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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게리 하멜 "경기침체기 이런 기업을 주목하라" [글로벌 구루에게 듣는다]

이지효 기자 입력 2022. 05. 26. 13:12 수정 2022. 05. 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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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이지효 기자]

세계적인 경영 석학으로 불리는 게리 하멜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경기 침체기에는 경영 혁신을 이룬 기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게리 하멜은 한국경제TV의 특집 인터뷰 `글로벌 구루에게 듣는다`에 출연해 "대출 감소와 부채 상환의 디레버리징 시기를 거치면서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생산성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글로벌 생산성 성장률을 끌어올린 혁신적 기업으로는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과 미국 철강업체 뉴코를 꼽았다. 특히 뉴코의 CEO였던 켄 아이버슨을 예로 들면서 "`뉴코는 강철이 아닌 사람을 만드는 기업`이라 믿었다"며 "경쟁 우위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직원을 인간으로 대하고 그들이 성장하고, 배우고, 이바지할 기회를 책임지고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경영 혁신을 이루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기업 관료주의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대기업에는 평균 8단계의 관리 체계가 존재한다"며 "8단계를 통해 힘이 흘러내려 가면 일선 직원들은 명령을 받는 것 말고는 다양한 것을 시도해볼 자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역할, 지위와 관계 없이 모두가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을 구축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게리 하멜은 또 1990년대에는 인터넷이 새로운 산업 질서의 기초가 되는 인터넷 혁명이 있었지만 이제는 비즈니스 체계가 아닌 관리 및 조직 체계에서의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지난 10년간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 왔다"며 "이제는 조직과 리더십 체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설계할 지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우수한 해외 기업 CEO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꼽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같은 혁신적 경영자가 있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행운이다"며 "다만 한명의 뛰어난 CEO에게 의존할 필요 없이 모든 직원이 기업가가 될 기회를 주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게리 하멜 교수와 나눈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Q. 미국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특히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향후 경제의 흐름을 어떻게 예상하나.

A. 현재 두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하나는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간 세계적으로 정부 부채, 기업 부채, 개인 부채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유럽,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며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종국에는 대출 감소와 부채 상환의 디레버리징 시기를 거치게 될 것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을 예로 들겠다. 주식에 지불하는 금액과 주식이 창출하는 수익의 비율은 장기적으로 대략 15~16:1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은 30:1까지 높아졌다. 전 세계에서 자산 거품이 일어난 것이다. 부동산부터 자산, 예술품, 주식까지 전부 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 이는 경기 주기의 일 부이며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그 시기는 여름이 될 것으로 보이며, 타격이 얼마나 클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 직면한 장기적 문제는 OECD 및 개발 도상국 전반에 걸쳐 20년 동안 생산성 성장률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성과 노동 시간당 생산량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지만 그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생활 수준을 높이고 사회적 프로그램, 의료, 국방 및 기타 비용을 마련할 유일한 방법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심각히 우려하는 큰 문제다. 로봇 공학, 유전학, AI와 같은 신기술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성장 속도는 하락하는 추세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거치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해결할 문제도 존재하다. 바로 세계 경제의 생산성 성장을 다시 활성화하는 것이다.

Q. 코로나가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는 시대에 기업 경영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A. 현 상황은 두 가지 면에서 심도 있는 재평가를 하게 만들었다. 첫째로 우리는 단일 국가 공급 업체들이나 고도로 집중된 공급 체계에 의지해 온 경제 전반이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게 됐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이든, 대만의 반도체든, 중국의 희토류 물질이든 간에 말이다. 가장 저렴한 제품이라면 별 제약 없이 공급받아 왔으며 공급망의 취약성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는 향후 몇년 간 긴요 물자에 있어서 단일 공급처 의존도를 줄이도록 다양한 정책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한다. 만일 기업 임원이라면 절충안을 생각해봐야한다. 공급망에 탄력성을 구축해 타격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항상 최저가 공급업체만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품 거래처를 개발하고 협업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 공급망이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 뼈저리게 깨닫게 됐으며 미래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 이는 기업 저액뿐 아니라 공공 정책 수준에서도 이뤄질 것이며, 의존성이 크고 외부 충격에 취약한 부분은 더욱 신중히 살필 것이다.

Q. 한국은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은 1주일에 52시간으로 제한됐다. 한국의 기업들은 10일 출범한 새 정부가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 정부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을 검토 중인데 대안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보는가.

A. 한국처럼 뛰어난 경제 성장과 번영을 이뤄낸 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갖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경제가 번영하는 이유 대부분은 경쟁자들보다 더 오래 일했거나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한동안은 가능할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생산성이라는 주제로 다시 이어진다. 우리가 할 일은 단순히 사람들을 더 오래 일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생산성을 끌어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기 업무에 진정으로 집중하고 있는 직원은 겨우 20%에 불과하다. 갤럽에서 조사한 수치다. 직원들은 매주 50~60시간 동안 근무하지만 열정, 진취성, 독창성 및 창의성을 발휘하고자 출근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저 습관적으로 행동할 뿐이다. 세계적으로 데이터를 보면 직원 5명 중 1명만이 본인의 아이디어가 직장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 10명 중 1명 미만이 직장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자유가 있다고 느낀다. 다양한 국가, 수많은 조직에서 실제 사용하는 인적 능력보다 낭비하는 부분이 더 크다는 뜻이다.

생산성 문제를 역전시킬 비결은 여기에 있다.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할 게 아니라 창조하고, 혁신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그들의 두뇌를 깨워 줄 기회, 기술 및 인센티브를 주는 기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것이 생산성 향상의 비결이며, 하향식이고 관료적인 명령 통제 조직은 사라져야 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대기업에는 평균 8단계의 관리 체계가 존재한다. 이는 산업화 시대의 유물로 현시대에는 걸맞지 않다. 여덟 단계를 통해 힘이 흘러내려 가면, 일선 직원들은 명령을 받는 것 말고는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볼 자유가 없다. 진정한 도전은 역할, 지위와 관계 없이 모두가 기업가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업을 구축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긴 시간을 일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훨씬 강력한 방법이다.

Q. 스타벅스, 아마존 등 대기업들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깨지기 시작했고, 애플 등 IT 기업들도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팬데믹을 계기로 형성되고 있는 노동자 우위 시장이 향후 기업들의 경영과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A. 잘못된 경영이 수년에 걸쳐 빚어낸 결과다. 직원들에게 귀 기울이지 않고 많은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그들을 소모품처럼 취급한 결과다.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거나 노조를 만드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직원 태도는 회사와 이러십이 어떻게 처우했으냐에 따라 달라진다. 직원을 소모성 자원이나 기계처럼 취급하는 기업이라면 직원 태도도 마찬가질 거다. 관리자들 대부분은 인적 자원에 있어 산업 시대로부터 물려받은 사고 방식을 그대로 갖고 있다. 회사는 제품과 서비스 생산을 위해 직원을 고용하므로 인간을 도구이자 생산 요소로 보는 거다. 이를 인적 자본이라 부른다.

무수한 데이터를 통해 수많은 직원이 회사와 독이 되는 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리더가 먼저 나서서 구시대적인 생각을 바꾸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젊은이들은 자신이 영향력을 미치고, 성장하고, 배우고, 혁신할 수 있는 회사에 입사하고 싶어한다. 그들에게는 회사가 도구다. 삼성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에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회사는 세상을 변화시킬 플랫폼이자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다. 고용주를 바라보는 관점은 점점 변하고 있으나 경영진의 태도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기업은 직원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직원들을 인간으로서 대하고 그들이 성장하고 배우고 이바지할 기회를 책임지고 제공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만 봐도 현재 우리는 한참 뒤처저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세계적으로 앞서나가 있는 기업들도 많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제조업체인 중국의 하이얼,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철강 제조업체인 미국의 뉴코가 그 예다. 이를 이해하고 완전히 새롭게 직원 중심의 체계를 만든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모든 경젱에서 앞서 나간다. 직원들이 능력을 발휘할 때의 효과는 매우 놀랍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근무 환경이 악화돼 직원들은 노조를 세우거나 떠날 것이다.

Q. 기업의 장기적 생존 여부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내부의 `핵심 역량` 즉 경쟁자들이 절대 모방할 수 없는 `조직 특유의 경쟁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관료주의 문화에 익숙한 한국기업들이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A. 애플은 지난 12년 동안 칩에 구축하는 시스템, 즉 세계적 수준의 실리콘칩 설계 능력을 키워냈다.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을 구동하는 고성능, 저전력 칩을 설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소수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15년 전의 애플에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기업 고유의 장점이 있는 디지털 제품을 만들려면 자신만의 설계를 소유해야 한다. 애플은 그 역량을 키우는 데 전념했고 오랜 세월 끈기를 가지고 노력해 오늘날 글로벌 리더의 자리를 차지했다. 인텔의 CEO 조차도 세계 최고의 칩을 설계하는 기업은 애플이라고 할 것이다. 다른 예로 테슬라가 해낸 일을 보자. 현재 자율주행, 전기 자동차,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됐다. 전부 숙련하기 매우 어려운 기술이다. 한 번 뒤처지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모든 이사진, CEO, 리더들은 책임이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기업이 성장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면 어떤 기술을 구축해야 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관료주의를 없애는 방법은 꽤 복잡한 질문이다. 그 시작점은 리더가 스스로 `나는 언제 관료주의적으로 행동하는가`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관료주의는 게임과 유사하다. 컴퓨터 게임과는 다르지만 권위 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한 게임과 같다. 승진해서 조직 상부에 오르면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다. 한국 회사뿐 아니라 다른 모든 회사에서 이런 양상을 보았고 대부분 비슷하다. 관료주의 게임을 통해 사람들은 몇 가지를 배운다. 상사를 관리하고 기쁘게 하는 방법이다. 심지어 상사에게 뇌물을 주기도 한다. 그들의 자존심과 편견에 굴복하는 법을 배운다. 쉽게 성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목표를 협상하는 방법뿐 아니라 자원을 독식하거나 예산을 조작하는 방법도 배우낟. 이런 행동들은 가치 창출은커녕 오히려 파괴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변화는 개인에서 비롯된다. 고도로 정치화되고 관료적인 조직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면 이에 동참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래된 관리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기획과 보상, 승진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관리 체계 구석구석을 살펴봐야 한다. 관리 체계 구조가 어디에 자리잡고 있고, 어느 부분에서 혁신을 저해하는지,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 열정을 훼손하는지 돌아보고 이를 바꾸기 시작해야 한다. 확신하건데 지난 10년간 한국의 모든 기업은 디지털 혁신에 집중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비즈니스 체계나 운영 체계를 어떻게 변환할지 고민했다. 더 빠르고 저렴하고 고객 중심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것도 좋은 일이기는 하나 이제 우리는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운영 체계가 아닌 조직과 리더십 체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설계할지 질문해야 한다. 효율성이나 속도가 아닌 기업가 정신과 창의성을 위해서 말이다. 열정과 기업가 정신을 갖고 회사가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일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물어보라. 아마 상당히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Q. 해외기업 CEO 가운데 한국의 기업가들이 벤치마킹해 볼 만한 우수한 경영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이번 책에서 포스트 관료주의적 미래라 불리는 시대에 롤모델이 될 만한 기업에 관해 언급했다. 그 중에는 하이얼도 있고 철강회사인 뉴코도 있다. 수익성이 매우 높은 회사로 200억 달러가 넘는 가치에도 불구하고 본사에는 관리자 100여 명만이 존재한다. 뷔르트소르흐라는 네덜란드 의료 기업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가정 건강 관리 제공업체로 매우 훌륭하고 효율적인 회사다. 1만 6,000명의 간호사가 소속된 조직을 단 2명의 관리자가 운영한다. 관리자 한 명이 8,000명의 직원을 통제한다는 뜻이다. 직원들은 온라인을 통해 서로 의사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며 학습한다.

25년이나 지난 1998년 일이다. 내가 기고한 미국 주요 비즈니스 잡지의 커버 스토리가 인터넷에 출간됐다. 인터넷에 최초로 출간된 커버 스토리였다. 나는 아마존과 이베이 같은 기업들을 다루면서 인터넷이 새로운 산업 질서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25년 전의 일이지만 내가 옳았다고 생각한다. 오늘 말하고 싶은 것은 산업이 또 다른 엄청난 변곡점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혁명은 비즈니스 체계가 아닌 관리 및 조직 체계에서 일어날 것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앞서나가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뒤처지는 회사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한국기업들이 앞장서는 것을 보고 싶다. 놀랍도록 근면하고 창의적인 수많은 기업을 목격했으며 다음 혁명에 앞장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조직의 진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Q. 한국 주식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기업은 테슬라다.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의 예측불허 언행에 따라 급등락하는 경우가 많다. 머스크 CEO를 어떻게 평가하나.

A. 일론 머스크는 비범한 인물이다. 최근 그의 삶과 테슬라 설립을 다룬 흥미로운 책을 읽었는데 남다른 열정, 집중력과 동시에 냉혹한 면모도 갖춘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행운이다. 현 상황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위험을 감수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행운이다. 흥미로운 것은 테슬라가 적극적으로 활용한 EV와 자율주행의 트랜드는 이미 10~20년이나 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랜 세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년간 배터리 전력 비용이 감소하는 걸 보면서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걸 알고 있었으며 머신 러닝과 자율 주행에 필요한 반도체, GPU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물론 현대자동차 역시 아이오닉으로 훌륭한 성과를 냈고 신뢰할 만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자동차 업체는 이에 뒤처져 있을 뿐 아니라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테슬라가 새로운 EV 용량을 구축하는 속도는 세계 어느 업체보다 빠르다. 테슬라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지만 기업들이 미래를 포기하지 않고 변화의 위기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테슬라만으로는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을 새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꾸준히 목격해온 바는 새로 진입한 기업이 열정적으로 업계를 변화시키면 기존 회사들은 이를 따라 잡는데 수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구식 관리 체계가 다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은 흔치 않다. 하지만 모든 직원이 기업가가 될 기회를 주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 명의 CEO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 직원 모두가 매일 같이 혁신할 것이고, 그럴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이 대단하고는 생각하지만, 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언론인들은 소위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지닌 젊은 벤처 기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미국 내 모든 유니콘을 합친 가치는 미국 500대 기업 가치의 3%에 불과하다. 중국의 유니콘을 합치면 상하이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회사 가치의 7% 정도가 된다. 유럽의 유니콘은 유럽 350대 기업 가치의 2%에 불과하다. 기업가 정신은 훌륭하지만 더욱 탄력적인 경제를 구축하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조직이 기업가 정신의 본질을 지녀야 한다. 테슬라 같은 회사가 혁신하고 창조하고 성장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단 한 명의 비전가에서 의존하게 되면 기업이 스스로 미래를 보고 발명하고 재발견하는 능력은 개발되지 않는다. 창업자가 은퇴하거나, 바빠지거나, 지루해지면 조직은 곁길로 빠지기 시작한다. 일론 머스크 같은 개척자가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지구상의 모든 기업과 조직이 기업가 정신과 혁신으로 밝게 타오르게 하는 것이 내 꿈이다.

Q. 워런 버핏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CEO의 역량에 많은 점수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점수를 줄 만한 CEO를 3명 정도 꼽아줄 수 있는가.

A. 제가 양성한 CEO들은 주로 직원들이 훌륭한 성과를 내도록 격려하는 조직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자신을 수석 전략가나 영웅적 지도자로 여겨서는 안 되며, 모든 직원이 성공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나는 안젤라 아렌츠가 애플에서 리테일 사업을 이끌던 당시 이를 해내는 모습을 보았다. 전 직원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낼 줄 아는 탁월한 리더였다. 7만 명의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매일 혁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 리더다. 허브 켈러허는 지금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CEO이자 창립자였다. 꾸준히 세계 최고의 수익을 내는 항공사다. 그간 사랑을 근간으로 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했지만 자신의 업무가 다른 이의 업무보다 덜 중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없느 조직이다. 그는 특별한 문화를 건설했고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보호 유지하기가 어렵다. 나는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에 훌륭한 비전을 지닌 사람보다는 더 오래 지속되는 문화와 일련의 가치를 구축할 수 있는 리더를 존경한다.

수년 전 뉴코의 CEO였던 켄 아이버슨이 그런 인물이다. 훌륭한 기업 문화를 건설했으며 `뉴코는 강철이 아닌 사람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믿었다. 경쟁 우위의 핵심이 여기에 있다. 최근 뉴코의 CEO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R&D 부서가 뛰어난 것 가다고 하자 "그럼요, 2만 명이나 되니까요. 모든 직원이 R&D 부서의 일원입니다"고 대답했다. 우리는 가끔 잘못된 이유로 CEO를 존경한다. 큰 거래를 성사시키거나 광대한 비전을 지닌 CEO를 숭배한다. 존경받을 만한 CEO를 예로 들어보겠다. 흥미로운 인물 가운데 하나는 리누스 토발즈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리눅스를 발명했다. 리눅스는 삼성 스마트폰에도 있고 인터넷에도 사용된다. 그는 자신을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수천 명이 모여 각자의 지식을 활용해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합작할 수 있는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개발했다. 최근 출시된 리눅스에는 1만 5,000명이 넘는 기여자가 있다. 오늘날 훌륭한 리더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다. 수천 명의 천재성을 한자리에 모아 흥미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지효 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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