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서 시민권 뿌리기.."우크라 동남부 합병 작업 개시"

김서원 2022. 5. 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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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한 주민이 지난 20일 경계에 나선 러시아군 앞에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점령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러시아 시민권 취득 간소화 절차를 도입하기로 했다.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헤르손·자포리자 주 주민이 간소화 절차를 통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번 대통령령은 그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주민에게 적용한 '러시아 시민권 취득 절차 간소화'를 확대 적용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2019년부터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DRP과 LPR에 사는 우크라이나인 86만여 명에게 간소화 절차에 따라 러시아 시민권을 제공했다. 이를 두고, CNN은 "러시아의 '시민권 뿌리기(passportization)' 정책은 이 지역을 지속해서 통제할 수 있는 명분 제공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도 일부 시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에 배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트로 안드리우셴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25일 소셜미디어에 이같이 밝히며 "사실상 마리우폴 합병이 시작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반발했다. 이날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동부 돈바스에 이어 헤르손·자포리자 등 추가 점령지에서 자행되는 불법 여권 배포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해치는 동시에 국제인도법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러시아가 점령국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점령지 주민들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도록 강요하려는 행위는 불법적인 시도"라며 "러시아의 조치는 우크라이나인의 시민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등 외신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합병한 남부 크림반도와 본토를 잇는 연결로가 만들어지며, 그 사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 러시아가 국적을 취득한 이들을 대상으로 징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권단체 크림SOS의 예벤 야로셴코는 CNN에 "러시아가 국적 취득자를 본토로 불러들여 군 복무를 시킨 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 연방의 인질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러시아는 크림반도 북쪽의 헤르손 지역을 전면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북동쪽의 자포리자 일부 지역까지 손에 넣었다. 또 헤르손에선 기존 시장이 러시아군에 의해 축출되고 새로운 친러시아 시장이 취임했으며, 친러 정부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 연방에 편입해달라는 요청을 푸틴 대통령에게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러시아군은 점령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예속하거나 제압하려는 시도를 해왔다"면서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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