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러브콜 받은 박지현은 왜 미운털이 박혔나 [뉴스+]

김건호 입력 2022. 5. 2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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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내 성 비위 사건에 "모두 조속히 처리해야"
조국 전 장관·정경심 사과 촉구하며 당내 미운털
"김건희보다 박지현 더 싫다" 지지자 비판 거세
칼 빼 든 박 위원장에 내부 십자포화 날아들어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닙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민주당 내 성비위 사건들을 처리하는 문제를 두고 강성 지지층 비판이 이어지는 데 대해 “당에 접수된 성범죄들은 모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결국 칼을 빼 든 박 위원장에게 내부의 십자포화가 날아들었다. 지난 대선 ‘2030 여성’ 표를 의식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러브콜로 중앙정치에 뛰어든 박 위원장이 이제는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위태한 민주당으로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사과를 촉구하고 성비위 의원들에 대한 진상규명에 나서는 박 위원장이 불편한 모양새다.

◆대선 후 구원 투수로 등판한 박지현

민주당에서 박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지난 대선 때다. 더불어민주당은 2030 여성들의 표를 의식해 그를 선거대책위원회 여성위원회 디지털 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그가 n번방 성착취 문제를 처음 공론화한 대학생 기자 ‘추적단 불꽃’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을 선거판에 끌어들이기 위해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직접 박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을 정도다.
지난 3월 9일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당시 디지털성범죄 특별위원장이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마지막 유세에서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이후 민주당의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당시 지방대 출신의 어린 비대위원장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눈빛은 우려와 기대로 나뉘었다. 정계에 입문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지 2달도 채 되지 않은 박 위원장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 파격 인사라는 평가와 함께, 이미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해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려야 하는 시점인데도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을 두고 보여주기식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논란에 대해 “이미 예견돼있던 일이었다”며 현재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심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치 센스가 없는 박 위원장이 무리하게 성비위에 대해 칼을 빼 든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점이 중요한 것”이라며 “성비위를 덮자는 게 아니라 조사나 타이밍 등 어느 정도 시점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짤짤이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에게 사과 촉구하며 미운털

박 위원장이 미운털이 박힌 것은 성비위 문제를 공론화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과 등 민주당으로서는 불편한 문제를 건드려왔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지난 4월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교수의 유죄 확정 이후 “대법원은 동양대 표창장, 6개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라고 판결한 만큼,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는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당시 정호영(보건복지부)·김인철(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당시 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조국 전 장관 문제를 공론화하는 걸 불편해하시는 분도 분명히 있으실 것”이라면서도 “그런데도 우리가 국민 앞에 떳떳하려면, 또 국민의힘의 잘못을 지적하려면 이 문제를 묵인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박 위원장이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아픈 상처였던 조 전 장관 문제를 다시 언급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굳이 또 그런 이야기를 꺼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비대위에서 조국 전 장관, 정경심 교수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내용으로도 맞지 않았고 전략적으로 봐도 실수였던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김건희보다 박지현이 더 싫다” 지지자 비판 거세

여기에 잇따라 제기된 성비위 문제에 박 위원장이 목소리를 내면서 지지자들의 불신에 불을 지폈다.

직원에 대한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박완주 의원에 이어 짤짤이 논란의 최강욱 의원, 성폭력 피해 직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김원이 의원 등 민주당은 잇따르는 성관련 논란 속에 온라인상에서 ‘더듬어민주당’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 연합뉴스
이에 박 위원장은 칼을 빼 들었다. 그는 강도 높은 당내 조사와 징계를 암시했고 24일 쇄신과 반성을 강조하며 고개 숙였다.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당원들은 ‘박지현 제발 나가라’, ‘김건희보다 박지현이 더 싫다’ 등 박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왔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모인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도 박 위원장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됐다. 그들은 ‘박지현을 실드 친(방어해 준) 내가 너무 부끄럽다’, ‘오만방자한 박지현’, ‘민주당이 추방해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에 대한 당내 비판을 단순히 성비위에 엄정 대처했다는 점에서만 찾진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과 박홍근 공동선대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내 주류 인사들의 경력이나 경험과 동떨어져 있는 박 위원장에 대한 불신이 이번 성비위 사건으로 발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 위원장이 못마땅한 일부 민주당원들은 그가 지방대 출신이라는 점까지 들며 깎아내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를 외우지 못해 팸플릿을 봤다고 조롱하기도 한다.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비롯해 이번 성비위 문제 등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원하는 의원 중에선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다”며 “단순히 (박 위원장이) 칼을 빼 들어서 가 아니라, 20대 박 위원장을 바라보는 기성당원이나 의원들의 인식이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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