개혁에 의기투합했다.

특히 일본과 독일은 2차 대전 전범국이라는 '원죄' 때문에 늘리지 못한 국방비를 유엔에 투자하면서 한때는 각각 2,3위 유엔 예산 분담국이 되기도 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4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보다 유엔 기여도가 높다는 점을 활용해 국제사회의 우군을 알게 모르게 확보해놓은 것이다.

일본 등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이 중국 등 상임이사국의 반대와 회원국 2/3 이상의 동의라는 문턱을 넘기 어렵다고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은 같은 전범국인 독일과도 달리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미화하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를 벗어난 국제사회에선 돈의 힘을 통해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예컨대 재정적으로 취약한 아프리카 국가와의 제휴 등을 통해 지지 기반을 꾸준히 넓혀온 것이다.

정은숙 세종연구소 명예 연구위원은 "과거 같으면 유엔헌장 규정상 상임이사국 확대가 매우 어려운 구조였지만, G4 연대가 계속 노력해온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질서가 매우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인식처럼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마냥 안심만 할 수 없는 셈이다.

물론 한국도 G4 연대에 맞서 '합의 연대'(UfC) 그룹에 참여하며 나름대로 대응하고는 있다.

합의 연대는 G4 국가들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달가워할 수 없는 경쟁국가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을 각각 견제하는 한국, 이탈리아, 파키스탄, 아르헨티나와 또 다른 지역 중추국가인 캐나다, 터키 등이 주축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G4 연대에 비해 전반적 국력과 유엔내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추진에 대해 "우리는 안보리 개혁이 민주성, 책임성, 대표성,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도 현 상황에서 다소 한가한 대응으로 비춰진다.

정부는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의 주도로 안보리 개혁이 추진되던 2005년 이래 이런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질서가 격변하고 유엔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의문마저 제기되는 상황에선 보다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독일과 달리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 절대 권한을 가진 상임이사국 지위를 차지할 경우 국제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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