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 은퇴' 최재성 "민주당, 대선 지고도 대안 제시 없이 사과만 거듭"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586 용퇴설'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에 대해 "586 용퇴설은 모호하다"며 "계속 사과만 하다 점점 대책이 미비한 정당으로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전 정무수석은 민주당 내 대표적 586 정치인이었으나, 지난달 "정치를 그만둔다"며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

최 전 정무수석은 2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거론한 586 용퇴설에 대해 "저는 애당초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도 '586 용퇴론'이란 것은 사실 좀 모호하다, 그래서 각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박 비대위원장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이어 "가령 총선을 통해서 경쟁력이 없거나 혹은 또 문제가 있는 586들을 자연스럽게 대안을 갖고 교체해나가는 것이 가장 순리적이면서도 의미가 있는 방식"이라며 "그런데 개념도 모호하게 무조건 용퇴하라고 하면 이 기준을 어떻게 설정을 할 것이며, 더군다나 지금 시점에서 그것을 끄집어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역 앞에서 이순희 강북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사과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조금 더 복잡한 문제인데, 우선 민주당의 리더십이나 민주당의 리더십을 어떻게 잘 복원하고 가져갈 것인가가 쇄신책의 요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국민들께 리더십과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나갈 것이냐, 이것을 제시했어야 했다"면서 "그것 없이 사과만 거듭하다 보니까 민주당이 국민들의 사랑을 못 받고, 뭔가 안 되고 있으니까 계속 사과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럼 점점 더 대책이 미비한 정당으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자기 편끼리 싸우는 것"

윤호중(왼쪽에서 세 번째)·박지현(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 전 정무수석은 이날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인터뷰에서 '586 용퇴설'을 놓고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 대해 "참 마음 아픈 장면"이라며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게 자리 편끼리 싸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면서 이렇다 할 리더십의 부재, 연이은 지방선거에서 무리한 목표치 설정 등이 '586 용퇴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 전 정무수석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겨 나가자고 했던 핵심적이고 고민하던 의원들이 지금 사실상 잘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리더십과 정당의 시스템을 대선 이후에 국민들에게 혁신안의 내용으로 보여줬어야 되는데 그게 부재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 대통령 선거에서 석패했지만 이재명 후보라는, 민주당 입장에선 역대 최다 득표를 한 걸출한 정치인이 탄생한 것인데, 이게 당으로 지도력이나 리더십이 인입·접합되는 과정이 조금 자연스럽지 못했고 너무 시간이 없었다"고 짚었다. "거기에 또 선거를 치러야 되는 상황에서 리더십의 부재가 노정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송영길(앞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맨 왼쪽)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1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송영길 캠프 제공

또한 그는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 광역자치단체장 과반 이상, 서울시 구청장 과반 이상을 이야기하는데, 이처럼 목표치를 과도하게 잡은 건 근거도 박약한 실책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 곳 승리하면 지는 것이고 다섯 곳 이기면 선전, 여섯 군데 이기면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새 정부가 출범했고 대선에서 진 야당인 데다 '허니문' 기간이다. (여당에) 의제 설정과 각종 시간표가 유리하게 돼 있다"면서 "대통령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좋게 평가되고 보도되고, 국민들도 처음부터 회초리를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애당초 전략이 읍소였는데 목표치를 근거로 없이 그렇게 높게 잡는 바람에 선거 전략도 꼬이게 됐다"며 "586 어떻게 해야 된다, 당내 개혁 어떻게 해야 된다, 이러면서 읍소와 사과가 가려진다"고 박 비대위원장의 '586 용퇴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