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삼프터
2017년 방영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1편’에는 숫자 3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 사람은 홀수, 그중에서도 3을 좋아해서 정치인들은 ‘3가지 원칙’ ‘3가지 관점’ 등의 표현을 자주 쓰고, 소설·영화에는 ‘3의 법칙’이 있다는 내용이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3의 법칙’이란 주인공이 시련을 겪는 횟수가 세 번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것. “세 번까지 해도 안 되면 관객이 참지 않는다”는 게 김 작가의 유쾌한 설명이다. 그러고 보면 가위바위보 등의 게임도 ‘삼세판’이 국룰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젊은이들은 소개팅에서 만난 이성과 ‘사귈까, 말까’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을 ‘삼프터’에서 결정한다고 한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녀가 느낌이 좋아 다시 만날 약속을 잡을 때 사용하는 단어 ‘애프터(after)’에서 파생된 신조어 ‘삼프터’는 세 번째 만남을 뜻한다. 덕분에 인터넷에선 ‘소개팅 삼프터 결과가 좋았던 곳’ ‘소개팅 삼프터의 법칙’ ‘삼프터 후 고백 않는 사람, 끝내는 법’ ‘삼프터를 부르는 헤어·메이크업’ 등의 제목을 단 게시글이 여럿 보인다. 친구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 어정쩡한 남녀 사이를 ‘사귀기’ 이전 단계인 ‘삼귀는’ 사이라고 부르는데 우연치곤 흥미롭다.
그런데 누군가의 주선으로 처음 만난 사람과 연인 사이로 발전하기까지 과연 세 번의 만남은 충분한 시간일까. 세 번을 만났는데도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 볼 일 없다는 데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중요한 인연을 시작할 때조차 게임을 하듯 ‘삼세판’으로 결정 내리려는 청춘들의 조급함이 안타깝다.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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