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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인사검증, 법무부가 맡을 일인가?

오병상 입력 2022. 05. 25. 23:18 수정 2022. 05. 2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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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지난 4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1. 인사가 만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인사검증’기능을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장관에게 맡깁니다. 정부가 공직자 인사검증업무를 담당할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에 신설하기로 하고 관계법령 정비에 나섰습니다. 야당에선 ‘검찰공화국’‘소통령 한동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2. 사안이 민감한지라 법무부가 25일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대통령실 권한 내려놓기 차원이다. (청와대 민정이란 밀실에서 이뤄지던 업무를 내각인 법무부로 옮김으로써..인사관련 권한을 분산하고, 검증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자는 취지다.)
-검찰공화국 아니다. (법무부는 1차 검증 실무 담당이며, 최종 검증은 대통령실에서 한다. 검찰이 인사정보를 수사에 사용하지 않도록 방지장치를 둔다.)
-한동훈 소통령 아니다. (법무부장관은 검증관련 중간보고를 일체 받지 않는다. 단장은 법무부나 검찰 출신 아닌 직업공무원이 맡는다. 사무실도 법무부 외부에 둔다.)

3. 인사검증시스템의 선진모델은 미국입니다.
법무부 설명자료도 ‘미국도 법무부가 검증업무 수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좀 다릅니다.
미국에서 검증업무는 백악관(대통령실)이 합니다. 백악관 인사실(OPP)과 법률고문실(Office of Counsel to the President)에서 담당합니다. 인사실이 후보군을 물색합니다. 검증책임자는 법률고문입니다.

4. 이 과정에서 백악관의 요청에 따라 1차 검증을 맡는 실무기관이 연방수사국(FBI)입니다. 법무부 소속입니다.
그래서 한동훈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부에 두는 근거로 미국을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백악관에 인사검증자료를 제출하는 곳은 여러 곳입니다. 국세청(IRS)과 정부윤리처(OGE) 해당부처 윤리담당관, 의회 회계감사원(GAO)까지 동원돼 샅샅이 뒤집니다. 그 모든 자료를 종합판단하는 사람이 법률고문입니다.

5. 그러니까 설명자료처럼..인사정보관리단이‘1차 검증실무’만 맡는다면 FBI 역할과 비슷하게 됩니다.
그런데 FBI는 미국 법무부 소속이긴 하지만 사실상 독립기관입니다. 법무부장관이 FBI수사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FBI가 미국 법무부 소속인 것은 맞지만, 그래서 인사정보관리단도 법무부에 두는 것이 맞다..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6. 앞으로 중요한 건..인사검증이 잘 이뤄지는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이 부실했던 건..대통령의 의중 탓이 큽니다. 민정의 인사검증이 ‘문제 있는 사람을 배제하는 스크린 과정’이 아니라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청문회에 통과시키나’를 고민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검증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고, 검증자료는 보존되지 않습니다.

7. 대통령의 의지가 관건입니다.
설명자료처럼 이번 결정이 ‘대통령의 법치 정신’와 ‘대통령실 권한 내려놓기’차원이라면..대통령은 ‘내맘대로 인사’를 포기해야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주어 검증케하고, 검증기준을 공표하고, 검증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그 기록은 꼭 보존해야 합니다.
낙마한 교육부ㆍ복지부 장관 후임인선부터 그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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