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리거나, 경제 무너지거나"..'리틀 버핏'의 물가 극약처방

김연주 2022. 5. 25. 17: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리를 올리거나 경제가 무너지거나."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최고경영자(CEO))

"현금은 쓰레기다. 주식은 더 쓰레기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쏘시에이츠 CEO)

월가를 움직이는 헤지펀드 거물들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벌이는 물가와의 싸움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물가를 잡을 만큼 강력하게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주식 시장의 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거센 기세가 유통주에 이어 기술주의 실적까지 갉아먹으면서 주가는 연일 내리막을 타고 있다.


빌 애크먼 "금리 올리거나 증시 무너지거나"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탁월한 안목과 판단력으로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애크먼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치솟는 물가를 멈출 방법은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경제가 무너지는 것밖에 없다"고 적었다.

애크먼은 최근 시장 하락의 원인을 Fed의 우유부단함에서 찾았다. 애크먼은 "Fed가 자기 일을 하지 않으면, 시장이 Fed의 일을 대신하게 되고 그게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력한 금리 인상을 주문했다.

그는 "Fed가 당장 금리를 중립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인플레이션이라는 '지니'가 다시 병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것이란 믿음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삐 풀린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는 믿음을 투자자들이 갖게 된다면 시장은 치솟게 될 것이다. Fed가 올바른 길을 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란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일컫는다. 현재는 2.5%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0.75~1.0%다.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한 Fed는 다음 달 14~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빌 애크먼 트위터

레이 달리오 "현금은 쓰레기, 주식은 더 쓰레기"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Fed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건 애크먼만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쏘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CEO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Fed가 인플레를 잡을 수 있을 만큼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고, 그 결과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리란 비관적 전망을 했다.

달리오는 이 날 미국 경제 채널 CNBC와 인터뷰에서 'Fed가 경기를 꺾지 않고 효과적으로 수요를 줄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No)”고 단언했다. 달리오는 “Fed의 금리 인상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8%를 기록하며 40년만의 최고치를 찍은 인플레이션을 따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오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구매력이 사라지는 줄 아느냐”며 “현금은 쓰레기"라고 말했다. 달리오는 2020년에도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이번에는 “주식은 더 쓰레기”라며 주식에 대한 비관론을 드러냈다. 달리오는 “인플레이션이 실질 수익률을 압박하는 만큼 투자자들은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유통주 이어 IT주까지 덮쳐


이미 인플레이션은 기업 실적을 갉아먹으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주 월마트와 타깃 등 유통업체가 인플레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건비와 운송비 상승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하며 주가가 하락했다.

인플레의 불길은 IT 회사로까지 옮겨붙었다. 2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업체 스냅이 공시를 통해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2분기 실적이 종전에 제시했던 숫자의 하한선을 밑돌 것”이라고 밝히자 주가는 43% 급락했다.

스냅의 ‘나비효과’는 컸다. 빅테크 주가도 이날 스냅의 뒤를 따라 일제히 하락했다. 알파벳(구글 모회사·-4.95%), 메타(페이스북 모회사·-7.62%), 로쿠(-13.74%), 핀터레스트(-23.64%) 등 관련 주가 모두 미끄러져 내렸다. 애플(-1.92%)과 마이크로소프트(-0.40%), 아마존(-3.21%), 테슬라(-6.93%)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영국의 트레이딩 서비스회사인 시티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선임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어려운 시기가 오면 기업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분야 중 하나가 광고비"라며 "기업과 경제 전반의 상황이 너무나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어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인플레 압력이 기업의 광고비 축소와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상황에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