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군기지 토양오염, 그 오해와 진실

2022. 5. 2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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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 한국재료연구원 초빙연구위원·예비역 육군 준장

서울 강남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 얼마 전에 토양 오염이 이슈가 됐다. 약 9만㎡의 재개발 부지에 토양 오염이 확인되면서 환경 정화를 위해 착공이 1년 이상 지연되고 정화 비용이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국 정부가 반환받는 미군기지의 토양 정화 사업과 부지면적 대비 정화비용을 비교해보면 재개발 구역의 오염 정도가 심각한 것 같다. 그 재개발 구역은 군부대가 주둔했던 곳도 아니고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이나 유류 시설이 있었던 땅도 아니다. 단지 주택·상가·도로 등이 있었던 곳이다.

사람이 생활하는 지역은 필연적으로 환경 오염이 발생한다. 각종 유류가 공급 과정에서 유출되고 다양한 지하 배관 등의 시설물이 산화돼 토양이 오염되기 때문이다. 송유배관이 매설돼 있거나 화학물질이나 유류 취급 시설이 있거나 발전소·소각장 등의 연소시설이 있는 지역은 오염 정도가 더 심하다. 그래서 지형을 변경하는 공사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견되면 반드시 환경조사를 해야 하고 토양 오염이 확인되면 정화작업을 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 오염물질 나오면 법에 따라 정화
지나친 왜곡·과장은 불신만 키워

반환된 미군기지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협의에 따라 반드시 토양 오염 정밀조사를 하고 오염물질이 발견되면 정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까지 반환된 미군기지 41곳 모두를 환경부에 등록된 조사업체가 정밀히 조사했다. 그 결과 11곳은 오염되지 않았고, 30곳은 오염이 확인돼 정화작업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했다.

미군기지의 토양 오염은 유류 오염이 대부분이고 중금속 오염과 다이옥신 오염도 확인된다. 유류 오염은 유류저장고·배관·차량급유 시설에서 많이 발견된다. 중금속 오염은 사격장이나 정비시설에서 주로 발견되며, 다이옥신 오염은 물체를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므로 쓰레기소각장 등 연소시설에서 발견된다.

미군기지 오염도 다른 곳의 급유 및 유류 저장시설이나 주거시설 지역의 오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미군기지의 유류 오염 정도가 심한데, 그 이유는 난방유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가 연탄을 사용할 때 미군은 이미 석유를 난방유로 사용했고 그 기간이 오래됐다. 고엽제 등 맹독성 약품 사용이나 유출로 오염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 매체가 ‘발암물질 범벅’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과장된 것이다.

한국의 환경오염 정화 기준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땅이 넓어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기 때문인지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정도는 미국 기준으로는 정화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 정부에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정화 비용 문제가 아직 타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정화비용 타결 후에 정화작업을 하려면 개발이 지연될 수밖에 없으니 먼저 정화작업을 하고 비용 협상은 정화 종료 후에 하기로 했다.

토양 오염 정화는 지형 변경 때 특히 필요하다. 땅속에 있는 오염물질이 땅을 파헤침으로써 대기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지형을 변경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지역 땅을 활용할 경우에는 위해성 평가를 해 기준을 초과할 경우 지하 오염물질이 노출되지 않도록 잔디로 흙을 덮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해당 지역을 주거지역으로 사용했고 거주했던 주민에게 특이 증상이 없다면 안전한 것으로 간주하지만, 잔디 덮기 등의 추가 조치를 한다면 더 안전해질 것이다.

언제부턴가 반환된 미군기지는 오염물질 덩어리로 각인됐다. 이는 몇몇 미군기지에 오염물질이 발견되자 의도적으로 부각하고 반미 감정에 편승한 결과로 보인다. 대통령실의 용산시대 개막을 계기로 정치적 목적에서 반미 감정을 부추겨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영대 한국재료연구원 초빙연구위원·예비역 육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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