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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자발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입력 2022. 05. 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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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돕는 게 좋다


초등학교 3학년 남자 아이 H는 말을 잘 듣지 않고, 수동적이다. 무언가 지시해도 한 번에 듣는 법이 없다. 일상 생활의 아주 기본적인 습관도 지시를 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다. 지시를 해도 한번에 듣는 법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 등교 준비하는 것, 잠자리에 들기 전에 씻어야 하는 것조차 힘들다. 집에서 게임이나 장난감을 갖고 놀 뿐 밖에 나가서 뛰어놀라고 해도 귀찮아한다. 놀고 난 장남감도 절대로 정리하는 법이 없다. 여러 번 얘기하고 급기야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어야 겨우 지시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도 그때뿐 다음번에도 무언가 지시했을 때 말을 안 듣기는 마찬가지다. 이제는 엄마에게 같이 소리를 지르며 대들기도 한다.

H의 이런 행동을 일상적으로 보아야 하는 부모는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화가 쌓여가고 있었다. 맞벌이 가정인지라 부모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자연스럽게 “왜 그렇게 말을 안듣니?” “내가 **하라고 했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된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이렇게 말했지 때문에 **해야해” 라는 말은 아이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반항의 씨앗이 되고 아이와 부모의 거리를 더욱 멀어지게 만들 뿐 아이의 능동성과 자발성을 길러주지 못한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 이유를 자기 내적인 동력에 의해서라기보다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따라서 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지시나 규칙에 따라 행동 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지시한 사람에 미치는 영향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즉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보다는 부모가 좋아할지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이 필요한 사춘기 다가올수록 부정적인 행동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는 자녀에게 간단하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거나, 무엇을 했을 때 먼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 또는 ‘설교’하고 싶은 유혹을 항상 느낀다.

하지만 이런 방법의 지시나 설명은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시보다는 아이 스스로 행동의 결과를 즉각적인 경험으로 알아차리도록 돕는 게 좋다. 추운 겨울에 목도리를 하기 거부하고 나가서 놀려는 아이에게는 “오늘은 목도리를 하고 가볼래? 그러면 따뜻해서 더 오랫동안 밖에서 놀 수 있는지 테스트해 보렴” 라고 말해 아이가 스스로 경험을 알아차릴 수 있는 큐를 줘보는 식이다.

H에게도 “양치를 하면 이가 건강해지고 썩지 않아, 무서운 치과에 안 가도 돼” 등을 설명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아이가 경험할 수 있는 감정이나 신체의 경험을 알아차리도록 돕는 게 좋다. “지금 양치를 하고 입안에서 어떤 느낌이 있는지 어떤 기분이 드는지 말해 줄래?”라고 말해 보라. 아이가 자신의 경험을 알아차리게 함으로써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돕는 게 훨씬 실용적이다.

부모 역시 이런 방법으로 변화를 준 후 아이와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자. 단지 누군가 제안한 규칙을 그대로 따르는 것과는 다른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아이나 부모 모두 누군가 제시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과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을 스스로 결정하여 행동하는 것의 차이를 느낀다면, 변화된 행동이 지속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아이들은 부모가 요구하는 행동이 지나치게 복잡하면 따르지 않는다. 해야할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필요하면 자녀와 함께 어려운 작업을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이럴 때는 과제를 작게 나누면 도움이 된다. 아침에 등교 준비를 혼자서 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입고 갈 옷을 스스로 선택하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런 다음에 부모는 아이에게 잠옷을 벗고, 속옷을 입고, 셔츠를 입는 행동 등을 하라고 요청할 수 있다.

또 일어날 확률이 낮은 행동을 시도할 때는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 스스로 장난감을 치우게 하려면, 자녀와 함께 치우기 시작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런 시기를 거치면서 혼자서도 하게 된다. 서두르지 말자. 조급하면 부모가 그동안 취했던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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