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푸티니크 충격' 견줄 中 기술 굴기, 우리에 기회는 없나?

한우덕 2022. 5. 2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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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로 촉발된 '스푸티니크 충격'에 견줄 만 하다. 중국은 지금 양자통신,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 영역에서 서방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각종 기술 제재에 나설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백서인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과학기술외교정책연구단장은 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정부 한-중 기술 정책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이 미래 산업으로 통하는 소위 제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서방을 압박하며 두각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소장 김흥규 교수)가 주최하고 차이나랩이 후원한 이 날 '플라자 세미나' 행사는 국내 각계 전문가 61명이 초청받아 참가했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번 세미나는 약 4시간 동안 줌 연결로 진행됐다.

백서인 STEPI 과학기술외교정책연구단장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양자통신,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등의 미래 산업 영역에서 서방에 충격을 안겨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단장은 미국의 대중국 '기술 포위'가 더욱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은 화웨이 등 핵심 기업을 직접 공격했다"며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서방 기업들과 스크럼을 짜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포위 전략'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은 양날의 칼이다. 중국에 피해도 주지만, 기술 자립을 강화해 주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기술주권 확보 노력은 치밀하다. 정부가 육성 산업을 선정하고, 각 분야 기초 연구 지원에 나선다. 여기에 과기인재 육성 정책이 진행되면서 핵심 분야 글로벌 표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신형SOC건설, 디지털 실크로드 등은 디지털 혁신의 표현이다."

중국은 SOC를 건설해도 이젠 새로운 분야(신형)에 자원을 투입한다. 데이터, AI, IOT 등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깔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대 내수시장, 다각적인 기술 획득 전략 등이 어우러지면서 서방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자원을 집중 투입한다. 대학과 연구기관의 역할이 분명하고, 안정적인 중장기 기초 투자가 가능하다. 또 인재 육성에 탁월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중국의 핵심 과학기술 육성 분야

이런 중국의 기술 육성책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백 단장은 가장 뚜렷한 글로벌 과학기술 흐름으로 '블록화'를 꼽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중국 기술 제재로 인해 나타난 게 바로 '블록화'다. 미국의 중국 기술 포위가 진행되면서 중국은 기술 자립과 혁신을 서두르고 있다. 고유 표준으로 기술 주권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빨라지고 있다."

백 단장은 "미국의 기술 위기감과 중국의 핵심기술 결핍으로 인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노광기, 반도체 칩, 터치센서, 핵심산업 SW 등 분야 기술이 여전히 필요한 실정이다.

글로벌 과학기술 연구 네트워크

문제는 한국이다.

백 단장은 "지금 드러나고 있는 '기술 블록화', 중국의 자립 강화는 모두 한국의 과학기술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와 안보가 통합되면서 서방 진영 내부에서도 정보 흐름이 막히고 있다"며 "동맹국 간, 심지어 한미 간에도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 단장은 기회 요인도 없지 않다고 말한다.

"빠르게 질주하던 중국 과학기술의 글로벌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 공간을 한국기업이 차지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중국과의 협력에 차질을 빚고 있는 서방 기업들이 대안으로 한국을 선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뛰어난 제조 역량과 산업 포트폴리오, 우수한 혁신 기업 육성 등이 필요하다는 게 백 단장의 설명이다. 그는 "특정 부처의 기술 관리 체제를 넘어서는 다부처 협력 거버너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처와 연구기관 간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R&D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중 간 경제 상호 의존구조로 볼 때 양국이 '경제 디커플링'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당분간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디커플링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인플레 압력 고조로 중국 수입제품에 대한 제재를 지속하기 어렵고, 중국 역시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 등 서방의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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