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후보 모두 탈락 뒤, 돌연 등장한 1명..의원 보좌관이었다 [홍서윤의 별별시각]
지난 대선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청년이었다. 모든 후보가 2030을 위한, 그들의 뜻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부르짖었다. 6·1 지방선거 풍경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양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청년들에게 표를 호소하며 정치 참여 기회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공천 결과를 놓고 보면 달라진 점을 찾기가 힘들다.
지난해의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피선거권 행사 가능 나이가 만 25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바뀌었다. 청년들이 현실 정치로 나아가는 문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방선거 후보자의 연령을 분석한 기사에 따르면 전국 지역·비례 기초의원 후보 5125명 중 18~39세는 539명(10.5%)이다. 18~29세 기초의원 후보자는 125명(전체의 2.4%)이 전부다.
민주당 40세 미만 기초의원 후보 12.2%
지방선거에 도전한 청년들이 기대만큼 많지 않았고, 출마했으나 공천의 벽을 넘지 못한 젊은이도 많았다. 민주당은 기초·광역 의회에 여성·청년 30% 공천을 약속했다. 또 청년 후보자가 기성 정치인에 비해 크게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해, 아예 청년 몫으로 할당한 전략선거구를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공천한 전국 기초의원 후보 1987명 중 18~39세는 12.2%(243명)에 불과하다. 청년 정치의 이상과 현실의 커다란 간격만 확인한 셈이다.
인천광역시를 보자.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을 막론하고 10개의 기초단체장과 122석의 시의회 의원에 도전한 10대와 20대 후보는 연수구4에 출마한 조민경(29) 후보가 유일하다. 30대로 넓혀도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이 전부다. 경기도 내 31개 기초단체장 후보 역시 청년 후보는 국민의힘 구혁모 화성시장 후보, 민주당 동희영 광주시 후보(청년 전략선거구), 장인수 오산시 후보가 전부다.
민주당은 개혁공천(청년 가산점)과 청년 전략선거구 지정을 통해 공천 시스템을 크게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를 조금 완만하게 하는 데 그쳤다. 두 방식 모두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개혁에 대한 저항이었다. 기성 정치인의 경선 불복이 이어졌고, 공천관리위원회 위원들을 향한 인신공격성 발언, 지지자들을 대동한 항의와 원색적 비난이 난무했다.
의원 보좌관이 '낙하산' 후보로
A지역 단체장 후보는 단독 입후보였는데도 단수 공천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후보가 정치 신인 청년이라는 이유로 결정이 미뤄졌다. 끝내 다른 후보가 나타나지 않자 공천을 했다. 그 뒤에도 공천이 잘못됐다는 주장이 그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 계속 제기된다. B지역에서는 폭풍이 몰아쳤다. 단체장에 출마하려는 후보 네 명 가운데 청년 한 명이 포함돼 있었다. 중앙당이 그곳을 청년전략구로 선정하자 청년 후보가 편법을 썼다면서 나머지 세 후보가 거세게 반발했다. 편법을 입증하는 객관적 근거는 없었다. C지역은 이런 논란이 싫었는지 단체장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청년 후보자들을 모두 예선에서 탈락시켰다. 모두 그 지역에서 청년위원으로 활동했던 이들이었다. 그 뒤에 그곳에 다른 청년 후보가 등장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낙하산'이라는 얘기다. 풀뿌리 정치를 하겠다며 꿈을 키웠던 C지역 청년 후보자들이 낙담해 자주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현실은 기성 정치인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청년’을 부르짖으며 개혁과 변화를 읊조리다가 막상 자신의 권한과 기회가 줄어들 것 같자 기득권 수호에 결사적인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준비되지 않은 청년들’이란 프레임으로 흠집 내기에 골몰한다. 가산점이나 공천 시스템 개편은 청년들이 싫어하는 '불공정 경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다.
변하지 않은 청년 배제 정치
이번 6·1 지방선거는 과소 대표된 청년들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그 기대가 실현되기는 어렵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높다는 것만 매일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청년들, 정치하기 참 힘들다.
홍서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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