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0대 여성 팬덤 그냥 즐기고만 있다"

박찬수 입력 2022. 5. 25. 11:06 수정 2022. 5. 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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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의 직선]박찬수의 직선 ㅣ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
노무현, 20대 때 나의 '첫 정치인'
당선과 죽음이 40대 움직이는 동인
개인 인연 없지만 '재단 참여' 보람
노무현 정신? 특권 타파와 탈권위
친노-친문 거치며 '정-반-합' 기대
깨어있는 시민과 강성 지지층 달라
확장성 없는 배타적 지지층은 한계
민주당 '검찰 개혁입법' 성급했다
철저 반성 토대로 지방선거 나섰어야
'20대 여성 지지' 계속될 거란 건 오산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앞서 포즈를 취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찬수 대기자

조수진 변호사는 23일 경남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시민들이 봉하마을을 찾았는데 예년에 비해 차분하고 숙연한 분위기였다. 저도 노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면서 ‘지혜를 달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노무현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9명의 이사 중 40대인 그는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대다수 다른 이사들처럼 노무현 정부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정치인 노무현’을 동경해 재단에 참여하고 이사까지 맡은 조 변호사에게 ‘노무현의 가치와 정신’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인터뷰는 노 전 대통령 13주기를 나흘 앞둔 19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이뤄졌다.

―지난 대선을 비롯해 최근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가장 확실한 지지기반은 40대입니다. 40대가 ‘진보적’인 건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 40대의 정치적 성향과 그 배경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많은 분들이 그렇게 얘기하죠. 저도 40대(조 이사는 1977년생이다)니까 제 경험을 살려보면, 25살 때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봤습니다. 우리는 586세대처럼 독재정권을 겪은 것도 아니고, 20대를 보내면서 아마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성장 과정을 보면서 ‘나의 첫 정치인’이라고 느꼈을 거 같아요. 여기에 노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 큰 영향을 끼쳤죠. 저는 13년 전 그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토요일이었잖아요, 자고 일어났더니 전화랑 문자가 엄청 많이 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텔레비전을 켰더니 노 대통령 사망이라는 자막이 떠 있고…. 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거 같았고 그 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요. 굉장한 충격이었죠. 미안한 마음이 컸죠. 그런 감정이 40대를 움직이는 하나의 동인일 거라고 봐요.”

―지금 노무현재단 이사인데요, 재단에 참여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노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었습니까?

“전혀 없습니다. 전혀 없고, 아주 우연한 계기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제가 몇년 전 <한겨레티브이(TV)>에 출연해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정부의 재정 낭비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인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서 노무현재단의 유지연 피디(PD)가 연락이 왔어요. 재단 공식 유튜브인 ‘알릴레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뽑는데 거기 응모할 생각이 없느냐고요. 그래서 지원을 했죠. 운 좋게 뽑혀서 유시민 작가님과 알릴레오를 진행했습니다. 그 인연으로 재단 일을 시작해서 이사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람 있고 즐겁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과 뒤늦게라도 인연이 생겨 감사하고요.”

―노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4개월 뒤인 2009년 9월 문을 연 노무현재단 창립선언문을 보면,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와 퇴행이 우리의 문제였음을 아프게 고백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어떤 ‘문제’가 이명박 정부의 퇴행과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사람이 아니고, 또 재단을 대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에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개인 의견을 전제로 말한다면, 저는 노무현 정부의 가치와 지향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실현 방식에서 국민 신뢰를 온전히 얻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예를 들면, 노무현 정부가 비판받은 두가지 사안이 있잖아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이라크 파병. 이 두 사안을 다른 대통령이라면 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이명박 정부도 똑같이 했을 거고,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는 데서 이명박 정부와는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성공적이어야 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또 지향에 비해서 단계 단계마다 선택했던 정책 수단들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준 측면이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라든가 부동산 정책 같은 데서요.”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그렇다면 재단 창립선언문에서 계승하겠다고 언급한 ‘노무현 정신’과 ‘노무현 가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 대통령의 삶 자체가 특권을 타파하는 것이었잖아요? 지금 살아 계시면 76살일 텐데, 그 시절에 부산상고를 나와서 서울대 법대 출신의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서 변호사를 하시고 또 대통령이 되시고, 이런 과정에서 보여준 특권 타파와 탈권위주의가 ’노무현 정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민주주의와 남북 평화, 복지와 민생 중시도 노무현 정신이겠죠. 사실 노 대통령이 구상하셨고 국가 재정을 투입했던 것 중에 복지와 민생 부분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측면이 커서 좀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계도 있겠죠. 저는 노 대통령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보수 쪽에 비해 진보적인 관료와 교수, 지식인층이 매우 얇았던 때니까, 구체적인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굉장히 어려움이 컸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족한 자원과 인력으로 고군분투했다고 할까요.”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자발적 시민들의 지원에 힘입은 바 컸습니다. 이들을 흔히 ‘친노’라고 불렀습니다. 노 대통령 서거로 정치에 뛰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은 ‘친문’이라고 부릅니다. ‘친노’와 ‘친문’은 같은 듯 하면서 좀 다르기도 한데,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까?

“이게 굉장히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친노와 친문은 하나의 팬덤이라는 점에서 같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아주 정밀하게 학습하고 어떤 이론이나 세계관을 형성한 다음에 그에 맞는 정치인을 선택했다기보다 정치인 자체의 매력에 끌려서 지지하게 된 것이니까, 그러니까 팬덤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그건 공통점이지만, 노 대통령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그가 왜 그 일을 하는가에 공감해서 열광했다고 보고요, 그래서 그분이 다른 방향으로 갔을 때는 그만큼 비판도 하고 실망도 했다고 생각해요. ‘친문’이라고 불리는 분들은 문 대통령 자체에 대한 팬덤 성격이 강한 걸로 저는 느껴요. 문 대통령이 무엇을 하시든 항상 지지하겠다라는 거죠. 노무현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가시는 걸 봤기 때문에, 그것이 미안하니까, 노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지지할걸, 이런 생각이 이제 ‘친문’으로 나타났다고 봅니다. 그런데 모든 건 정-반-합의 과정을 거치잖아요. 무엇을 하는지 그 가치에 열광했다가 이젠 지켜줘야지 하는 정서에 몰입했다면, 앞으로는 ‘합’(合)의 과정이 또 나오겠죠.”

―노무현 대통령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참여와 역할을 강조했고 노무현재단도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깨어있는 시민’과 요즘 배타적 행동으로 가끔 논란이 되는 ‘강성 지지층’이 같은 범주일까 좀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시기 전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하셨잖아요. ‘진정한 지지는 (세력을) 확장하게 하는 지지여야 한다. 배타적이고, 다른 사람이 거리를 두게 하는 지지는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위한 지지가 아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하고, 강성 지지층은 확장성이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더불어민주당이 그분들을 따라가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깨어있는 시민과 강성 지지층은 일부 교집합이 있지만 같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 교집합 부분이 순작용을 하는 것이죠. 정치란 결국 어떤 자원을 배분할 권한을 갖기 위해 다수를 점하는 게임이잖아요. 다수를 점하려면 확장성이 있어야 하고 자꾸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데, 강성 지지층은 자신들의 의견 외엔 들을 생각이 없으시잖아요. 그런 걸 자꾸 따라가서는 다수를 점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대선에서 막판에 윤석열-이재명 후보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데엔, 2030 여성, 특히 20대 여성의 이 후보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세대는 40대와 20대 여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젊은 여성들의 이런 성향을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이번 대선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진영이 새롭게 발견해야 하는 지점이다, 이렇게 느꼈어요. 젊은 여성들이 대선에서 왜 이런 행동까지 나서게 됐는가, 제가 생각해보니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있잖아요. 요리·인테리어·아이돌 등 커뮤니티에 모여서 대화한 건 오래된 일인데, 이번 대선 국면에선 그런 커뮤니티가 정치적인 아고라(광장) 역할을 했던 거 같아요.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처럼 거기서 공감하고, 정치현상과 정치인에 대해 이해를 하고, 그러다 행동하자 해서 나오신 것이죠.

민주당은 젊은 여성들의 지지가 막연히 계속 갈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젊은 여성들은 정교하게 어떤 가치관을 교육받고 서로 학습을 해서 모였다기보다는 인터넷 공간에서 공감에 의해서 모인 분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민주당이) 계속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육아나 출산 관련해서 지금까지 민주당이 낸 정책을 보면, 아이 낳으면 돈을 더 주겠다는 식인데 이건 너무 단편적이거든요. 그런 것보다는 여성이 1년 육아휴직 쓰면 남성도 반드시 1년을 쓰게 하는 법을 도입함으로써 여성들이 커리어를 지킬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도화하는 게 더 절실한 일이죠. 이렇게 젊은 여성들 니즈에 맞는 정책을 계속 내놓아야 지금 2030 여성들의 지지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민주당에서 이런 부분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저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지금의 팬덤 현상을 그냥 즐기고 있는 건 아닌가, 그래서 걱정이 됩니다.”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초기 행보와 인사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런데 우려되는 것은, 검찰 출신이란 게 꼭 문제인 건 아니지만, 윤 대통령이 전례 없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입니다. 첫 인사를 보니까 본인이 알던 사람들, 특히 검찰 시절에 알던 사람들 중심으로 인사를 하시는데, 그분들이 정치적 보좌 능력이 있을까, 그 점에서 걱정이 됩니다. 검찰 출신 대통령에 대해 많은 국민이 갖고 있는 우려가 있지 않습니까. 모든 사안을 죄가 있냐 없냐를 갖고 따지는데 사실 정치인은 죄보다는 국민적 동의와 설득이 더 중요하거든요. 검찰 인사도 그래요. 왜 대선에서 이겼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특수부 출신 측근들을 전면 배치한 건데, 신문 기사를 보니까 검찰 내부에서도 많이 실망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러면 문재인 정부가 자기 사람만 쓴다고 비판한 근거가 사라지는 거 아닙니까?”

―더불어민주당은 어떻습니까? 대선 패배 이후 움직임과 지방선거 대응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합니까?

“저는 민주당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그렇게 졸속으로 입법하는 걸 보고 많이 실망했어요. 전체 검사 중 90% 이상은 성실하게 수사하는 형사부 검사들인데, 정치적으로 수사하는 건 일부분인데, 그 부분에 정확하게 메스를 대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제도 자체를 다 바꿔버린 것이잖아요. 검찰개혁·권력기관 개혁은 문재인 정부가 초기부터 들고나온 정책이었고 완벽한 법안을 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뭘 하고서 대선에서 지자마자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그렇게 다급하게 밀어붙인 걸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준비 안된 법안을 그것도 국회 법사위원을 ’위장 탈당’까지 시키면서 급하게 처리해야할 이유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준비가 부족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일반 형사체계를 바꾼다는 건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인데, 그러니까 조문 하나하나를 엄밀하게 검토해야 하는데 갑자기 확 바꿔버린 것이거든요. 이러면 분명히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저는 걱정합니다.

지방선거 대응도 비슷합니다. 대선 시즌2처럼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0.7%포인트 차로 졌으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하시는데, 한번도 정치해보지 않고 검찰총장에서 직행한 분에게 졌다는 것은 박빙이 아니고 크게 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평가하고 철저한 자기반성과 개선의 의지를 보이면서 지방선거에 나섰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국민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대선에서 졌는데 만약 이번 지방선거까지 패한다면 얼마나 민생이 힘들어지고 일하는 사람들, 소외받는 사람들의 권리가 박탈될 것인가, 이런 걸 생각하면 굉장히 엄중한 시점인데 (민주당이) 좀 냉혹하게 자기반성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민주당원입니다만, 걱정입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40대나 50대나 젊은 세대가 보기엔 비슷할 거 같기도 하지만, 40대인 조수진 이사는 586세대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많은 일을 하셨지만 이제 정치에선 손을 좀 떼셔도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586세대가 문제를 보는 눈은 정확한데 해법에서는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다, 1980년대나 90년대에 추구했던 방식을 또 쓰시는 거 아닌가, 그런 방식의 문제해결 능력은 이제 시효가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분들이 우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시고 헌신하신 부분은 분명히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40대의 적극적인 정치 진출을 많이 요구하는데, 어느새 40대도 586세대와 한묶음으로 되어 버린 게 사실인 거 같긴 합니다.(웃음)”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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