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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손가락 경례' 미얀마 대사 "군부 탄압, 우크라에 가려졌다"

정은혜 입력 2022. 05. 26. 05:01 수정 2022. 05. 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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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모에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인터뷰
13일 미국 뉴욕 미얀마 대사관저 사무실에서 초 모에 툰 유엔(UN) 주재 미얀마 대사가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 중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헝거 게임 시리즈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된 '세 손가락 경례'는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정은혜 기자


“과거 미얀마 군부에 원조를 하는 주요 국가는 중국이었는데 최근 러시아가 사업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지난해 유엔(UN) 총회에서 군부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은 '세 손가락 경례'로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초 모에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전하는 최근 미얀마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중국과 미얀마 군정의 밀착이 가속화하면서 군부의 시위대 무력 탄압은 더 극심해졌다고 한다. 지난 13일 화상으로 만난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뉴스의 그림자 속에 미얀마의 위기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면서 미얀마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거듭 촉구했다.

초 모에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지난해 2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비판하며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하는 성명을 낭독한 뒤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로이터]

Q : 유엔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건가
A : "지난해 (세 손가락 경례 이후) 군정이 나를 해고하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유엔이 나를 미얀마 대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Q : 러시아·중국과 미얀마 군정이 밀착하고 있다
A : "중국은 과거에도 미얀마와 가까웠지만 최근엔 중국 외무부가 미얀마 군정(SAC) 대표단을 초대해 회담 후 미얀마 군정을 돕는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우려스러운 움직임이다. 러시아도 군부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고 있는 데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진출하려 한다는 소식도 있다. 우리는 군부로 향하는 모든 자금줄을 끊어야 한다고 국제 사회에 요청해왔는데, 러시아의 사업이 현금 흐름을 만들까 우려스럽다. 그 돈은 민간인을 살상하는 데 쓰인다"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국영 석유회사와 일본의 에너지 대기업은 지난달 29일 미얀마 예타군 가스전 사업에서 철수했다. RFA는 러시아가 이 자리에 들어오려 한다고 보도했다. 조민툰 미얀마 군 대변인은 "우리의 동맹국은 전력 및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와 협력하고 있다"며 "가까운 장래에 러시아의 협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반(反) 쿠데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군인들을 마주 보고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Q :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얀마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A : "우크라이나 얘기는 어디서나 들린다. 내가 있는 뉴욕 유엔에서도 그렇다. 원조도 우크라이나에 쏠린다. 물론 우크라이나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인과 미얀마인의 고통은 동등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는 외부 군대로부터 고통을 받는 것이고, 미얀마는 내부의 군대로부터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23일까지 군부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 숫자는 1858명으로 집계된다. 초 모에 툰 대사는 "집계되지 않은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도 27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분석에 따르면 그간 형식적 '중립' 입장을 취했던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노선을 확실히 하며 군정과 밀착, 지난 달에는 미얀마를 아세안회의에 초대하지 않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미얀마 군정을 인정하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Q : 유엔은 지난해 미얀마 국민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평화유지군을 보내지 않았다
A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운데 반대(비토권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 중에서도 미국·영국·프랑스 등 민주주의 국가들은 미얀마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미얀마를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 지를 놓고 계산한다. 이해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지 않은 도움이 필요하다. 젠Z로 불리는 어린 세대가 앞장서 저항하다 체포당하고, 고문 당하고, 죽임 당하고 있다. 미얀마인들은 단호히 싸웠지만 상대는 정교한 무기를 갖고 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국민의 빈곤율은 50%에 달한다. 군사적 지원 등 모든 종류의 지원이 필요하다. 어린 생명을 보호하고 민주주의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서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총회가 열리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Q :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결의안 거부권(비토권) 남용 문제 때문에 유엔 무용론마저 나온다
A : "아주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다. 개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상임이사국의 비토권 행사에 제한 장치를 만들었다. 비토권 행사시 자동적으로 총회를 열어 회원국들과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내용이다. 비록 비토권 남용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이는 중요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목표는 대다수의 유엔 회원국이 동의하는 결의안은 상임이사국을 통과하지 않더라도 채택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유엔은 인류에 이바지하는 확실한 역할이 있다. 인류 공동의 문제를 생각하는 기구로서 꼭 필요한 존재다."

Q : 윤석열 대통령은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한국에 하고 싶은 말은
A : "우리는 한국을 항상 부러워한다. 한국은 독재 정권과 싸워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고 전세계 10위권에 드는 부자 나라다. 지난해 한국 국민과 정부가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것에 감사하고, 새로운 정부와도 협력하고 싶다. 나도 때로는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서는 인내하며 강하게 헌신해야 한다. 때로 절망해도 전진하는 이유다. 끝까지 독재 세력과 싸울 것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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