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BS

창문도, 통행도 막는 선거 현수막들..'무질서 방치' 현장

유덕기, 남정민 기자 입력 2022. 05. 27. 20:39 수정 2022. 05. 27. 21:37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앵커>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 거리에 걸려 있는 선거운동용 현수막이 대략 13만 장 정도 됩니다. 현수막은 후보자의 선거사무소 건물에 달 수 있고, 그것 말고도 후보마다 구역별로 최대 2장까지 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권자들한테 조금이라도 더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후보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까, 건물 창문을 가려버리거나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불편을 선거 때마다 시민이 계속 감내해야만 하는 것인지, 유덕기 기자, 남정민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유덕기 기자>

건물의 4층과 5층 앞뒤 벽면에 지방선거 후보자의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이 2개 층에는 고시원이 있습니다.

현수막은 3층에 입주한 후보 사무실에서 이달 초 설치했습니다.

문제는 고시원 앞뒤 21개 방 창문과 계단실 창문 모두 현수막으로 가려져 고시원의 채광과 환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시원 운영자 : 한 일주일간 (새 현수막) 냄새나고 바람이 한 점도 안 들어왔어요. (창문 앞 현수막에) 빨간색 들어가 있는 그 방은 지금 빨간색이에요. 온통. 저 검은색은 방이 컴컴해요. 완전히.]

고시원 입실자들은 건강에도 이상을 느낍니다.

[입실자 : 저는 1년 넘게 여기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저 현수막 때문에 통풍이 잘 안 되는 게 확실해요. 잘 때 호흡에 약간 곤란이 오고….]

고시원 측은 창문 앞 현수막 부분이라도 구멍을 내주거나 현수막을 내려 달아줄 것을 해당 후보자 측에 요구했지만, 창문 앞에 ㄱ자 모양으로 칼집을 내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고시원 운영자 : 당신네 사무실로 내려라 그랬더니, '4층까지 어차피 가려진다, 그럼 5층밖에 안 뚫린다. 그럼 의미가 없지 않냐'(라며 안 된다고.)]

선거 때마다 비슷한 다툼이 계속되는 것은 선거법상 맹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에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했을 뿐, 현수막 크기나 현수막으로 인한 건물의 채광, 환기 기준과 관련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해당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 후보자 측이랑 협의를 하시라고. 저희가 조정을 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어서요.]

해당 후보 측은 건물주와 사전 협의를 통해 4~5층에 현수막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고, 고시원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선거법상 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오영춘,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김정은)

---

<남정민 기자>

사람이 많은 거리에 어김없이 내걸린 형형색색 선거 현수막들.

하지만 횡단보도 신호등을 가리거나, 길 안내 표지판을 둘러싸기도 하고 너무 낮게 달려 고개를 숙여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박경자/인천 계산동 : 보기가 안 좋은 것 같아요. 시정 좀 했으면 좋겠어.]

[노승남/경남 김해시 : 낮은 곳에 이렇게 걸려 있는 현수막 같은 경우에는 통행에 불편을 주기도 하는 것 같고요.]

대선이나 총선보다 후보자 수가 많은 지방선거는 현수막 수도 훨씬 많아 민원이 폭주합니다.

올해 서울시에 접수된 현수막 관련 민원은 월평균 300건대지만, 지방선거 유세가 본격화한 이달부터 20여 일 동안 벌써 600건이 넘었습니다.

'현수막 옮겨달라', '현수막 때문에 불편하다' 이런 민원들이 대부분인데, 선거법상 현수막은 소재와 크기는 규정돼 있지만, 현수막 다는 방법은 명확히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른 후보자의 현수막이나 신호등, 안전 표지를 가리거나 또 도로를 가로질러 달지 못하도록만 제한할 뿐 시야 확보와 보행자 안전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민원이 들어와도, 구청이나 선관위는 철거 권한이 없어 후보자 측에 시정 통보를 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이런 현수막 선거운동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정 게시대를 만들거나 시야 확보나 교통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규정이라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최성호/한국공공디자인학회장 : 그냥 알아서들 다 붙이는 형태인데, 안전에 위험이 되잖아요. 운전자 시야 범위를 이렇게 가리지 않게끔, 그러니까 너무 낮다거나, 보행자를 가린다거나 이러지 않게끔 높이를 좀 규정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도시 미관과 안전을 해치지 않으면서 후보를 알릴 수 있는 선거운동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영상편집 : 윤태호, VJ : 김형진)

유덕기, 남정민 기자dkyu@sbs.co.kr

저작권자 SBS & SBS Digital News Lab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