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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죽겠구나', 유서 써요" 특성화고 졸업생 호소

신용식 기자 입력 2022. 05. 27. 20:30 수정 2022. 05. 2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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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 모 군의 6주기가 내일(28일)입니다. 김 군은 대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특성화고 졸업생이었는데, 지금도 졸업생 상당수는 김 군처럼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그 노동 환경도 열악한 경우가 많습니다.

신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안타깝게 사망한 고 김 군.

당시 만 19살이던 김 군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김 군과 같은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다치거나 죽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은 무엇인지, 제가 직접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올해 만 18살인 재윤(가명) 군은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소 선망했던 비행기 정비업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현장 실습을 포함해 일한 지 반년 정도 됐는데, 위험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김재윤(가명)/특성화고 졸업생 : 손을 집어넣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항공기에 전원이 들어오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불안해서 손을 쭉 뺐는데 그대로 넣고 있었으면 압착이 될 뻔한 사고가 있었어요.]

해본 적도 없는 작업을 지시받아 손과 발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김재윤(가명)/특성화고 졸업생 : 급하게 배워서 하다 보니까는 그라인더질을 하다가 그대로 날에 손가락이랑 다리가 이렇게 갈려 나가가지고….]

계속되는 사고에도 안전 대책은 없이 회사의 무리한 업무 지시가 반복됐고, 함께 입사한 특성화고 졸업생 40명 중 절반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김재윤(가명)/특성화고 졸업생 : 이대로 가다가 내가 피곤해서 과로사하든 작업하다가 사고를 쳐서 죽든 둘 중 하나겠구나 싶어서 (유서를) 써놨었죠.]

지난해 10월 합금 제조업체에 취업한 특성화고 졸업생 조윤지(가명) 씨도 최근 아찔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오전 작업 중 피부 화상을 입히는 질산이 얼굴에 튄 것인데, 더욱 놀란 것은 상사들의 태도였습니다.

[조윤지(가명)/특성화고 졸업생 : 병원 갔다 와도 되겠냐고 두어 번 얘기를 했거든요. 근데 계속 '가도 소용이 없다'라는 말밖에 없어서 못 갔죠. '그냥 물로 계속 헹궈라' 그런 말씀밖에….]

퇴근하고 나서야 병원에 갈 수 있었고,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취업 전 나간 현장 실습 업체에서는 아침마다 커피를 타 오라고 하는 등 갖은 심부름에 시달렸다고도 합니다.

[조윤지(가명)/특성화고 졸업생 : 커피도 타오라고 그러고. 커피 타가도 '내가 타달라 하는 게 싫으냐'고, '너한테 타달라는 거 오히려 불편하다'고 그런 말씀도 하시고….]

(영상취재 : 전경배·강동철,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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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사회부 신용식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구조적 원인은?

[신용식 기자 : 특성화고 학생들의 경우, 졸업을 앞두고 현장 실습이라는 것을 나가는데요. 본격적인 취업에 앞서서 통상 3개월 정도 교육실습생 신분으로 직접 일을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대부분 현장 실습을 한 기업에서 직원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해당 기업들이 안전조치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소규모 영세업체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최한솔/노무사 : 교육훈련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기업을 찾기가 힘들고요. 생애 처음 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더 보호받아야 되고 좀 더 관심 있고 유의 깊게 봐야 된다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신용식 기자 : 또 실습생으로 일하던 기업에 그대로 취업을 하다 보니까, 여전히 계속해서 학생 취급을 한다거나 값싼 노동력쯤으로 여기는 회사의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Q.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신용식 기자 : 무엇보다 특성화고 출신 청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이어지는 현행 실습생 제도부터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큰데요. 현재 실습생 신분으로는 노동법의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괴롭힘이나 임금 체불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구제받기가 사실상 어렵고요, 불합리한 업무 지시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궁극적으로는 일자리의 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정부의 지원도 마땅히 필요합니다. 또 학교에서부터 노동법과 노동 인권 문제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신용식 기자dino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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