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손흥민의 진정한 '아빠찬스'

입력 2022. 5. 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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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영조의 아들 사도는 아버지의 바람대로 완벽한 세자가 되고 싶었지만, 자신을 다그치기만 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결국 뒤주에 갇혀 죽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흔히들 농사 중 가장 어려운 게 자식 농사라고 하죠. 조선 최고의 성군인 세종대왕조차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차남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에서 형제들과 조카를 살육했으니, 자식 농사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고, 인류의 큰 스승으로 불리는 공자 역시 어쩌다 아들과 집 마당에서 마주치면 '요즘은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을 뿐 데면데면한 사이였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아시아인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선수가 바로 진정한 '아빠 찬스'의 수혜자라는 걸 아십니까.

손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축구를 너무 좋아했지만 나는 죽을힘을 다해 뛸 뿐 기술이 부족한 삼류선수였다, 나처럼 축구하면 안 되겠다 싶어 나와 정반대로 가르쳤다.'라고 합니다.

그가 택한 길은 철저한 기본기와 자기절제였습니다.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슈팅 연습 없이 기본기만 시켰습니다. 7년간 기본기, 몸 밸런스, 공에 대한 감각 세 가지만 지도했죠. 이후엔 매일 왼발 500개, 오른발 500개 합쳐서 천개씩 슈팅을 했다니 오늘날의 성공은 '아빠찬스'가 맞습니다.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허재 전 감독은 2014년 프로농구연맹 신인 드래프트에서 아들을 호명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명권을 가졌음에도, 실력이 검증된 선수임에도 허웅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다른 선수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때 만약 아들을 호명했다면, 지금의 허재와 허웅이 있었을까요. 삐뚤어진 '아빠찬스'로 온 국민적 질타를 받았던 몇몇 사람들과 비교되죠.

아들을, 딸을 사랑한다고요? 진짜 자식을 위한다면 좌절도, 실패도 경험해보게 해야 합니다. 함께 소통하며 긴 시간을 함께하는 것, 편법보다 좀 늦더라도 우직하게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자식을 행복으로 인도하는 길이자 진정한 '아빠 찬스'가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손흥민의 진정한 '아빠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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