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호평 '헤어질 결심'이 '황금종려상'보다 기대하는 것은

온누리 기자 입력 2022. 5. 25. 17:00 수정 2022. 5. 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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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는 처음..내가 찍었는데도 새로운 장면이 보인다"

'칸의 남자'라 불리는 박찬욱 감독이 또 한 번 호평을 얻고 있습니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23일(현지 시각) 공개 이후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칸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도 평점 3.2를 받았습니다. 각국 평론가들이 경쟁부문 초청작에 점수를 매긴 건데, 현재까지 공개된 12편 중 가장 높은 평점입니다. '스크린 데일리'는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해 “매혹적이고 독선적인 네오 누아르로 올해 경쟁 부문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박찬욱 감독이 훌륭한 누아르 로맨스와 함께 칸에 돌아왔다. 너무나 히치콕다웠다"는 평도 내놨죠.

그러면서 박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박 감독은 특별히 칸 영화제와 인연이 깊습니다. '올드보이'가 제57회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박쥐'는 제62회 심사위원상을 받았습니다, 또 제69회 영화제에는 '아가씨'로 벌킨상(기술상)을 받은 데 이어 '헤어질 결심'으로 네 번째 초청을 받은 겁니다.
JTBC는 현지에서 박찬욱 감독과 남녀 주연 박해일·탕웨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는데
(박찬욱 감독)
”어떤 면에서는 늘 해온 이야기의 연장선에 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면에서. 또 다른 면에서는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미묘하고, 어떻게 보면 점잖다. 박해일 씨 캐릭터처럼. 창작자 입장에서는 전 작품들과 다르다는 말은 참 반갑다.“

-영화의 메시지 혹은 주제는?
”메시지, 주제 없다.“

-이상하게 보이길 원했던 면이 있다면?
(박 감독) "사실 매 순간이 줄다리기다. 적당한 선을 찾는 계속되는 투쟁. 낯익은 것과 낯선 것 사이에. 너무 낯설기만 하면 영화를 따라갈 수가 없으니까. 좀 낯익은 이야기, 익숙한 이야기를 기본적으로 설정해놓고. 그 안에서 디테일들은 매 순간…이상하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자면 관객이 긴장하게 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야 지루하지 않으니까. 디테일에서 항상 이상한 것을 추구하고 긴장하게 하고, 그래서 몰입하게 하고, 음미하게 하는 것. 그것이 목표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이하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 박해일이 23일 오후 6시(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GRAND THEATRE LUMIERE) 월드 프리미어 상영에 앞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 칸(프랑스)=박세완 〈사진=JTBC엔터뉴스〉

-깨끗하고 예의 바르지만 엉뚱하고 독특한 사고방식을 떠올릴 때 박해일 배우를 떠올렸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싱크로율'은?
(박해일)
"몇몇 나열을 장해준 형사에 투사한다고 말했을 때 깨끗하고 청결한 게 참 많이 걸렸다.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기가 쉽지는 않기 때문에. 장해준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매너도 있고, 형사라는 이미지도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탈피해 새롭게 보여드릴 것 같다. 말씀하신 그 부분들이 포함된 이미지를 다 담아내려고 노력을 해봤다.

-장해준 캐릭터를 만들 때 참고한 캐릭터는?
(박해일)
“사실 가장 중요하게 참고한 캐릭터는 박찬욱 감독님이었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에 대한 소견은, 한국에서 가장 신사적인 감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매너도 좋고, 굉장히 청결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과, 제가 갖고 있는 부분들을 잘 조화시켜서 매 순간 오케이 사인을 받으려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제75회 칸영화제(Cannes Film Festival) 경쟁부문 초청작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 팀이 칸 현지에서 국내 매체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칸(프랑스)=박세완 기자 park.sewan@jtbc.co.kr 〈사진=JTBC엔터뉴스〉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껴졌는데, 배우가 이해한 주인공은 어떤 사람인가
(탕웨이)
“생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굉장히 이상한 순간에 놓이게 된다. 해준을 만나기 전까지. 해준을 만나고 나서는 굉장히 미묘한 감정들이 떠올라서 또 변화하는 그런 여자가 아닐까 싶다.”

-한국어를 배우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작품에서 만족스럽게 표현됐나
(탕웨이)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이나 박해일 씨의 한국말을 듣고 있으니 두 분이 정말 부럽다. 유창하게 하는 부분이." (통역 없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렵지만, 한국어는 특히 익숙하면서도 낯선 언어였다. 그래서 특별한 감정이 들었고, 현장에선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선생님도 계셨고 감독님, 박해일이 있어서 매우 많은 도움이 됐다. 디테일을 살리는 것도 알려줬고. 정말 고마운 건, 감독님이 한국어 대사 녹음을 해줘서 매일 밤 자기 전에 베개 옆에 두고 틀어놓고 잤다. 두 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은 행복했다.

-성적인 장면을 배제한 이유는
(박 감독)
”무엇보다도 감정에 더 집중하려고. 그 이외의 것들을 빼면서 그런 집중력을 높이려고 했다.“

-산과 바다, 파도, 안개 같은 자연물이 많이 등장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박 감독)
“산을 좋아하는 타입, 바다를 좋아하는 타입 이렇게 유형을 나누고. 단순하지만, 이 두 사람이 같은 종족이라는 느낌이 들게 되는 시작점인 것. 말보다는 사진,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를 보겠다…. 현실을 직시하겠다는 그런 성격. 이런 여러 가지 중 하나로 산과 바다의 유형을 정해 봤다.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이 왜소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압도적인 자연의 힘 앞에서. 그런 작은 개인들의 관계를 묘사하고 싶었다. 안개는 당연히 바다에서 밀려오는 힘, '오리무중'이라는 말 그대로 혼돈스러워서 알기 어려운 그런 상황을 말합니다.”

박찬욱 박해일 탕웨이 이정재

-현대적인 공간을 재해석한 것도 인상 깊었다.
(박 감독)
“대도시의 낡은 아파트는 당연히 그런 곳이 있을 수 있지 않나. 다만 경찰서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항상 고민이었다. 실제 한국의 경찰서, 사무실, 그 현실성을 얼마나 표현하고 따라가야 하는지, 거기서 벗어나면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지. 경찰서도 전반부와 후반부를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 논의하면서 그나마 적당히 한국에서 지금 절대로 볼 수 없는 풍경은 아니라는 선에서 해준의 성격과 노인의 처지, 그리고 영화에 걸맞은 류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그런 파인라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박해일이 정의하는 박찬욱의 세계는 어떤 것이기에 두려웠나.
(박해일)
"바로 생각나는 것부터 말씀드리자면, 감독님과 함께했던 지난 배우들, 최민식 송강호 선배, 또 멋진 여배우분…그들과의 작업 이후 나라는 한참 부족한 배우와 함께하자고 했을 때의 부담감.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한 치 앞도 모를 지경이었던, 혼자 헤맸던 시간. 정말 답이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스크린에서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만 봤던 탕웨이 씨와 함께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황무지에서 오아시스를 찾아다니는 그런 기분이었다.“

-박찬욱 영화에서 좋아하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있는지.
(탕웨이)
”질문을 듣는 순간, 감독님 작품의 모든 인물이 다 지나가서 누구 하나를 말하기가 힘들다. 인물로는 해준이라는 캐릭터가 제일 마음에 든다.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고 굉장히 매력 있다. 굳이 여자 캐릭터를 뽑자고 말하면 뽑기가 힘들다.
감독님이 만들어내는 모든 캐릭터는 독특하다. 관객이 보면서 예측을 못 하는 그 독특함 때문에 관객이 격렬히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감독님은 갈수록 깊어지는 것 같다. (박찬욱 “감사합니다”) “감사할 필요 없어요.”

-이곳, 칸에서 수상 기대도 있는지.
(탕웨이)
“이 영화를 세 번을 봤다. 볼 때마다 좋았던 건,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계속 보였다는 점. 수상보다도 기대하는 것은,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또 기존의 작품과 다른 굉장히 독특한 카리스마나 기질이 있는데, 그것도 받아들였으면 좋겠고. 감독님이 이 안에서 청초함을 잘 융합을 시켰다. 관객이 봐주는 것이 기대된다. 나조차도 연기할 때는 몰랐던 새로운 면을 계속 보고 있어서 더 여러 번 보고 싶다."

편집 : 강다현
제작 :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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