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기자들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다르게 보도하는 이유는?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22. 5. 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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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그래도 한 언론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필요재정'으로 기조를 바꿨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59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한 이후 이를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 기사는 단 19건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는 확대 재정을 펼친다고 생각하니 모든 예산안 기사 제목은 '슈퍼예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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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예산에도 윤석열정부는 무조건 작은정부
문재인 정부는 긴축재정인에도 무조건 확대재정
가장 나쁜 건 정파적 편향성<확증편향<베껴쓰기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자유와 작은정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윤석열 정부의 작은정부 의지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에서 '재량지출 10% 삭감'을 말했다니 대단한 일인 것 같다. 몇몇 언론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3년 만에 부활한 재량지출 10% 삭감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작은정부 인정인가?

▲ 13년 만에 정부가 재량지출 10% 삭감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

그러나 매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보는 사람이라면 재량지출 10% 감축은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23년도인 내년뿐만 아니라 22년이나 21년도에도 그리고 20년도에도 '재량지출 10% 감축'은 계속 존재해왔다. 관행적으로 매년 나오는 표현에 불과하다. '재량지출 10% 삭감' 정책이 13년 만에 부활했다는 사실은 틀린 뉴스다. 기자도 사람인 이상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틀린 기사가 여러 매체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은 문제다. 기사 작성의 관행을 짐작할 수 있다. 취재가 아니라 다른 기사를 그대로 베낀다는 의미다. 그래서 처음 틀린 뉴스를 쓴 매체는 양반이다.

▲ 많은 언론이 재량지출 10% 삭감은 13년 만에 등장했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매년 존재했던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의 작은정부 이미지는 추경에서도 지속된다. 윤석열 정부의 첫 작품인 2022년 제2차 추경 규모는 59조원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래도 한 언론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를 '필요재정'으로 기조를 바꿨다고 설명한다.

▲ 이번 정부가 '필요재정'으로 기조를 바꿨다는 내용의 언론보도

특히, 예산안만 발표하면 관사처럼 '슈퍼예산'이 붙는 관행은 많이 줄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가 59조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추경안을 발표한 이후 이를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한 기사는 단 19건에 불과했다. 올해 2차 추경은 규모는 건국 이래 최대지만 초과세수를 통해 국채 발행 없는 추경이어서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것일까?

지난해 2차 추경 역시 초과세수를 통한 국채 없는 추경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작년 2차 추경 규모는 31.8조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언론을 보면 하루 동안 '슈퍼추경'이라고 표현한 기사만 75건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기사를 쓴 기자들의 정파적 편향성 때문에 의도적으로 잘못된 기사를 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차라리 문제는 확증편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작은정부를 추구한다고 확증한다. 그런데 예산안 편성지침을 보다 보니 '재량지출 10% 삭감'이라는 단어가 딱 보인다. “옳거니 역시 윤석열 정부는 작은정부를 추구하는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면 10% 구조조정을 소개하는 기사가 무려 1700건이 만들어진다.

▲ 최근 정부의 재정 10% 구조조정을 소개하는 기사들

이는 반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확대 재정을 펼친다고 생각하니 모든 예산안 기사 제목은 '슈퍼예산'이 된다. 2017년과 2018년 예산은 긴축예산이었다. 17년도 정부총지출 증가율은 경상성장률에도 못 미쳤고, 18년도 재정수지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때도 언론들은 긴축예산도, 확장예산도 아닌 슈퍼예산이라고 표현했다. 나는 이것도 정파적 편향이 아니라 확증편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확증편향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로 정파적 편향은 물론, 확증편향조차 없이 타 매체 제목을 그대로 베껴서 생기는 현상이다. '13년 만의 재량지출 10% 감축'과 같은 틀린 뉴스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 단적인 증거다. 마찬가지로 특정 매체가 '슈퍼예산'이라고 제목을 달면 그냥 큰 고민 없이 '슈퍼예산'이라고 제목을 다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 의외로 정파적 편향성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정파적 편향성보다 더 큰 문제는 확증편향,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베껴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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