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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뒤덮은 전쟁 걱정.."푸틴, 식량위기 이용 말라"

김서원 입력 2022. 05. 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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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의 최대 의제로 떠올랐다. 특히 유럽 지도자들은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곡물 재고와 농기계를 몰수했다"며 소련 시절의 농작물 수탈과 같은 상황에 비유했다. 또 "러시아는 세계 밀 가격을 올리기 위해 공급을 보류하거나 정치적 지원을 대가로 거래하고 있다"며 "에너지 분야에 이어 굶주림과 곡물까지 무기로 삼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묶여 있는 약 2000만t의 곡물을 언급하며,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러시아군은 밀과 해바라기씨를 실은 우크라이나의 선박 출항을 막고 있다"며 "수출을 위해 유럽 직항로 개설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화물선을 호위하기 위해 흑해로 군함을 파견하는 데 유럽 내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쟁 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90%가 흑해를 통해 이뤄졌다. 이 중 우크라이나 밀과 해바라기씨유는 각각 전 세계 수출량의 12%와 50% 수준이었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세계식량계획 사무총장. [EPA=연합뉴스]


같은 날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세계적 식량 수급 흐름에 대해 "최악 중의 최악"이라며 러시아의 흑해 봉쇄를 비판했다. 그는 "절대적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전 세계에 기근이 닥칠 것"이라며 "이미 스리랑카·페루 등에선 식량 부족이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유엔에 따르면 최근 식량 위기가 고조돼 전 세계 2억7600만 명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9년의 2배 이상에 달한다.

달라진 다보스 "전쟁이 경제를 삼켰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다보스포럼 분위기가 예전과 다르다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교분야 수석 논평가인 기디언 래치먼의 칼럼을 통해 "통상 다보스포럼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억만장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자문하는 곳이지만, 이번엔 전쟁으로 정치인들의 말 한마디에 글로벌 경제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래치먼은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인공은 금융가와 최고경영자(CEO)가 아니었다"며 "민족주의와 군국주의가 장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으로 다보스포럼의 분위기뿐 아니라 근본적 뿌리마저 달라졌다"며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를 잠재적인 시장으로 인식했던 경제인들은 갈피를 못 잡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전쟁 결과에 대한 우려가 다른 모든 이슈를 덮어버린 다보스포럼에서 연사들은 그 위협을 묘사하기 위해 종말론적(apocalyptic) 언어를 쏟아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다보스포럼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월 이후 열리지 못하다가 2년여 만에 지난 22일 개막했다.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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